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 ‘건축학 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성공과 함께 불기 시작한 대중문화계 ‘추억 바람’은 올해도 이어졌다. 가요계에서는 조용필, 이문세 등 1980~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성공적인 컴백을 알린 데 이어 90년대 가요의 리메이크 바람이 이어졌고 영화계에서도는 ‘러브레터’ ‘터미네이터 2′ ‘중경삼림’ 등 90년대 인기 작품의 재개봉이 줄줄이 이뤄졌다. 브라운관에서는 MBC ‘일밤 – 진짜 사나이’ 케이블TV tvN ‘푸른 거탑’ 등이 ‘군대 예능’이라고 칭해지며 군대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고 90년대 초반을 무대로 한 tvN ‘응답하라 1994′는 하반기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같은 ‘대중문화의 추억 소환’은 90년대 청년기를 보낸 지금의 30~40대들이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이 왕성한 세대가 된 점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계속된 경제 불황도 자연스레 ‘순수했던 그 시절’을 불러오는 데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올 한해 다양한 방면에서 추억을 소환한 대중문화의 면면을 되짚어봤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올해 브라운관 속 ‘추억 바람’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성인 남자들에게 군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 MBC ‘일밤 – 진짜 사나이’를 비롯,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바람과 하반기 히트 드라마로 떠오른 케이블TV tvN ‘응답하라 1994′까지 다양한 콘텐츠에 담긴 추억 코드가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 연예인들의 실제 군대 체험기를 다룬 MBC ‘일밤 – 진짜 사나이’는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군대에 대한 추억을 자극했다. 군대생활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군대리아’ ‘맛다시’ 등 군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각종 먹을거리와 훈련의 추억, 내무반 생활의 희로애락을 구체적으로 담아내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보다 좀더 일찍 선보인 케이블TV tvN ‘푸른거탑’ 시리즈도 ‘군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월 tvN ‘롤러코스터 2′의 코너로 출발해 올해 1월 독립편성된 ‘푸른거탑’은 최고시청률 2.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지난 9월부터는 프리퀄(prequel, 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에 해당하는 ‘푸른거탑 제로’가 전파를 탔다.

이들 프로그램은 달라진 2013년의 군대와 개개인의 군대생활을 비교하는 묘미와 더불어 설렘과 아픔, 즐거움 등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 ‘군대’라는 키워드를 생동감있게 묘사해 내면서 추억 속 군대를 브라운관에 이끌어 내 코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제작된 일본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 SBS ‘수상한 가정부’, MBC ‘여왕의 교실’, KBS2 ‘직장의 신’,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지상파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가 한창이었다.

먼저 올 초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해 남자주인공 조인성이 제대 후 첫 복귀를 성공적으로 이룬 데 이어 시청률과 작품성 모두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은 화려한 영상미와 한국적인 줄거리 각색을 통해 2002년 방송된 일본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KBS2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 SBS ‘수상한 가정부’ 등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작품이 차례로 전파를 탔다.

특히 ‘직장의 신’은 ‘미스 김’이라는 기업에서의 계약직 이슈와 갑을 관계 등을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가정부 미타’를 리메이크한 ‘수상한 가정부’는 등장인물들의 잇단 자살 등의 내용이 한국 드라마 설정으로는 다소 어색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tvN ‘응답하라1994′

방송계 ‘추억’ 코드의 가장 큰 불을 지핀 작품은 무엇보다 케이블TV tvN의 ‘응답하라 1994′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7′로 추억 소재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시험했던 tvN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의 추억사냥에 나섰다.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등 90년대 대학생이었던 현재 30~40대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로 출발한 이 작품은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을 가미시키면서 10~20대들의 감성과 소통하는 데도 성공했다.

여기에 이승환 015B 신해철 등 1990년대 가요계 황금기를 수놓았던 드라마 속 음악도 작품의 성공을 견인하는 큰 요소로 꼽히고 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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