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무서운 이야기2〉의〈탈출〉3인방, 감성과 병맛 사이 -①
-<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영화 <무서운 이야기2>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옴니버스 공포물이자 시리즈물이다. 지난해 1편이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음에도 2편을 선보인 그 ‘용기’가 가상할 정도다. <무서운 이야기2>는 <절벽> <사고> <탈출> 등 ‘3색’ 공포와 이 세 가지 이야기를 한 데 묶어주는 <444>로 구성됐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3색’ 공포는 각기 다른 색과 맛을 낸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도드라지는 이야기는 <탈출>이다. 영화 홍보자료에는 <탈출>을 ‘개병맛코믹호러판타지’란 듣도 보도 못한 장르로 소개하고 있다. <탈출> 편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과 주연을 맡은 고경표와 김지원, 이들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그래서 이 세 명을 한자리에 모았다.

Q. <탈출>은 <절벽>, <사고>와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다. 영화 전체 분위기의 일관성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정범식 감독 : 텐아시아에서 쓴 리뷰는 봤다. 유난히 도드라진다는 말도 있긴 한데 어찌됐든 만족하는 부분들이 많다.

Q. 1편에서도 마지막 편인 <앰뷸런스>가 유난히 튀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마지막을 유난히 튀는 작품으로 하는 게 콘셉트인가 보다.
정범식 감독 : 사실 1편 땐 구체적인 계획이 좀 없었다. 1편을 하고 나서 시리즈에 대한 기획과 설정 등이 구체화됐다. 공포를 기본 바탕으로,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자는. <절벽>은 심리공포, <사고>는 슬픈 공포, <탈출>은 웃기는 공포 등 약간은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시리즈를 계획했던 것 같다.

Q. 1편에 이어 2편에도 참여한 김지원 씨는 어떤가. 1편에선 연결고리 역할에 짧게 출연하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두 편 모두에 참여한 배우로서 보는 눈이 남들과 다를 것 같다.
김지원 : 지금 생각해보면 1편 때는 ‘무서운’ 것에 충실했던 것 같다. 반면 이번엔 스릴러 적인 요소가 많아져다. 호러라고 해서 무조건 귀신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도 풀어갈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 또 기존에 보지 못했던 ‘코믹호러’라는 장르도 알게 됐다.

Q. 만약 <탈출>이 <해와 달>처럼 감성이 강조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범식 감독 : 원래 감성적인 부분이 있기도 했다. <탈출> 첫 촬영 때 묵었던 호텔이 <기담> 때 묵었던 그 호텔인 거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호텔방에서 통기타를 갖고 놀다가 <별들의 고향> 멜로디를 찾아냈다. 그래서 <탈출> 끝에 ‘가위로 눈을 찌르는 게 남자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에 그 음악을 넣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 음악이 깔리니까 다들 슬프다더라. 그랬다면 ‘병맛감성호러’가 됐겠지.
김지원 : 알고 보니 탄희가 교생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었다든지.
정범식 감독 : 탄희가 교생 선생님을 사랑했다면, 선생님은 마지막에 속삭이듯이 ‘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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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스틸" /><무서운 이야기2>-<탈출> 스틸



Chapter 1. 모험과 도전
<탈출>은 이들에게 모험이자 도전이다. 공포영화라고 했을 때 흔히들 예상하는 그런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더욱이 정범식 감독은 <기담>, <무서운 이야기>의 <해와 달> 편 등 ‘감성’을 내세운 ‘호러’물로 이름을 알렸던 감독이다. 그런 그가 이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 어느 누구라도 예상하기 힘들었을 터.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얼굴을 알린 고경표는 고병신 역을 맡아 그보다 더욱 더 ‘과한’ 코믹 연기를 펼쳤다. ‘사탄을 숭배하는 여고생’ 사탄희 역의 김지원은 엉뚱함은 여전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서 이전 김지원을 찾기란 상당히 어렵다.

Q. 전작 <기담>과 <해와 달> 등 감성호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탈출>로 ‘개병맛코믹호러판타지’를 시도했다. 도전해 보고 싶었던 건가.
정범식 감독 : 무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난 그냥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조금 다른 시도를 한 것이다. <기담> 이미지가 워낙 강해져서 ‘저 감독은 저런 것만 하나보다’라는 생각을 하시더라. 얼굴은 이렇게 생겼어도 원래 좀 웃기다. 하하. 옛날에 놀던 것처럼 한번 해볼까 싶어서 한 건데 좋게들 봐주셔서 다행이다.

