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에서 계속) 단순히 카피곡을 노래하는 가수에서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한 민채는 정규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10곡을 준비했다. 이동섭이 앨범에 들어 갈 노래의 편곡을 구성해 오면서 제작은 속도감을 보였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정규앨범이 아닌 EP로 방향을 잡자 민채는 내심 실망스러웠다. 에반스 측에서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에게 10곡이 담긴 정규앨범은 부담스럽다고 판단하고 신중한 행보를 선택했던 것. “이번에 EP 내고 다음에 정규앨범 내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홍대표님이 위로를 해주시더군요. 사실 녹음작업이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아 정규앨범은 무리였어요.”(민채)

EP앨범으로 앨범의 정체성을 결정짓고 가을이라는 계절감과 힐링과 안식이라는 분위기로 콘셉트를 잡아 선곡 작업을 했다. 일단 대중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으로 추려진 것 같다. 선곡과 트랙 배치 작업은 치열했다. 처음 4번 트랙으로 생각한 미셀 뽈나레프(Michel Polnareff)의 커버 곡은 강한 느낌으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홍세존 대표의 의견으로 1번 트랙으로 결정되었다. 타이틀곡은 의견수렴 결과 민채 곡 ‘라라라’와 이동섭 곡 ‘외로움이 서툴러’가 박빙이었다. 민채의 데뷔EP는 보컬이 중심에 있는 앨범이기에 앨범 재킷 디자인도 문제였다. 앨범 재킷 전면에 일러스트 디자인이나 그림이 아닌 촌스럽게 크로즈 업 인물사진으로 배치한 것도 이런 저런 내부 의견을 조율한 결과라 한다. 수려한 외모의 신인 뮤지션 얼굴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영리한 포석으로 보인다.


사실 앨범의 커버 이미지는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신인이기에 회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지만 앞으로는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음악에 화룡첨정을 찍는 앨범 이미지 결정에도 고민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름도 처음엔 김민채 본명으로 그냥 사용할까 생각했어요. 이름만 사용하려니 처음엔 왠지 아이돌 가수들을 따라가는 것 같고 가벼운 느낌이 들었는데 간단하니 부르기도 쉬워 마음에 들었습니다.”(민채)

팝 재즈,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로 채색된 민채의 데뷔앨범은 재즈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재즈적 질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다. 슬프지만 따스한 음색의 그녀 목소리는 기타리스트 이동섭의 개성 넘치는 편곡과 베이스 정영준, 드럼 허여정, 피아노 이하윤의 연주를 통해 빛을 발했다. 경쾌한 느낌의 타이틀 곡 ‘라라라’와 인트로의 하모니카 연주와 감각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이동섭 곡 ‘외로움이 서툴러’ 등은 진솔한 사랑 이야기와 위로의 기능을 발휘하는 노래들이다. “데뷔 싱글은 팝 재즈 스타일이고 무엇보다 한글 가사여서 쉽게 공감하시고 편안하게 들으실 수 있는 노래들입니다. 타이틀곡 ‘하트 오브 골드(Heart Of Gold)’는 아름다운 마음 순수한 마음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음악을 대하는 마음,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앨범 명을 그렇게 정했습니다.”(민채)


가장 좋아하는 트랙과 가장 힘들게 작업한 노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앨범 준비하면서 즐거운 마음이 90%였지만 과연 앨범이 음악적으로 제대로 나올까를 비롯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붙들고 연습실에 갔는데 바로 나왔던 노래가 타이틀 곡 ‘라라라’이고 마지막 곡 ‘4월30일’이 4시간 이상 붙들고도 나오질 않아 가장 힘들게 쓴 곡입니다. 그 노래는 2012년 4월 30일 날 쓴지라 가제로 제목을 ‘4월 30일’로 정했는데 가사가 붙지 않아 고민스러웠는데 듣는 분들은 처음 듣고도 금방 공감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어렵게 완성한 이유도 있지만 짝사랑 내용을 담은 ‘4월 30일’이 개인적으로 편곡도 가장 마음에 듭니다. 사람들은 음반의 마지막 곡까지 잘 듣지 않기에 제일 좋은 곡을 마지막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곡까지 들으시는 분들에 대한 일종의 보답인거죠. 처음부터 확 들러나는 것 보다 천천히 드러나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민채)

민채가 창작한 타이틀 곡 ‘라라라’는 ‘위로’와 ‘힐링’이라는 대중음악의 기본 미덕을 발휘하는 노래다. 80년대 초 디스코 전성시대를 풍미했던 아라베스크의 익숙한 팝송 ‘헬로 미스터 몽키(Hello Mr. Monkey)’도 그녀의 손길을 타면서 원곡과 기존의 번안곡과 차별되는 그녀의 노래로 둔갑해 있다. 경쾌 발랄한 원곡이 플루겔혼의 연주가 더해져 그녀 특유의 느릿한 스타일로 표현되어 기분 좋은 웃음이 슬쩍 터져 나온다. ‘트루 러브(True Love)’는 나른하고 편안한 그녀의 음색이 가장 돋보이는 노래로 아련한 추억 속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꽃피는 춘삼월에 발표할 예정인 정규앨범에는 EP때 아껴준 4곡을 포함해 총 10곡 정도가 담길 예정이다. 에반스 라이브 때 들었던 ‘햇살’이란 따뜻한 노래는 봄의 느낌이 강해 EP에는 빠졌지만 정규앨범에 수록될 예정이다. “EP에 들어간 2-3곡을 다시 녹음해 부를 것인지 새로운 노래로만 구성할 것인지 아직도 구상중이다. 제가 20살 시절에 좋아하는 메탈밴드 건스앤로지스 ‘스윗 차일드 오 마인’을 보사노바로 커버한 노래도 부를 예정입니다.”(민채)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은지 어떤 노래를 지향할 것인지 궁금했다. “일단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냈기에 너무 좋습니다. 저는 추억을 꺼내 듣는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들어요. 제 목소리가 이쁘다, 노래를 잘 한다 이런 거 말고 제 음악을 통해 누군가 지난날을 추억할 수 있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제가 신나고 행복하게 불렀던 노래들이 누군가에게 오랜 친구가 될 수 있는 음악을 오랫동안 많이 부르고 싶습니다.”(민채)



글,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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