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소서노’ 장면.
뮤지컬 ‘소서노’ 장면.
뮤지컬 ‘소서노’ 장면.

어린 주몽과 소서노가 숲속에서 우연히 만난다. 사슴을 사냥하려는 주몽과 그를 만류하는 소서노.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러한 행동이 두 남녀의 성격 차이를 보여준다. 주몽이 성취욕이 강한데 반해, 그녀는 남을 배려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소서노는 왕위계승자를 뽑기 위한 검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도, 왕위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녀 자신이 죽은 선왕의 외동딸로서, 왕위를 빼앗으려는 연무발의 음모에 의해 어린 시절에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바꾼다. 드디어 연무발과 최후의 일전이 시작되는데. (중략).

한국 고대사 건국신화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 소서노. 고구려와 백제를 세우는데, 그녀는 크나큰 역할을 했다. 주몽과 함께 고구려 건국에 주도적으로 나섰는가하면, 그녀의 아들 온조와 함께 고구려를 떠나 남하해서 백제를 세우는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그녀에 관한 이야기 중에서 놀랍기도 하고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주몽이 자신을 찾아온 전처(前妻)의 아들 유리에게 왕위 계승을 선포했을 때, 소서노가 적극적으로 이의나 반대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구려 건국에 있어서 남편 주몽 못지않게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고 이미 왕위를 계승할 아들이 두 명이나 있으면서,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전처의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는 걸 묵묵히 지켜볼 아내가 누가 있을까. 더욱이 부부는 물론이고 피를 나눈 형제조차 서로 칼을 겨누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권력’의 속성 아닌가.

영화 그 이상의 매력

엑스칼리버 포스터.
엑스칼리버 포스터.

뮤지컬 ‘소서노’가 고구려 건국을 소재로 했다면, 이와 유사하게 신비감이 느껴지는 건국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있다. 바로 영국을 탄생시킨 아더왕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엑스칼리버’, ‘카멜롯의 전설’, ‘킹 아더’ 등을 비롯해 여러 편이 제작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작품성이 뛰어나고 신화 내용을 가급적 각색하지 않은 영화가 존 부어만 감독의 ‘엑스칼리버’(1981)다.

권위의식이나 차별을 두지 않는 지도자로 잘 알려져 ‘원탁의 기사’로도 불리는 아더왕. 이러한 점으로 그는 신하와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았지만, 개인적으론 불행했다. 바로 자신의 아내 귀네비어와 형제같은 친구 란셀롯이 불륜을 저질렀던 것. 영화에선 결국 분노를 억누를 수 없어 란셀롯을 살해하고, 아내와 결별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흥미로운 점은 뮤지컬 ‘소서노’에도 영화 ‘엑스칼리버’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주몽이 수족같은 부하들로 하여금 아내 소서노를 살해하라고 명령한 것. 가장 믿고 사랑했던 이가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충격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그러나 뮤지컬에서의 소서노는 영화 속 아더왕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스포일러라 더 이상의 내용은 밝힐 수 없고, 공연장에서 확인하기 바람.)

뮤지컬 ‘소서노’ 장면.
뮤지컬 ‘소서노’ 장면.
뮤지컬 ‘소서노’ 장면.

이번 서울예술단이 선보이는 뮤지컬 ‘소서노’의 가장 큰 특색은 전작들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 전문 무용수들이 펼치는 군무는 더욱 세련되고 역동적이며, 붉은 빛과 청색의 배합으로 연출하는 조명장치도 극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전작들의 무대장치가 다소 단조로운 아쉬움이 있었던 반면, 이번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 전투 신을 비롯해 장면과 조화를 이루는 세련된 무대 세트가 여러 번 등장한다. 한 예로 와이어액션으로 소서노와 연무발이 펼치는 결투 신도 멋진 볼거리.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좋다. 주인공 소서노역의 조정은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가창력을 선보였으며, 경쟁자 연무발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끝으로 뮤지컬 ‘소서노’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각본인데, 특히 극의 마지막 장면의 극적반전은 탄사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단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서가 아닌, 관객으로 하여금 그러한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각본 이상의 작품이 없다는 것을, 뮤지컬 ‘소서노’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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