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외로(?) 진중하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깐족거리는 밉상’ 이미지가 왠지 실제 모습과도 비슷할 것 같은데 차분히 인터뷰를 이어가는 어투에서는 오히려 앵커 시절의 정확함이 읽힌다. 치열한 프리랜서 시장에서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 가는 명확한 전략과 신중함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깐족’은 콘셉트였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순간 “내 진정성은 <루시퍼>로 발견됐다”며 위트 섞인 농담도 잊지 않는다. “야생에 나왔으니 일단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려 한다”는 그는 짬이 날 때면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체크하고 자신에 관한 기사를 검색·포스팅하며 스스로 ‘좋아요’를 누르는 적극성을 숨기지 않는다. 그게 앞길을 홀로 헤쳐 가야할 프리랜서 방송인의 자세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KBS를 나선 지 어느덧 8개월. MBC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 MBC에브리원 <오늘부터 엄마 아빠>, tvN <세 얼간이> <택시> JTBC <히든싱어> 등 다섯 개 프로그램 고정을 꿰찬 그는 그렇게 그간 어디에도 없었던 프리 아나운서 스타일을 구축해가고 있었다.

Q.프리랜서 선언 후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본인이 평가하기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나.
전현무 :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말이 딱 정답인 것 같다. 무조건 방송을 많이 하는 게 맞는 건 아닌 것 같고, ‘이 프로그램은 저 사람이어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진 성공적이라기보다 연착륙을 안정적으로 하고 있는 걸 거다.

Q.현재 5개 방송 프로그램 외 김연아 팬미팅이나 영화 <아이언맨 3> 프로모션 등 굵직한 외부 행사 진행도 많이 하고 있다.
전현무 : 재미있는 게 5개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모두 달라서 정신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각 프로그램 색깔에 맞춰 나를 다시 세팅해야 하니까.(웃음) 행사에서는 방송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깐족거리고 밉상인 캐릭터는 그대로인데 의외로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행사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특히 기업 행사는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Q.매 프로그램이나 행사마다 빠른 분위기 전환이 가능한가.
전현무 : 너무 분위기를 빨리 바꾸는 편이라 진정성이 없단 얘길 듣곤 한다. 좋게 말하면 팔색조 매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쟨 본질이 뭐냐’는 얘기가 나올만 한 것 같다.

Q.진정성이 없단 평가를 들으면 어떤가.
전현무 : 사실 KBS2<남자의 자격>을 하며 1년 내내 들은 얘기다.(웃음) 나도 눈물이 있는 사람인데,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한번은 KBS2 <1박 2일>에서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그런 면이 있었나’ ‘전현무가 우네’란 반응이 많아서 오히려 충격적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샤이니의 <루시퍼>를 처음 불렀을 땐 사람들이 엄청 싫어했다. 샤이니 팬들에게 “제발 하지 말아라”란 부탁을 받을 정도로. 지금은 신곡이 나오면 오히려 샤이니 팬들이 춤을 춰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미움에서 사랑으로 탈바꿈하는 걸 그 때 스스로 느꼈다. 진정성이 떨어진단 얘기를 듣더라도 지금은 야생에 나왔으니 각 프로에 맞게 나 자신을 바꾸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Q.사실 비호감 이미지를 전면에 들고 나온 프리 아나운서는 없었다.
전현무 : 종편이나 케이블 등 채널이 많아지면서 좀더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는 반경이 생겼다. 감사하게도 나처럼 되고 싶다며 연락해오는 사람들도 있고. 대중의 수요가 무척 다양해졌기 때문에, 정갈하고 전형적인 아나운서형 진행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좀 튀고 여러 가지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김성주 선배는 그 중간에 있는 것 같고.

Q. 본인이 지닌 이른바 비호감 이미지는 관심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반면 양날의 검처럼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방송을 오래 하려면 좀더 진중한 콘셉트가 낫지 않을까.
전현무 : 그래서 한쪽으로만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단독 진행을 하는 JTBC <히든 싱어> 같은 프로그램은 게스트들을 배려하는 기본 진행을 하면서 웃음을 주는 방식으로 한다. 깐족대는 이미지가 20% 정도라면 진행력을 80% 정도로 안배한다.

Q. 특히 깐족대는 이미지는 작은 말실수 하나에도 비난받을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전현무 : 두려움은 항상 있다. 그래서 늘 살얼음 걷는 기분이다. 시청자들은 강도 높은 웃음을 원하기도 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불편해한다. 그렇다고 일정 정도 수위를 맞추려고 무난하게 하면 ‘에이 전현무도 별로다’라는 평가를 들을 거다. 방송을 그만두는 그 날까지 외줄타기는 계속될 것 같다. 그러다 가끔 떨어질 때도 있고, 떨어지면 사과하면 된다.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는데 인정을 안하고 변명을 하다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다. 나도 몇번 떨어져봤지만 그 때마다 진심으로 반성하면 대중들은 다시 기회를 주시더라. 안정적으로 다리를 건너기보단 어딜 건너더라도 외줄로 건너고 싶다.

Q. 그 ‘외줄타기’의 수위를 정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스스로 설정한 가이드라인 같은 게 있나.
전현무 : 하다보니 몸에 배는 ‘감’ 같은 게 생기더라. 수위가 좀 올라갈 때 ‘이 정도에서 끊어야겠다’는. 초창기에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어 열정을 불사를 때는 그게 안 됐다. 가끔 4~5년 전쯤 방송한 걸 보면 ‘저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왜 했을까’하는 생각에 손발이 오그라든다. 피디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얼굴은 지금보다 늙어있고 정제되지 않은 처절한 눈빛의 내가 보이더라.(웃음) 확실히 방송은 하면 는다.

