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희영은 해마다 한국에서 음반을 발표했다. 최근 발표한 2집 ‘슬립리스 나잇(Sleepless Night)’는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뜻처럼 자신의 가장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는 새벽 감성의 진한 향기가 배어 나온다. 노랫말은 모두 영어로 이뤄져 있지만, 듣다 보면 노래의 정서에 취해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감성에 젖어들게 된다. 실제 노랫말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 공감과 함께 애잔한 정서를 전달한다. 앨범 트랙 후반부, 결국 희망을 찾는 듯한 노랫말은 마치 앨범 전체가 기승전결을 이루는 듯한 스토리텔링까지 느껴진다.
“스토리텔링을 의도하지 않았어요. 우연히 트랙리스트가 그렇게 됐어요. 자세히 보면 정말 첫 곡 ‘인튜이션(Intuition)’ 같은 곡은 이야기의 시작 부분이 맞는 거 같아요. 제일 끝 곡 ‘왓츠 어 걸 투 두(What’s a Girl to Do)?‘는 조금 밝은 곡이에요. 이만큼 행복해지기 위해 시간이 걸렸지만 희망들이 있다고 노래하는 곡이에요.”
이번 앨범은 미니 앨범과 정규 1집에 이어 한국에서 발표하는 세 번째 앨범. 이전 앨범에서는 희영이 작사 작곡만 맡았지만, 이번에는 직접 프로듀싱까지 해냈다. 수록곡들은 그간 뉴욕에서의 각종 공연에서 선보여 온 곡들을 정비한 결과물들이다.
고교 시절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음악을 발견했던 희영은 습관처럼 시를 썼다. 그래서 늘 수첩이나 일기장을 들고 다니며 가사를 짓거나 휴대폰에 메모한다. 특히 자신이 프로듀싱까지 맡은 이번 앨범에는 기타 치며 흥얼거리면서 작곡한 곡들로 곡을 만들 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자랑스러운 곡들을 담았어요. 한국은 음악을 한 곡씩 다운로드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앨범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고 싶었어요. 그중에서도 ‘위스키 투 티(Whiskey to Tea)’의 작곡이 제일 자랑스러워요. ‘쇼 미 왓 유브 갓(Show Me What You’ve Got)’은 편곡가로서 능력을 보여준 곡이에요. 악기를 그냥 연주하지 않고, 멜로디 하나하나 디렉팅에 신경 썼다. 연주가 한꺼번에 이뤄지지만 하나하나 만져서 최종적으로 들었을 때 마음에 드는 사운드가 나오게 만들었어요.”
희영은 자신의 음악에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담고자 했다. 그의 음악을 듣다보면 벤조와 만돌린 소리로 인해 컨트리 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희영은 “사실 컨트리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음악을 만들고 나면 컨트리 음악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자신의 음악을 의도하지 않고 만든다고 말했다. 녹음 방식도 자유로웠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야외에서 생생한 사운드를 담았다.
“한 차에 악기를 실고 친구 두 명과 함께 뉴욕 외지 오래된 헛간이랑 옛날 교회에서 녹음했어요. 원테이크로 한 번에 노래를 담았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어요. 저번 앨범에서 아쉬웠던 점은 음악이 감정을 전달하기에 큰 역할을 하는 거라 들었는데 스튜디오에 앉아서나 서서 녹음을 하다보면 정확하게 음도 맞춰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베테랑이 아니어서인지 감정 조절을 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서 불 다 꺼놓고 작은 조명만 켜놓고, 처음에 지었던 그 곡을 정말 감정 원래대로 살려 부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희영은 왜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노랫말을 지었을까? 대부분의 한국 리스너들에게 영어로 된 노랫말은 가사 전달보다 그 곡 느낌 자체로 감상하게 만든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물었지만,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미국에서 곡을 쓰기 시작해서 그런지 팝송을 많이 들었고, 음악 스타일이 팝이기 때문에 가사가 한글인데 음악이 팝인 것이 어색했어요. 한국말로 곡을 쓰려고 하지만, 언어에 따라서 멜로디라인이 바뀌기도 해요.”
그렇다면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활동하는 희영이 보기에 두 나라 관객은 어떻게 다를까? 희영은 “한국 관객은 좀 더 집중해서 음악을 들어요. 미국은 웬만한 큰 공연장을 가도, 다 바(Bar)가 있고 술을 마시면서 자유롭게 공연을 봐요. 한국은 그런 분들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음악에 집중을 하니 관객의 나에게 집중하는 게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희영은 정규 2집을 발표하면서 예전보다 좀 더 오래 한국에 머무르며 공연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사울도 12월 중순께 한국을 찾아 함께 공연한다. 오랜만에 한국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렘을 표한 희영은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제 음악을 듣고 많이 공감하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가사가 위로를 준다기보다 음악 자체를 듣고 마음이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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