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 속에 등장한 음식, 양이 엄청나다

“아따, 어머니 이래가지고 뭐 남는게 있대요?”

신촌하숙집 해태가 식탁 앞에서 하숙집 아주머니이자 동기 나정의 엄마인 이일화에게 한 말이다.

마산 출신의 이일화 씨는 1994년 ‘하숙계의 큰 손’으로 불리며, 대학가 하숙촌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인물. 고무대야에 나물을 무치고, 1인분도 10인분처럼 만들어내는 그녀. 객지 생활하는 하숙생들을 자식같이 여겨 넉넉하게 챙기는 따뜻하고 정 많은 성격 탓에 벌어진 일이지만, 가끔은 과하다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일화의 남편인 성동일은 엄청난 식탁 앞에서 “자자, 겁먹지들 말고 얼른 씹자”라며 아이들을 격려(?)하기 바쁘다.

지상파를 위협하는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풍경이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한 음식, 대형잡채나 간장게장 등이 화제가 됐으며 심지어는 최근 쑥쑥이를 임신해 요리가 힘든 이일화 대신 성동일이 만들어낸 카레라이스 까지도 괜히 입맛을 자극한다.

그런데 궁금증 하나, 다소 과한 양의 이 음식들은 실제로는 누가 만드는 것이며 또 이 음식들은 전부 어떻게 처리하는 걸까?

최근 텐아시아와 만난 ‘응답하라 1994′ 빙그레 역의 B1A4 바로를 통해 힌트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는 “실제 음식의 맛도 어마어마해서 ‘먹방’을 노린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먹방을 하고 있더라. 잡채도, 꼬막, 전어도 모두 무척 맛있었고 특히 김치는 최고다!”라고 말했다. 또 바로는 “실제로는 하숙집 주방 뒤에 또 다른 부엌이 있어 그곳에서 스태프 분들이 음식을 만드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현장감을 살려내기 위해 먹는 신을 찍기 직전까지 열심히 요리하시고 바로 갖다 주신다”라고 귀띔했다.

추적에 들어갔다. 신촌하숙집의 상징이 돼버린 이 엄청난 음식을 만드는 스태프가 누구인지. 알고 보니 서명혜 미술감독이었다. 영화 ‘접속’을 시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을 비롯해 ‘여자 정혜’, ‘비스티 보이즈’,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등에서 활약해왔으며, tvN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을 통해 처음 드라마 작업을 하기도 한 그녀는 올해 17년차 베테랑 미술감독.

그런데 서명혜 미술감독, ‘응답하라 1994′ 탓에 이제 요리에까지 도전하기에 이른다.

‘응답하라 1994′ 속 식탁 풍경, 엄청난 양에 인물들이 기겁하는 모습이다

Q. 감독님이 음식까지 하시는 줄은 몰랐다. 원래 미술감독이 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까지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인가.
서명혜 미술감독 : 그런 것은 아니다. 보통은 요리 전문가를 따로 쓴다. 나 역시도 ‘이웃집 꽃미남’을 할 때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일했다. 그런데 드라마 작업 특성 상 현장에서 하루 종일 대기를 해야 하고 또 음식의 맛이 떨어지는 점 등 특수한 상황에 이분들이 많이 힘들어하시더라. 중간에서 조율하는 내 입장도 힘이 들더라. 이번에는 예산도 줄여볼 겸, 그런 중간 과정을 생략할 겸 처음으로 실제로 음식을 해봤다. 게다가 ‘응답하라 1994′에는 대단하고 예쁜 요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흔히 먹을 수 있는 가정식이라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다. 지금도(인터뷰 당일인 26일 오후) ‘응답하라 1994′ 현장에서 백숙을 해주고 돌아가는 길이다.

Q. 출연배우들은 음식 맛에 대해 극찬을 하더라. 특히 김치가 그렇게 맛있었다고 하던데, 원래 요리에 소질이 있는 편이었나.
서명혜 미술감독 : 아니, 김치만 특히 사온 것인데(웃음). 사실은 요리를 안 해보고 살았다. 평소에 요리를 할 때도 딱 레시피대로만 하는 편이었고. 맛있다고 해주셔서 신나서 하고 있다. 그리고 실은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작업을 할 때 편의점에서 실수로 상하기 직전의 음식을 가져간 적이 있었다. 그 때 그걸 먹는 신을 찍던 배우가 인상을 쓴 기억이 있다. 확실히 느낀 것이 ‘맛있는 음식을 맛없게 연기하는 것은 쉽지만, 그 반대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후부터는 음식 역시도 중요한 소품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시청자들이 알 길은 없지만 소품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맛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Q. ‘응답하라 1994′의 음식은 맛은 둘째 치고 양이 엄청나지 않나. 보통 얼마나 만들어내야하나.
서명혜 미술감독 : (하숙집) 인원이 9명~10명 정도고 반찬을 한 가지만 할 수 없다. 또 접시에 수북히 쌓여야 하기에 생각보다 많은 양을 만들어 내야한다. 테이블 양쪽도 다 채워야하니까. 거의 20인분을 만든다고 보시면 된다. 또 화제가 된 대형잡채의 경우, 이를 훨씬 웃도는 양이었다. 60인분을 삶아 냈던 기억이 있다.

Q. 가장 많이 만든 음식은 역시 대형잡채였겠다.
서명혜 미술감독 : 그렇다. 잡채는 여러 번 만들어야 했다. 스케줄이 조금씩 바뀌는 탓도 있었고, 당시가 한여름이었는데 반나절만 지나도 상하더라. 매번 현장에서 계속해서 만들었다. 또 잡채가 나오는 신을 여러 차례 나눠찍는 바람에 더 그랬다. 극중에 쓰레기로 나오는 정우 씨가 ‘잡채가 계속 새끼를 치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Q. 정말 놀랍다. 그렇다면 그 음식은 찍고 나면 어떻게 처리되나.
서명혜 미술감독 : 보통 남은 음식은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식사로 드신다.

Q. 하숙집 주방 뒤편에 부엌이 따로 있어 그곳에서 요리를 한다고 하던데.
서명혜 미술감독 : TV에는 보이지 않지만 주방 뒤로 베란다가 있다. 그곳에 가스레인지와 휴대용 버너 등을 설치해 열심히 만든다. 최대한 먹기 직전에 만들어서 내려고 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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