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은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가곡의 형식에 의문을 던진다. 본래 여창가곡은 한국 고유의 정성시인 시조에 곡조를 붙인 15곡으로 구성된다. 이기쁨은 연애, 친구의 죽음, 실연 등 지극히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엮었다. ‘시시꼴꼴, 겨우서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1984년생 수다쟁이가 꾸미는 21세기형 전통가극이다.
가사뿐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현대 대중음악의 향취를 느껴볼 수 있다. 9곡 중 ‘계면조 평롱’은 궁중음악부터 아방가르드 음악까지 아우르는 전 방위 음악가 장영규(어어부 프로젝트)가 편곡했다. 한국 전통악기인 소금과 기타, 콘트라베이스 등의 현대악기는 평롱을 ‘마론인형’으로 바꿔 놨다. 또한 즉흥적인 가창(improvisation)이 배치돼 스릴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이기쁨은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다. 현재 강단에서 전통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김희현 밴드의 일원으로 재즈클럽에서 공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 중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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