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2일 시즌3′ 2013년 12월 15일 오후 06시

다섯 줄 요약
해가 질 때까지 캠핑용품을 얻어 정해진 장소로 돌아와야 하는 ‘비포 선셋” 미션은 이름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데프콘과 김종민을 대표로 팀을 나눠 각자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은 박진감과 함께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레는 걱정’을 입가에 짓게 만든다. 좌충우돌 풀 코스 식사와 함께 드디어(!) 시즌 3에서 첫 입수를 한 정준영. 그리고 바보형 김주혁의 계략은 다음 주에는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확연하게 업그레이드 된 ’1박2일’이 “다들 재미들 있으십니까?”

리뷰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진짜 사나이’가 모든 것을 갖춘 상태에서 서서히 방전되는 ‘캐릭터-예능’이라고 한다면 ’1박2일’은 시즌 1부터 지금까지 결핍을 채우며 서서히 충전되는 ‘자급자족형 예능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즌 3 또한 전지전능한 PD가 정해준 물적 조건 내에서 결핍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연진들의 살풍경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시즌2까지 다소 무기력해보였던 출연진들이 한껏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인물들로 바뀌며 초기 ’1박2일’의 정신을 다시금 계승한 것 처럼 보이는데, 퍽 성공적이라 할 수 있으며 케릭터들 또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프로그램의 설정 속에 잘 녹아든다.

사실 시즌 3이 다시 방송된다고 했을 때 이제 그 명성은 모두 끝난 줄 알았다. 메인 MC였던 강호동이 빠지고 PD까지 부재한 상태에서 다소 혼란스러웠던 시즌 2가 시즌3에서 다시 재기에 초반 성공한 데에는 결핍을 채우기 위한 ‘헝그리 정신’ 이 진정성 있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를 자동차 이름으로 착각하는 등의 무지같은 언어 유희는 모범생과 같은 ‘진짜 사나이’와 ‘우리 결혼했어요’의 출연진들에 비해 훨씬 신선하다.

문제는 시즌 3 또한 강호동과 같은 메인 MC가 없다는 것. 프로그램의 흡입력을 좌지우지하며 지류를 정리하는 계기와 역할자가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범작(혹은 태작)같았던 시즌 2를 답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로운 포멧을 전시하거나 힘의 배분을 통하여 케릭터들을 정돈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신선한 강자들의 조합이 유쾌할 따름이다.

수다 포인트
-이제 클래식 연주가 울러퍼지는 결혼식 피로연에 가면, 나도 모르게 연주자들에게 돈까스를 흡입시켜드려야 할 것 같아요.
-스케일링 후 댁의 잇몸은 안녕들 하십니까?(그 공짜 스케일링, 나도 한 번 받고 싶구려)

글. 강승민(TV 리뷰어)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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