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장면.

1930년대 초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남녀 혼성 은행강도,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 바로 이 두 남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 Clide)가 2013년 9월 한국 무대에 처음으로 올랐다.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한 만큼, 극의 내용이 관객들에게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지난번 소개한 ‘스칼렛 핌퍼넬’이 철저히 흥행을 염두하고서 만들어진 픽션이라면, ‘보니 앤 클라이드’는 갖가지 흥행요소가 깃들어진 픽션 영화 같은 실화다.

작품 속 미국의 실상

이 뮤지컬의 시대배경은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경기침체를 불러왔던 대공황. 1929년 10월 24일 이른바 ‘암흑의 목요일’에 있었던 뉴욕증권시장 붕괴를 계기로 시작된 대공황의 여파는 도시는 물론이고 농촌에도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이 작품의 경우,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농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키(Okies: 서부 황진지대의 황폐한 땅에서 생활의 기반을 잃고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이주한 농민을 지칭)들이 부상을 당한 채 경찰에 쫓기는 보니와 클라이드를 도와주는 장면이 대표적인 경우. 농민에게 은행은 은행강도인 주인공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기보다는 농민 자신을 착취한 세력으로 간주됐다. 클라이드도 이와 유사한 입장인데, 그의 부모 역시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그럼 어째서 당시 많은 농민, 특히 남부와 중서부의 농민들이 토지와 농장 등 생활의 모든 기반을 잃는 참당한 상황에 처해졌을까? 이러한 배경에는 이들 지역이 소위 황진지대(黃塵地帶)로서, 엄청난 먼지폭풍과 한파로 인해 토양이 황폐화되었기 때문이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역시 이러한 황진지대에 있던 주인공 일가(一家)의 험난한 여정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어쨌든 ‘보니 앤 클라이드’에 등장하는 서민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주인공 두 남녀도 포함되어 있다. 뮤지컬에 나오진 않지만 보니는 4살 때 아버지를 잃고 고등학교 재학 중에 결혼하고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클라이드 역시 참혹한 가난으로 어렸을 때부터 범죄와 인연을 맺었던 것이다.

영화의 명성에는 못 미치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장면.

2011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이래 2년 만에 한국 무대 초연으로 기대를 모은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서 1967년 개봉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아서 펜 감독)의 명성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여기에는 영화와는 다른 뮤지컬만이 지닌 ‘임팩트’가 약해서라고 보여진다. 영화의 경우, 주인공 두 남녀가 무려 100여 발의 기관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절명하는 라스트 장면이 압권이다. 영화가 개봉된 지 40여 년이 지났음에도 관객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적인 장면을 가볍게 표현한 뮤지컬은 관객에게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임팩트를 보여줘야 했다. 여기에는 ‘잭 더 리퍼’처럼 극적인 반전도 있을 수 있고, ‘엘리자베스’처럼 장대한 무대 세트를 설치할 수도 있고, ‘오페라의 유령’처럼 중독성강한 뮤직넘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보니 앤 클라이드’는 이 세 요소 중 그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 것 같다.

주인공 클라이드(한지상 분)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 무대 구성과 장면 전환의 세련됨, 특히 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영화의 명성이 너무나 컸던 것일까, 아니면 뮤지컬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던 것일까.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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