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방송화면

tvN ‘응답하라 1994′ 16회 12월 13일 오후 8시 40분

다섯줄요약
빙그레(바로)는 복학 사실을 알리기 위해 쓰레기(정우)를 찾아가는데 쓰레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의예과 족보를 전해준다. 복학 이후 처음 참가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빙그레는 술에 잔뜩 취하고 다음날 북한산에 올라가야 하는 미션을 받고 힘들어하지만, 소리 없이 나타난 쓰레기가 도와줘 무사히 등정을 마친다. 삼천포(김성균)와 윤진(도희)은 군대에 간 해태(손호준)에게 면회를 가고 해태의 선임들이 윤진에게 관심을 보이며 여자친구냐고 묻자 얼떨결에 ‘그렇다’고 대답한다. 쓰레기는 교수를 따라 동기들과 함께 부산으로 파견근무를 떠나게 되고, 나정(고아라)은 쓰레기와 못내 아쉬운 이별을 고한다.

리뷰
진부한 것은 힘이 있다. 진부함은 낡아서 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오래되어서 익숙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쓰레기-나정-칠봉으로 이루어지는 삼각관계가 딱 그렇다. 삼각관계는 이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소재이자 설정이라 지겨울 법 한데, 막상 빠지면 또 아쉬운 법이다. 크리스마스도 막상 당일보다는 그 전까지가 설레듯, 남녀의 사랑도 다 이루어져 평탄할 때보다는 적당한 삼각관계의 긴장이 있을 때 지켜보는 맛이 배가 된다. 삼각관계가 한 주 정도는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괜시리 ‘진부함’이 그리워서 하는 투정이다.

삼각관계 대신 신촌하숙을 드리운 것은 신입생 OT와 정동진이었다. 자신이 익숙했던 자리에서 벗어나 처음 딛는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 대해 막연하게 겁을 먹고 있었던 빙그레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한 번 부딪혀보기로 한다. 그는 첫 걸음을 떼는 자리에서 그 누구의 후배도 아닌 채 술잔을 연거푸 들이킨다. 고되지만 남들보다 조금 먼저 홀로서기를 해야했다. 그래도 그에겐 자신의 발을 보며 산을 오르라던 선배 쓰레기가 있었다. 그리고 당당히 ‘흑장미’를 외치다가도 수줍게 다가와 ‘족보’를 주겠다던 또다른 선배 진이(윤진이)가 있었다.

해태의 군부대에서 얼마 멀지 않다는 이유로 삼천포는 윤진에게 정동진에 가자고 조르지만 윤진의 태도는 단호했다. 정동진이라. ‘고현정 소나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한동안 정동진은 수능을 마치고 난 고3과 갓 연인이된 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낭만화된 장소였다. 삼천포에게 정동진은 장소로서 의미를 가지기 보다는 윤진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그런 삼천포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는 윤진의 마음은 싫음보다는 두려움에 가깝다. 그녀도 그저 자신의 감정과 미래를 모르는 스물 셋의 청춘일 뿐이다.

무언가 해보겠다는 뜨거운 마음만으로는 모든 게 흐릿한 계절이지만, 그들에겐 같은 길을 먼저 간 선배와 같은 길을 같이 가고 있는 사랑이 있다. 그래서 괜찮다.

수다포인트
-패닉의 ‘달팽이’ 나올 때 넋이 빠진 듯한 성동일의 표정은 혹시 김진표의 색소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이적의 패션센스 때문이었을까요?
-대.반.전. 전설의 ‘다이다이’가 윤진이 일줄은!
-역시 ‘수제비 씹다만 얼굴(성동일 대사)’의 싸움 연기는 지존입니다. 존재감 ‘갑’입니다.

글. 톨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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