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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입성이었다. 상업광고 출신의 조셉 코신스키는 눈을 호사스럽게 하는 형형색색의 3D SF 영화 <트론: 새로운 시작>(2010년)을 들고 할리우드에 안착했다. ‘이야기가 없다’는 혹평 속에서도, 감독의 이름이 주목받은 건 시각효과가 빚어내는 탁월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오블리비언>은 전작에서 ‘영상은 수준급, 이야기는 낙제급’이라는 극과극의 성적표를 받았던 코신스키가 내놓은 두 번째 영화다. 감독 자신이 작업한 그래픽노블이 원작이다. 애석하게도 스크린으로 옮겨진 <오블리비언>은 전편의 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다. 영상미는 관객의 넋을 놓게 할 정도로 빼어나지만, 영상에서 파생된 이야기들은 납작하다. 과거의 행적을 코신스키는 망각하고 있는 것일까.



관람지수 10.

부산사나이 톰 아저씨의 SF 치.정.멜.로(?) –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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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이라는 멋진 제목처럼 이 영화는 레테의 강을 건넌 한 남자의 이야기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남자가 느끼는 정체성 혼란과 조작된 현실이 이야기의 화두다. 하지만 기억의 삭제에서 오는 진실게임은 이미 <토탈리콜>,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인셉션>등 많은 SF 영화들이 ‘즐겨찾기’ 해 온 소재라 새로울 게 없다. 특히 <트론: 새로운 시작>에서 “난 네 아비다”를 응용한 “난 네 아비가 아니다”를 선보였던 코신스키는, 이번엔 “난 네 조물주다”로 또 한 번 <스타워즈>와의 통신을 시도하고 있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잭 하퍼의 매력 역시 크지는 않다. 톰 크루즈는 이미 “당신은 누구인가?”(<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물었었고, ‘불가능한 임무’를 부여받았었으며(<미션 임파서블>), 외부의 침입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우주 전쟁)> 경험이 있다. 톰 크루즈의 손끝에서 지구가 살아난 게 도대체 몇 번인가. 인류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톰 크루즈를 상상하기란 식은 죽 먹기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스토리만큼이나 텁텁한 뒷맛을 남기는 건, 방만하게 펼쳐놓은 이야기를 깔끔하게 주워 담지 못한 마무리다. 이 영화에서 망각의 위험에 노출된 건 톰 크루즈만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 잠시 딴 짓을 했다가는, 자칫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지적블록버스터’여서라기보다는, 전후 문맥과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꼼꼼하게 이어붙이지 못한 연출력의 부재로 느껴진다. 영화 후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의 쾌감이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누구인가’를 살피게 된다면, (앞에서 애기했듯) 비주얼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배우의 모공이 훤희 들여다보일 정도로 미세한 화질은 차치하고,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폐허가 된 지구’는 역설적이게도 아름답다. 건축학을 전공한 감독답게 미래의 주거 공간 또한 끝내주게 축조했다. 전면이 통유리창으로 만들어진 스카이타워는 강남 사모님들의 소유욕을 부추길 정도로 멋들어진다. 음악을 고르는 안목 또한 지나칠 수는 없는데,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은 ‘음악이 영화에 미치는 긍정의 힘’을 한껏 뽐낸다.



결국 코신스키는 비주얼리스트로서 자신이 지닌 브랜드 가치를 입증해 보이지만, 취약점으로 평가받는 이야기가 진화했음을 증명해 보이진 못했다. 앞으로도 코신스키를 수식하는 단어는 ‘유망주’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두 작품을 끝낸 감독이 아직도 ‘유명주’라는 소리를 듣는 게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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