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코리아’ 이연희(위)가 본선에 몸을 던졌다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가 미스코리아 진(眞)을 향한 본격적인 경선에 돌입했다. 비비화장품을 살리기 위해 미스코리아에 도전한 오지영(이연희)이 우여곡절 끝에 미스코리아 서울 미로 발탁되면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2일 방송되는 11회부터는 미스코리아 본선 합숙 무대의 뒷 이야기를 비롯해 미스코리아 진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꽃들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드라마는 제2막을 열게 된다.

2014년 현재 미스코리아의 위상이 더 이상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미스코리아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 못지않게 전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시상식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미스코리아 업계 명문의 퀸 미용실 마원장(이미숙)과 체리 미용실 양춘자(홍지민) 사이 팽팽한 신경전 역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인 것이 1990년대 압구정 등에 위치한 미스코리아 배출 미용실은 젊은 여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종종 신문 사회면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 시절 ‘미스코리아는 미용실이 만든다’라는 공식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실제 미스코리아 출신 유명 배우들이 토크쇼 등에서 “미용실 원장에 의해 발탁됐다”라고 종종 말한 적도 있으니, 드라마에서 마원장이 오지영이나 김재희(고성희)를 ‘길거리 캐스팅’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것 역시도 당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처럼 당시 미스코리아를 꿈꿨던 이들은 몇 달에 걸쳐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엉덩이로 걷는 등,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다소 원시적인 방법의 트레이닝을 받아야 했을까? 제작진은 드라마 속 미스코리아 선발 과정을 고증하기 위해 실제 미스코리아 출신의 자문을 얻었다. 주연배우 이연희도 실제 미스코리아 출신을 만나 따로 사전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 과정에 도움을 준 이들은 1997년도 미스코리아 선(善) 조혜영, 2001년 미스코리아 무크 정아름, 2002년 미스코리아 미(美) 기윤주 씨 등이 있다.

# 90년대 미스코리아 배출 미용실은 오늘날 아이돌 대형 기획사 수준

이중 정아름, 기윤주 씨는 실제 유명 미스코리아 배출 미용실에서 3~6개월 정도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조 씨 역시도 부산지역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다. 오늘날 대형기획사에서 연습생 신분으로 수년에 걸쳐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는 것처럼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90년대의 미녀들 역시도 재수, 삼수까지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다만, 미스코리아 지원 연령이 만 25세로 제한되어 있었기에 나이가 차면 더 이상 지원할 수 없었다.

이들이 거쳐온 이른바 ‘미스코리아 코스’는 미용실, 헬스클럽, 차밍스쿨이 삼위일체가 돼 최단 3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에 종류도 다용하고 비용도 천차만별이었다고.

미용실은 지망생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피부관리를 책임졌다. 몸매는 헬스클럽에서 다듬었다. 드라마에서는 미용실에서 몸매관리까지 하는 것으로 묘사됐지만, 당시에도 헬스클럽에서 과학적인 기계의 도움을 받아 미끈한 다리와 날씬한 허리를 만드는 후보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차밍스쿨은 무대 매너와 말투 등을 담당했다. 이외에도 실전대회를 겨냥하기 위한 모의 면접으로 이상형 등의 시시콜콜한 질문부터 정치 경제 등 시사문제까지 예상문제를 100~200개 정도 마련해 모범답안을 암기해 미스코리아 특유의 말투로 대답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속 미스코리아 트레이닝법

# 90년대 미인의 기준은?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김재희가 마원장에게 “172cm 키에 신체 사리즈는 36-26-36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1990년대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한 사이즈가 36(가슴)-24(허리)-36(엉덩이)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 대회에 돌입하면 미인을 가리는 기준은 더욱 엄격했다고.

1993년 미스코리아에 관련된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 당시 미인의 조건은 이마가 넓고 반듯해야 하며 코는 오똑하고 가슴은 탄력성이 있고 처져서는 안되며 허리부분과 대퇴부의 각도는 125도 내외를 이루어야 한다는 등 비교적 까다로웠고, 이 조건을 갖추기 위해 후보들은 걷는 법을 따로 배우는 것은 물론, 마원장이 오지영에게 가슴수술을 권했던 것처럼 성형수술을 하는 후보들도 있었다.

#실제로도 벽에 붙어 서는 등 드라마에서 나온 것과 같은 트레이닝을 받았을까?

드라마 ‘미스코리아’에 자문을 해준 미스코리아 출신에 따르면, 드라마 속 트레이닝법은 거의 실제 일어난 일이다. 몸매라인을 살리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벽에 붙어 서있고, 엘리베이트 동작에 엉덩이 걷기, 토끼뜀 뛰기를 땀이 비오듯 흐를 때까지 했다고 한다. 특히 다리를 일자로 붙이기 위해 교정을 받았는데, 체리미용실 양원장의 대사처럼 ‘똥꼬’에 힘을 주면 일시적으로 다리가 붙어보여 그런 방법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또 퀸 미용실에서 금 마사지를 하는 장면이 나온 것처럼 전문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그러나 기초체력은 보통 본인의 노력으로 운동하고 관리했으며, 식이요법을 지금처럼 철저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몸매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살을 찌워야 했던 후보들도 많았다고 한다.

오지영이 드라마에서 ‘와이키키’라고 말하며 웃는 대목이 여러번 등장하는데 실제로도 미스코리아 미소를 연습하기에 적합한 낱말이라고. 거울을 보고 수시로 연습하면서 안면근육이 풀릴 수 있게 했다. 미스코리아 출신들은 이 모든 과정이 미용실 원장의 엄격한 코칭 속에서 이뤄진 것이며 웃는 법이나 걸음걸이는 교관 스태프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개인이 집에서 별도로 연습하는 양도 엄청났다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퀸 메이커 이미숙(가운데)과 강력 후보 고성희(왼쪽)와 이연희
최고의 미인이 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웠다. 타고난 미모가 있더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었던 것이 그 시절 미스코리아 왕관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미스코리아’는 이제 엘리트 코스를 밟는 퀸 미용실의 김재희와 2% 부족해 보이나 열정만큼은 엄청난 체리 미용실 신선영(하연주) 그리고 경험이 전무한 비비화장품 회사 전직원의 패기 속에서 개인적으로 훈련을 한 오지영의 삼파전이 펼쳐지게 된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친 미인이 미스코리아의 왕관을 쓰게 될 것인가?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MBC ‘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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