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옥상달빛 쇼케이스 현장

아이돌그룹 빅스와 인디밴드 옥상달빛이 제대로 통했다. 11일 빅스와 옥상달빛은 ‘와이.버드 프롬 젤리피쉬 아일랜드(Y.BIRD from Jellyfish Island)’를 발표하며 독특한 만남을 공개했다. 이어 이들은 14일 오후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가지며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

빅스와 옥상달빛은 먼저 ‘와이.버드 프롬 젤리피쉬 아일랜드’의 수록곡 ‘아임 어 보이, 유아 어 걸(I’m a boy, You’re a girl)로 쇼케이스를 시작했다. 빅스의 막내 혁의 귀여운 탬버린 연주가 돋보인 이 곡은 연상연하 커플의 티격태격 로맨스를 가사로 풀어낸 경쾌한 곡이다. 옥상달빛 멤버 김윤주는 “옥상달빛의 기존 노래는 사랑보다 인생에 관한 노래다. 빅스와 인생 이야기를 하자니 막내 멤버 혁과 열한 살 차이가 났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낸 뒤, “그래서 연상연하 커플 느낌으로 곡을 썼다”고 작사 배경을 밝혔다. ‘아임 어 보이, 유아 어 걸’에는 라비의 독특한 랩 가사도 인상적이다. 라비는 ‘내 스펙 좀 봐. 183cm 65kg, 식스펙 좀 봐’라며 직접 자신의 스펙을 공개한 랩으로 눈길을 끌었다. 다시 한 번 들려달라는 MC 박은지의 요청에 라비는 무반주로 랩을 한 뒤, 온몸을 떨며 부끄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어 엔도 라비의 랩을 “180cm, 63kg. 자리 잡으려고 하는 식스팩. 그래도 내가 아줌마로 보여?”라며 재치 있게 개사해 불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빅스-옥상달빛 쇼케이스 현장

옥상달빛과 빅스의 콜라보레이션은 빅스 엔과 옥상달빛이 KBS 라디오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에서 함께 게스트로 출연해 친분을 쌓은 인연에서 시작됐다. 옥상달빛 김윤주는 “엔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라며 엔을 칭찬한 뒤, “그런데 엔도 그걸 잘 안다. 처음엔 엔군의 사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이제는 빅스의…”라며 빅스와 함께한 작업이 즐거웠음을 드러냈다.

빅스와 옥상달빛의 호흡은 토크 코너인 ‘연애모의고사’에서도 드러났다. 연애하면서 헷갈리는 여자의 속마음과 남자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들춰보는 시간인 ‘연애모의고사’는 현재 인디밴드 10cm 멤버 권정열과 연애 중인 김윤주의 활약을 비롯해 옥상달빛의 현명한 대답이 눈길을 끌었다. 그때마다 라비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요”라며 감탄을 자아냈으며 빅스 멤버들은 저마다 귀엽고 순진한 모습을 보였다. 인디밴드의 성숙함과 아이돌그룹의 상큼함이 묘하게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모의고사 결과, 켄이 이상적인 답변으로 환호를 받으며 ‘로맨틱 켄(줄여서 로켄)’으로 등극했다.

빅스-옥상달빛 쇼케이스 현장

빅스와 옥상달빛은 변집섭의 ‘희망사항’을 리메이크해 부르며 분위기를 더욱 달궜고, 옥상달빛이 그들의 히트곡 ‘없는 게 메리트’를 부르는 무대도 꾸며졌다. 클라이막스는 ‘와이.버드 프롬 젤리피쉬 아일랜드’의 타이틀곡 ‘여자는 왜’ 무대였다. 빅스 멤버들이 모두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노래를 시작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한 편의 로맨틱 뮤지컬을 보는 듯한 짧은 상황극 안무와 함께 어깨를 들썩이는 귀여운 율동까지 더해졌다. 보기 드문 옥상달빛의 어깨춤과 라비의 손을 잡고 무대 중앙으로 나오는 옥상달빛 박세진의 각목 같은 어색한 모습이 풋풋함을 자아냈다. 어색하면서도 귀여운 순간들이 ‘여자는 왜’가 가진 감성을 살렸으며, 전혀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과 인디 밴드의 만남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이돌 그룹과 인디밴드가 동등한 위치에서 하나의 음악을 완성했다는 의미도 크지만, 빅스의 훌쩍 자란 실력까지 함께 볼 수 있었다. 서브보컬인 엔과 홍빈이 자신의 맡은 바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했으며 특히 엔은 늘어난 실력만큼 파트도 늘어나 매력을 발산했다.

아쉽게도 빅스와 옥상달빛은 쇼케이스를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빅스는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하며 활발한 해외 활동과 함께 11월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대규모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다. 옥상달빛도 12월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