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남자, 뜨겁다. 지구에 온 지 벌써 400년이나 됐는데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이 젊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외모며 백과사전을 능가하는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 카리스마 있는 말투도 멋지지만 무엇보다 조금씩 사랑에 빠지면서 허당기 어린 면모를 보이는 점도 기존의 기품있는 모습에 매력을 더해준다.

1609년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에서 떨어져 한국 땅에 정착한 인물,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은 과연 지난 400년간 지구에서 뭘 하며 살아온걸까? 드라마 제작진을 통해 얻은 도민준에 대한 정보를 통해 그의 과거를 파헤쳐봤다.

작품 속에서 드러났듯, 도민준은 외계인이라는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수십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출생신고와 사망신고를 해 왔다. 주기적으로 직업과 거주지를 바꾸고 때로는 외국 생활도 해 온 만큼 다양한 직업도 가졌다. 물론 이름도 그때 그때 트렌드에 맞게 새로 짓곤 한다.

집안 서가에 쌓여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서적이 보여주듯, 지난 10년간은 로마와 한국을 오가며 고서적이나 미술품을 거래하는 일을 해 왔다. 그 전에는 메릴랜드 대학 천체물리학 교수의 조수 일을 하며 여러 논문을 발표해왔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도민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400년을 살아온 만큼 천체물리학 수학 생물학 의학 심리학 미학 종교학에 이르는 방대한 지식의 보유자다. 그동안 하버드대 학위도 따고 의사로도 일했다. 다년간의 여행 경험을 통해 세계 각국의 언어와 문화에도 능통하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모습에서는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래 오래 살아야 할 지구가 인간들의 욕심으로 더럽혀지는 게 싫어 환경운동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도 하고 일회용품도 잘 안 쓴다.

인간을 믿지 않기에 도와준 일도 거의 없지만, 조선땅을 처음 밟았을 때 만난 소녀와 15년 전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한 소녀를 구해준 적이 있다. 그런데 천송이의 얼굴에서 자꾸 그 소녀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곤 한다.



지구에 온 400여년의 세월 중 300여년의 조선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남들이 잘 모르는 고어나 사자성어, 속담에 능통하다. 말투에서 알 수 있듯 자신도 모르게 밴 유교사상 덕에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면도 물씬 풍긴다. 세월과 함께 자연스럽게 축적된 부도 상당한데 이는 조선시대에 주로 형성된 재산이다. 1720년쯤엔 지금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를, 1801년엔 현재의 서울 잠실 땅을 싼 값에 매입한 후 일약 부동산 재벌이 됐다.

때문에 돈을 벌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땅에서 튀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기 위해 평범한 직업을 가져왔다. 민준이 온 고향 행성은 지구와 흡사한 환경을 지닌 곳으로 모든 면에서 지구인보다 우월한 이들이 사는 곳이다. 과연 민준은 이제 막 싹트려는 천송이와의 사랑과, 40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고향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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