JTBC ‘밀회’ 영상 캡처

JTBC 월화드라마 ‘밀회’는 일본의 ‘도쿄타워’를 원안으로 한다고 밝혔다. 두 작품은 그러나 다른 내용을 품고 있다. 다만, 마흔 살 유부녀와 스무 살 청년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만 동일하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두 남녀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사랑. 과연 ‘밀회’는 금기시된 사랑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며, 또 ‘도쿄타워’는 어떤 이야기를 전했었던 것일까.

오혜원(김희애)과 이선재(유아인)의 사랑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피아노를 매개로 두 사람의 호흡은 하나로 포개졌다. 2회에서 슈베르트를 연주한 두 사람은 5회에서 모차르트를 연주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그러나 혜원은 남편이 있는 여자이며, 적어도 남들의 눈에는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사랑은 그녀의 화려한 삶을 무너뜨릴 위험한 것이다. 선재는 천재적 재능을 가졌다. 이제야 세상이 그를 발견해주었다. 혜원의 남편이 그의 스승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니 혜원과의 사랑은 그의 미래를 망쳐버릴 것이다.

금단의 사랑이지만, 이들의 사랑을 ‘불륜’으로 매도할 수 없는 근거들이 혜원의 세계 도처에 깔려있다. 그 누구도 혜원을 비난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 혜원의 남편 강준형(박혁권)은 뻔뻔한 속물이다. 심지어 자신 안의 천박함을 깨닫지도 못한다. 인간의 영혼만이 지닐 수 있는 존귀함이 없다. 그런가하면 혜원과 선재의 사랑이 발각되는 순간,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서영우(김혜은)의 반응이다. 돈으로 어린 애인을 사면서 그것을 자신의 외로움 때문이라고 합리화한다. “진짜 사랑을 하라”는 혜원의 뺨을 때리며 “네 인생이야말로 가짜”라고 쏘아붙이던 그녀는 혜원과 선재의 사랑 앞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것이 비난이라면 그녀는 정말로 밑바닥 인생이다. 돈으로 타인을 조종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의심조차 품지 못하는 서필원(김용건)이나 한성숙(심혜진) 역시 혜원의 사랑을 판단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영화 ‘도쿄타워’ 스틸

반면, ‘밀회’의 모티브가 된 ‘도쿄타워’의 풍경은 너무도 다르다. 혜원과 선재와는 같은 듯 다른 시후미와 토오루의 사랑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있는 공기’로 설명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케미스트리다. 그들은 ‘설명할 수 없으니 멋진 것’이라고 이 사랑을 정의내린다.

마흔 한 살 시후미와 스물한 살 토오루의 사랑에는 ‘이끌림’ 이상의 근거는 없다. “난 내 인생이 마음에 들어.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만, 행복한가 어떤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그녀가 토오루를 별장에 초대하고 갑자기 찾아온 남편에게서 그와의 정사의 순간을 숨기는 것은 ‘이중성’에 가깝다. 때로 시후미는 토오루의 투정에 “누굴 버린다는 것 난 못해”라는 변명 뒤로 숨기까지 한다. “내일 너의 마음이 멀어 진다해도 사랑해”라는 마지막 고백에서 그녀의 여린 영혼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무책임하다.

불륜에 보다 보수적인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똑같이 금기시된 사랑일지라도 좀 더 자유롭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두 작품의 공통점은 있다. 선재, 그리고 토오루의 맹목적인 순수함. 이 순수함이 속물의 세계에 깊이 발을 담근 인간과 이중적이며 무책임한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누군가의 사랑을 옳고 그르다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순수함은 언제나 희망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영화 ‘도쿄타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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