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첫방송을 앞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는 여러모로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사극과 판타지, 코미디와 멜로가 한데 섞인 듯한 복합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설정 속에 개성 강한 캐릭터를 주 무기로 하고 있다.
여기에 이 작품으로 14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전지현과 MBC ‘해를 품은 달’로 20대 청춘 스타로 등극한 김수현의 만남 등 호화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로맨틱 코미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겠다”는 연출자 장태유 PD의 출사표는 실현될 수 있을까? ‘별에서 온 그대’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SBS ‘별에서 온 그대’
# 사극과 판타지 드라마의 만남‘외계에서 떨어진 인물과 톱스타의 사랑이야기’라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목격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광해 20권에는 1609년 가을 강원도 간성, 원주, 춘천 등지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가 출몰했다는기록이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이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를 타고 조선 땅에 온 외계인이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서울에 살고 있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시작된 이야기다. 무려 400년 이상을 서울에서 살고 있는 도민준(김수현)은 어느 날 안하무인의 톱스타 천송이(전지현)를 만나 대립과 반목을 거듭한다. 그러나 송이가 400년 전 처음 조선땅에 떨어져 만난 이화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놀란 민준은 이후 위기의 순간에 놓인 송이와 운명적으로 조우하면서 사랑을 엮어간다. 이처럼 사극적인 요소에 판타지성을 가미한‘별에서 온 그대’는 기존 로맨틱코미디물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로맨스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연출자 장태유 PD는 “드라마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비선형적인 구조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어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새로움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 외계인과 톱스타, 개성넘치는 캐릭터의 만남두 남녀주인공 캐릭터도 범상치 않다. 4세기에 걸쳐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 살고 있는 ‘외계인’ 도민준은 ‘까면 깔수록’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내용 투성이다.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수십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출생신고와 사망신고를 해주고, 트렌드에 따라 이름도 바꿔주는 그는 지구에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이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은 출중하다. 매의 시력과 늑대의 청력을 가졌고 놀라운 속도로 이동할 수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지력마저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신분 노출을 염려해 어떤 인간과도 깊이있는 관계는 맺지 않고 고고하고 격조있게 홀로 사는 삶을 즐긴다. 때문에 인간이 말하는 사랑에 대해서도 몹시 시니컬하지만 그런 그가 천송이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반면 천송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소녀 가장이 되다시피 하며 시작한 배우 생활은 그녀에게 ‘인생은 혼자’라는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제멋대로라 적도 많지만 송이의 철칙은 확실하다. ‘이 바닥에선 일 잘하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고 ‘잘 나가는 사람이 갑’이라는 것. 그런 그녀가 재수강 과목 담당 교수 도민준을 만나 자꾸만 굴욕적인 상황에 놓인다. 이후 정상에서 추락하는 경험을 맛보게 되는 송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민준과 맞닥뜨린다.
‘자기애’에서 출발한 두 남녀주인공 캐릭터는 전지현, 김수현 두 배우의 연기로 맛깔스럽게 조직됐다. 극중 천송이처럼 실제로 10여년 간 톱스타 자리에 있는 전지현과 나이답지 않은 카리스마와 연기력을 지닌 김수현 등 두 사람의 조합은 영화 ‘도둑들’에서 맛보기로 등장했던 두 사람의 로맨스 호흡을 다시 한번 기대하게 해 준다.
배우 박해진, 김수현, 전지현, 장태유 PD, 유인나, 신성록(왼쪽부터)이 16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새 드라마스페셜 ‘별에서 온 그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재치 만점’ 박지은 작가 + ‘섬세한 연출력’ 장태유 PD‘내조의 여왕’ 시리즈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 ‘쩐의 전쟁’의 장태유 PD의 조합은 얼핏 보면 생소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재치넘치는 대사로 현실적이고 발랄한 톤의 작품을 집필해 온 박 작가와 디테일을 중시하는 섬세한 연출력으로 인정받은 장 PD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조우했다.
작품에서 박 작가는 극중 안하무인인 천송이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빠르고 경쾌한 리듬감있는 대사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설국열차’ 등을 패러디한 내용 등으로 코믹적인 요소를 많은 부분 가미했다. 또 ‘내조의 여왕’이나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처럼 현실 세태를 반영하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공감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선굵은 사극에 조예가 깊은 장 PD는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력과 함께 스토리의 힘을 살릴 것으로 기대가 된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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