Q.예능감은 학습을 통해 개발한 것 같나.
전현무 : 난 노력형이다. 노력으로 이 정도까지 왔지만 분명한 건 노력으로 안 되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은지원, 김종민, 탁재훈 같은 사람들은 천부적인 감이 있다. 노력으로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워낙 자유롭고, 일반 사람들에겐 찾아보기 힘든 창의력과 장난기가 있어서 함께 녹화하다 보면 “어떻게 저런 얘기를 하지?”란 생각이 들곤 한다.

Q.가장 호흡 잘 맞는 파트너를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
전현무 : tvN <택시>를 함께 진행하는 김구라 형이다. 노력과 감이 겸비된 사람인데, 툭툭 튀어나오는 애드리브가 상상도 못할 부분이 많아 놀라곤 한다. ‘깐족계’의 선배들이라고 할 수 있는 신동엽, 윤종신 씨나 이수근 씨와도 잘 맞는다.



Q.최근 프리랜서 선언을 한 MBC 아나운서 출신 오상진과 비교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오상진이 햄릿형이라면 전현무는 돈키호테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전현무 : 술취한 돈키호테다(웃음). 오상진과 얼마 전 tvN <택시> 녹화를 함께 했는데 굉장히 순수한 친구란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나처럼 계산 빠르고 주도면밀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웃음). 둘이 비슷한 건 방송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 나중에 뭔가 같이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

Q.예능 쪽에서 개그맨들과의 경쟁이 피부로 와닿나.
전현무 : 그렇다. 분명히 할 수 있는 게 다르다. 아나운서 출신의 강점이 있고 예능인의 강점이 있는데 나는 그 사이에서 줄타기 하고 있는 것 같다.

Q.그런 면에서 항상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겠다.
전현무 : 모든 프로그램 시청률을 다 보고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항상 알려고 한다. 히트한 영화가 있으면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가서 보고.

Q.최근에는 방송계 트렌드가 어떤것 같나.
전현무 : 시청자들이 정말 설정을 싫어하는 것 같다. 예전엔 시청자들이 ‘많이 안다’고 했는데 요즘은 ‘다 안다.’ 어설픈 설정은 외면받기 십상이고 진정성있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남자의 자격>을 촬영할 때 (이)경규형이 ‘화두는 진정성이다’라고 했는데 그 땐 안 와닿았다. 들으면서도 속으론 ‘웃기는 게 장땡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말이 현실화된 것 같다. 꾸며서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건 요즘엔 안 통한다.

Q.늘 긴장감과 압박감이 많겠다.
전현무 : 안일해지고 편안해지는 순간 대중이 외면할 것 같다. 재능있는 사람이 넘쳐 나는 세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해야 할 것 같다. 힘들긴 한데, 기분 좋은 힘듦이다. 워낙 좋아하는 일이고 그걸로 더 대중에 다가가기 위해 나온 거니까. 편하게 돈이나 벌려고 했다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Q.기자에서 아나운서, 예능인으로 행보를 바꾸는 것을 처음부터 계획했나.
전현무 : 프리랜서가 될 거란 생각은 처음에 하지 못했다. KBS에 들어가면서 다른 아나운서와는 다르게 방송할 것 같단 생각은 했지만. 사실 프리랜서 고민은 2년 전부터 했는데 ‘내가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란 생각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이 정도면 승부를 걸어보자는 판단이 들어서 나왔다.

Q.조직생활을 떨치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전현무 : 두려움이 가장 컸다. 예능계가 얼마나 혹독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만만찮을 거라는 생각도 했고. 또 7년간 몸담은 KBS를 나오는 것도 마음이 굉장히 안 좋았다. 내가 겉보기보다 사람들을 참 좋아하는데 티가 잘 안 난다. 자기만 알 것 같고 이미지가 얄팍할 것 같고(웃음)

Q.서운하고 허전한 기분인가.
전현무 : 짠하다. 아직도 나왔다는 실감은 안 난다. 아무때나 들어가 아나운서실에서 인사할 수 있을 것 같고 예능국 가서 눌러붙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고. 함께 일하던 선후배들, 피디들 다 생각난다. 누가 출입금지를 한 것도 아닌데 잘 안 가게 되더라. 사실 가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데. 몇층에서 어떤 녹화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꽃집 아줌마, 약국 아저씨들 다 잘 있나 싶다. 나간다고 했을 때 청원경찰 아저씨가 그냥 있으면 안되냐고 굉장히 아쉬워했었다. 되게 고마웠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잠깐 이별하고 있지만 곧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Q.예능 프로그램 말고 또 도전하고 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전현무 : 신동엽 선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폭이 매우 넓은 사람이다. 진행도 연기도 예능감도 모두 좋다. 또 MBC <테마게임>이나 SBS <헤이헤이헤이>를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자란 세대라 그런지 시트콤을 해보고 싶다.

Q.10년 후쯤엔 어떤 모습이고 싶나.
전현무 : 지금은 어떤 목표를 갖기 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든 어떤 새로운 모습 보여주는 게 관건인 것 같다. 진정성있는 매력을 보여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걸 사람들이 본 적이 없기 때문에(웃음)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