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 2013 월드투어 블루문 홍콩공연

한류라는 것의 실체, 벌써 여러 차례 목격한 것이지만 볼 때 마다 새삼스럽고 신기하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한국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공연 몇 시간 전부터 긴 줄을 서 기다리는 외국 소녀들의 모습, 아티스트들의 뻔한 무대 위 밀당에 자지러지는 소녀들의 울부짖음, 떠듬떠듬 한국말로 “오빠! 사랑해요”를 외치는 이들의 함성은 매번 보면서도 눈이 의심스러워 지는 현실이다.

10일과 11일 양일간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Asia world expo Arena)에서 보이밴드 씨엔블루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들은 한국밴드로는 사상 첫 월드투어라는 경이로운 타이틀로, 앞서 대만, 태국과 싱가포르 공연을 마치고 홍콩에 다다랐다. 이후에는 오는 25일과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공연을 거쳤다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 필리핀, 중국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말레이시아 등에서 공연이 남아있다.

홍콩 현지에서의 반응은 신기할 정도로 뜨거웠다.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아이돌 멤버들이지만 언제 이렇게 한류스타로 성장했나 싶어 놀라웠고, 한류의 여전한 위용이 다시 한 번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공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빌보드는 더 이상 먼 꿈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 씨엔블루 멤버들의 가슴 벅찬 설렘을 대신 느껴볼 수 있는 순간이 됐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7,000여명의 관객들은 씨엔블루 멤버들의 등장을 알리는 조명이 켜지자마자 일제히 기립해 환호하기 시작했다. 대형 모니터로 멤버들의 얼굴이 소개될 때에는 예외 없이 찢어질 듯한 환호성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더욱 신기한 것은 객석의 대부분은 역시 10~20대 여성팬들이 채웠지만, 무대 군데군데 적지 않게 중년 여성들과 심지어 남성 팬들까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20대 홍콩 현지인 남성팬은 기자들이 자리를 채운 프레스석 바로 앞에 자리해 공연 중 멤버들이 부른 대부분의 곡들을 따라 부르며 환호했다. 이 남성팬은 기자에게 “정식 팬클럽 멤버는 아니지만 나는 2년 전부터 씨엔블루를 너무 좋아하는 팬이다. 오늘 여기에 올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전했다. “대부분의 관객이 여자인데 불편하지는 않나”라는 질문에 “조금”이라며 웃더니 “그래도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의 등 뒤로 꽤 정확한 발음으로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20대 중국 여성팬은 “씨엔블루는 색깔이 있는 밴드로 확실히 각인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씨엔블루가 특히 남자 팬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밴드 음악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는 남자들 중 씨엔블루를 좋아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10일) 공연에서도 정말 많은 남자팬(Boy fans)들이 왔더라. 공연장의 20%는 남자 팬들이었던 것 같다”며 이런 현상을 설명했다.

이들은 볼 때마다 신기한 마법같은 이름의 한류의 증거인 셈이다.

씨엔블루 2013 월드투어 블루문 홍콩공연

씨엔블루의 공연은 팬들의 열띤 환호를 받는 한류스타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줬다 평할 만 했다. 공연 내내(앵콜 타임 제외) 의상 한 번 갈아입지 않았고, 밴드공연인만큼 화려한 군무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때문에 모든 멤버들이 조금의 휴식도 없이 이어지는 공연에서도 지치지 않고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가창력도 연주도 흠잡을 데 없었으며, 공연 초반에는 록 스피릿(rock spirit)이 비교적 충만한 곡들로 꾸며 씨엔블루만의 특색을 살려내는데 주력하더니, 중반부부터는 ‘사랑빛’, ‘외톨이야’, ‘직감’ 등의 히트곡들로 팬들과 더욱 열성적으로 호흡했다.

감동에 벅찬 듯 멤버들은 공연 사이사이 “I love Hong Kong!”, “Hong Kong, Are You ready?”를 연거푸 외쳤고, 그 때마다 7000여명의 관객이 들어찬 객석이 울렁였다.

무대에 오른 이들도, 무대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이들도 모두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2시간여의 공연이었다.

10. 궁금증 1. 씨엔블루 공연 티켓의 가격은 어느 정도? 소속사 FNC의 자료에 따르면, 10일과 11일 홍콩 공연 티켓긔 가격은 한화로 약 16만원 상당이다. 좌석에 따라 차등이 있는데 최저 880 홍콩달러(한화 약 12만3,200원), 최고 1480 홍콩달러(한화 약 20만7,200원)다.

10. 궁금증2. 한국에서 해외 뮤지션들이 내한공연을 하면 스타들이 관객으로 참여해 화제가 되는데, 씨엔블루의 공연에는 그런 경우는 없었을까? 있었다. 소속사가 파악하기로는 Pakho Chau (싱어송라이터, 1984년 생), Ella Koon (배우 겸 가수, 1979년 생), Phil Lam (싱어송라이터)이 참석했다.

10. 궁금증3. 씨엔블루는 대체 언제부터 홍콩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것인가. 워너뮤직 관계자 Andy Leung에 따르면, 초기에는 역시 한국 드라마를 통해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Andy Leung은 씨엔블루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는 주요 요인으로 록이라는 장르의 특징을 꼽았는데, 홍콩 현지인들이 록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바탕으로 씨엔블루가 록밴드로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되면서 비교적 남자답고 성숙한 느낌으로 어필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씨엔블루의 최신 음반인 ‘Re:BLUE’는 홍콩 최대 음악 사이트 HMV Hong Kong의 차트에서 16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고도 강조했다.

홍콩 =글. 배선영 기자 sypova@tenasia.co.kr

사진. FNC 제공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