Q. 배우들도 정범식 감독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을 텐데. <탈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정범식 감독 : 진짜 속마음은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상해도 이상하다고 얘기하긴 힘들지 않았을까. 요즘 인터뷰 보니까 ‘처음에 황당했어요’ 이렇게 얘기들을 하더라. 사실 처음엔 특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을지 불안한 느낌도 있었다. 제작사에서 <해와 달> 만드는 과정을 보고, 전폭적으로 신뢰해주셨다. 스태프들은 ‘재밌겠다’와 ‘이게 뭐에요?’, 반반이었다.
김지원 : 놀란 건 당연하다. 상상조차 못했다. <해와 달>도 너무 무섭게 봐서 한동안 택배를 경비실에 맡겼을 정도다. 그래서 이번 작품도 완전 호러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귀신으로 나오는 건가’ 생각하면서 열었는데 코믹호러더라.
고경표 : 한국 공포는 그 정서 때문에 보질 못하는 편이다. <기담>도 못 봤다. 관심을 떠나 무섭다. 물론 감독님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날 데리고 뭘 하시려는 거지?’ 싶었다. 내가 무서운 이미지는 아니지 않나. 시나리오를 열어보고 오히려 ‘다행이다’,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지원 : 우리끼리 칭찬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첫 대본 리딩할 때 많은 걸 느꼈다. 감독님께서 디테일을 다 생각해놓고 말씀해주시니까. 사실 시나리오를 4~5번 봤는데 잘 이해가 안 됐다. 이런 이상한 장르가 있나 싶기도 했고. 그런데 리딩할 때 그런 것들이 싹 해소됐다.
고경표 : 맞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대본 리딩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감독님 머릿속에 이야기가 잘 잡혀 있더라.
정범식 감독 : 보통 리딩할 때 배우들이 힘을 다 쏟지 않는다. 그런데 두 사람은 달랐다. 오히려 더 들어오더라. 내가 생각한 이상으로 본인들이 재밌어 했다. 그 에너지가 그대로 촬영장으로 연결됐다.

Q. 감독님이 아무래도 독심술, 최면술을 배우셨나 보다. 리딩할 때 배우들의 혼을 빼 놨나 보다.
일동 : 하하하.
정범식 감독 : 대사를 시키면서 탄희와 병신의 캐릭터를 찾아가게 해줬을 뿐이다. 그리고 ‘아 이렇게 찾아가는구나.’ 하고 즐겁게 리딩에 임했을 뿐이다.

[INTERVIEW]〈무서운 이야기2〉의〈탈출〉3인방, 감성과 병맛 사이 -①
-<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무서운 이야기2>-<탈출> 고경표, 김지원, 정범식 감독(왼쪽부터)

Q. 배우들의 이미지가 영화와 잘 맞아떨어졌다. 감독 입장에선 탁월한 선택일 수 있지만 두 배우들도 그럴까 싶다.
김지원 : 기존에 좀 엉뚱하긴 해도 조용하고 차분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그래서 오히려 ‘사탄희를 하면서 속시원했겠어요.’라는 반응이 많았다. 나 역시 기존 캐릭터와 사탄희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 걱정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기쁜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우리 영화가 ‘개병맛코믹호러판타지’ 아니냐. 그런 ‘병맛’ 같은 것이 볼수록 매력 있더라. 계속 보고,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고 또 보고. 캐릭터 이름들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사탄희나 고병신.
고경표 : 나도 지원이가 변신했다고 생각한다. 보통 여배우들이 눈썹 밀고 화장 진하게 하는 거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원이는 불평 없이 그런 걸 잘 해내더라. 그런 모습이 예뻐 보였다. 그리고 나 역시 지금의 병맛 이미지를 굳이 억지로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이미지를 대중에게 좀 더 보여줘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Q. 그런데 현장에서 ‘병신’이라고 불렀나?
김지원 :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다. ‘홍길동’(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이네. 크크. 그냥 오빠라고 불렀다.

Q. 병신이란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 아무리 신인이라도 배우 입장에서는 싫었을 것 같은데.
정범식 감독 : 사실 눈치를 좀 봤다. 그래서 원래 시나리오엔 병진으로 해놓고 현장에 가서 ‘병신’으로 해달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작품 회의할 때 본인이 더 세게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아랫도릴 까자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들으니 벗을 거면 팬티가 아니라 그냥 ‘맨살’로 벗자는 생각이 들더라. 그 후에 ‘병신’이라는 이름으로 가도 되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자긴 좋다고. 그래도 현장에서 병신아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더라. 다른 이름이었다면 캐릭터가 살지 않았을 것 같다. (2부에서 계속)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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