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데뷔한 아이돌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이돌은 단연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은 힙합을 주무기로 삼고,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해내는 탄탄한 음악적 실력과 함께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더했다. 1집 EP 타이틀곡 ‘엔오(N.O)’로 활동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절도 있고 박력 있는 동작들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좋은 집, 좋은 차 그런 게 행복일 수 있을까’라며 10대들을 대변하는 메시지와 함께 가사를 적절히 살린 동작들도 눈에 띈다. 댄스 브레이크 외에 화려한 군무는 없어도 노래의 디테일까지 살린 동작들이 비장한 멤버들의 표정과 함께 어우러져 무대를 살린다. 이들에 대한 음악방송 카메라워크의 관건은 힙합이라는 장르에 맞는 리듬감을 살리는 것과 깨알 같이 숨겨져 있는 포인트들을 잡아내는 것이다. 과연 어떤 음악방송이 ‘엔오’ 속에 담긴 메시지와 춤을 가장 잘 살렸을까?# 포인트 1) 정국의 1절 시작 : 인기가요 > 엠카운트다운 > 뮤직뱅크
(* 10월 5일에 방송된 MBC ‘쇼!음악중심’은 영암 F1 특집으로 야외 특설 무대에서 진행돼 카메라워크에 한계가 있어 제외했다.)
랩도 하고, 노래도 하는 정국은 랩으로 1절의 포문을 연다. ‘꿈! 없어졌지, 숨! 쉴 틈도 없이’에서 ‘꿈’, ‘숨’에 라임이 중요하며, ‘학교와 집 아니면 PC방이 다인 쳇바퀴’에서 제이홉과 지민만이 정국의 양 옆에서 안무를 소화하는 것이 포인트다. ‘인기가요’는 ‘꿈’과 ‘숨’을 클로즈업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줌 아웃하면서 라임을 살렸다. 뒤이어 정국이 손짓하는 방향에 따라 제이홉과 지민을 차례로 비춰주면서 포인트를 잡았다. ‘엠카’는 ‘꿈’과 ‘숨’에서 화면의 시점을 바꾸는 방법으로 라임을 살렸고, 제이홉과 지민은 풀샷으로 잡아 두 명을 드러냈다. 그러나 두 명이 춤을 춘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지만, 단순한 풀샷은 허전한 느낌을 자아냈다. 게다가 측면 풀샷을 잡으려 시도하다가 지민의 얼굴이 너무 가까이서 잡히는 실수를 보였다. ‘뮤직뱅크’는 한 타이밍을 늦은 카메라워크를 계속 보였다. ‘꿈’에서는 여유로운 측면 풀샷, ‘숨’에서는 뒤늦은 클로즈업을 했다. 이어 ‘1등을 강요’에서는 정국이 앞을 가리키고, 뒤이어 나머지 멤버들이 앞을 가리키는 동작이 나오는데 ‘인기가요’는 이 포인트를 잘 살렸지만, ‘엠카’는 늦은 줌 아웃, ‘뮤직뱅크’는 정국 클로즈업을 고수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 포인트 2) 슈가의 랩 : 엠카운트다운 = 뮤직뱅크 = 인기가요
슈가의 랩에서 포인트는 세 가지다. ‘우릴 공부하는 기계로 만든 건 누구?’의 안무와 3:3으로 나눠지는 안무 그리고 슈가가 멤버를 등에 밟고 올라서는 안무다. 먼저 슈가가 ‘공부하는 기계’라며 랩을 시작할 때 멤버들이 슈가를 둘러싼다. 제이홉만이 슈가에게 팔을 뻗는데 슈가는 마치 기계를 돌리는 것처럼 제이홉의 팔을 돌린다. ‘엠카’는 이 부분에서 카메라에도 진동을 주면서 팔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인기가요’와 ‘뮤직뱅크’도 팔을 돌리는 것은 놓치지 않았지만, 카메라 효과는 없었다. 3:3으로 나눠지는 안무에서는 ‘뮤직뱅크’가 ‘틀에 가둔 건’이라는 가사에 맞게 철창을 통해 방탄소년단을 비춰 노래를 살렸다. ‘인기가요’는 풀샷과 3명의 클로즈업을 통해 3:3 안무를 적절히 잡았다. 밟고 올라서는 안무는 모든 방송사가 확실하게 잡았다. 카메라 효과를 준 ‘엠카’와 가사를 적절히 살린 무대 세트의 ‘뮤직뱅크’, 멤버들의 디테일한 대형을 확실히 파악한 ‘인기가요’ 등 각 방송사의 특색이 드러난 부분이었다.
# 포인트 3) 랩몬스터의 랩 : 엠카운트다운 > 인기가요 > 뮤직뱅크
랩몬스터의 부분은 카메라 효과의 중요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어른들이 하는 고백’이라고 랩몬스터의 랩이 시작될 때, 랩몬스터를 둘러싼 멤버들이 갑자기 손을 뻗고 손가락을 움직이며 어른들의 무서움을 표현한다. ‘엠카’는 이 부분을 카메라의 진동과 화면 효과를 통해 나타냈다. ‘인기가요’도 비슷한 효과를 줬지만, ‘엠카’보다 임팩트가 약했고, 관객들의 머리가 화면 하단을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다. ‘뮤직뱅크’는 앵글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멀리서 풀샷을 잡아 오히려 안무의 임팩트를 살리지 못했다.
# 총평) 인기가요 > 엠카운트다운 > 뮤직뱅크
같은 앵글이라도 카메라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노래가 전달하는 느낌은 달라진다. 군무나 포인트 안무를 정확하게 앵글 안에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자나 리듬에 따라 카메라 움직임에 변화를 준다면 가수의 안무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SBS ‘인기가요’는 앵글과 움직임 모두 잘 살렸다. ‘투 더 스카이(to the sky)’ 부분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멤버들의 손동작을 과하지 않게 클로즈업했고, ‘어른들은 내게 말하지’ 부분에서 오버랩 효과를 줘 노래의 아련한 분위기를 더욱 살렸다. 줌 아웃, 줌 인을 활용해 랩의 라임이나 강조되는 단어를 살렸다. 엠넷 ‘엠카운트다운’도 ‘인기가요’와 비슷한 수준의 카메라워크를 선보였지만, 안 보이는 부분까지 디테일을 살린 것은 ‘인기가요’였다. 게다가 ‘인기가요’는 불과 같은 특수효과도 있었다. 다만 ‘인기가요’에서 댄스브레이크를 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KBS2 ‘뮤직뱅크’는 놓치는 안무 없이 무난한 카메라워크를 선보였고 ‘인기가요’처럼 불을 사용했지만, 박자감을 살린다거나 화면 효과를 주는 부분에서 디테일이 아쉬웠다.
글,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KBS, SBS,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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