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2010년 해체공연 포스터

(part1에서 이어짐) 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 그는 홍대 앞에서 펑크밴드들과 황신혜밴드. 어어부밴드 같은 인디음악을 접하고 일본만화를 보고 받았던 충격을 받았다. 어느 날 펑크시대가 끝나고 모던 록의 시대가 도래 했다. “통기타 치며 앓는 소리를 하는데 제가 원하던 음악은 아니었어요. 그때 아마추어 콘셉트로 혼자 공연했던 아마추어증폭기의 무대를 보면서 펑크와 모던 록 사이에서 갈등하지 말고 빨리 오라고 허락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화여대 앞에 있었던 모던 록의 성지 클럽 빵에서 모두를 웃겨주겠다는 마음으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시실리아’와 급하게 만든 ‘사이보그 여중생 Z’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미역국을 먹었다. “취업 준비를 하다 혼자 통기타를 막치며 오디션을 봤는데 보기 좋게 떨어져 너무 경솔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여러 영화, 미술, 디자인 회사들에 입사했지만 체질에 맞지 않아 인턴 기간에 죄다 그만두었다.

2005년 대학친구가 마당이 있는 홍대 카페 ‘360알파’에서 설치작품 전시회를 하는데 오프닝 공연을 해달라고 제의했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회화과 후배 몬테소리와 칸초칸초 웅에게 잼배와 베이스기타를 줘서 3인조로 공연을 했다. 나름 반응이 좋았다. 공연 후 인디밴드 ‘레이디 퓌시’의 리더가 혐오감만 안준다면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하라고 해 출연료도 없이 나갔다. “불특정 다수가 혹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재미있어 일부러 노래 못하는 콘셉트로 충격을 주려했죠. 그땐 정말 과하게 퍼포먼스를 했는데 꽃 목걸이를 하고 가요들을 이상한 라틴음악으로 카피해서 불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잔 하러온 손님들이 저희 무대를 보고 깜짝 놀라서 ‘뭐야 이거’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이상한 아이들이 공연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페이퍼’지 기자와 첫 인터뷰까지 했다. 해프닝처럼 자료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려 했기에 “음반을 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 작업실을 산울림 극단 근처로 이사 온 클럽 빵 주변에 얻었다.

인근 클럽 바다비로 놀러갔다 술판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즉석 오디션이 되어 김간지를 영입해 잠시 4인조가 되었지만 칸초칸초 웅이 빌려온 베이스 기타를 잃어버려 3인조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악어떼’.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미소녀 대리운전’등을 만들어 불렀다. 최근 한국 인디 100대 명곡에 선정된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의 원곡은 제목도 없었고 화자가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살아난 가사로 수정했다. “당시 코엑스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호러요괴 박람회에서 미술 쪽 파트를 맡았어요. 초기에 공사하는 인부들과 함께 일했는데 저희를 고용한 갑이 적자가 나서 임금을 못주니 입장료에서 떼어서 나중에 주겠다고 해 부당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인부 아저씨들은 늘상 당하는 일인지 근처에 여관을 잡고 상관치 않더군요. 그래서 굉장히 단편적인 것 그 상황을 노동자의 시선으로 확 싸질러 보고 싶어 만든 노래입니다.”



당시 조까를로스는 자신의 노래는 “순전히 자극을 주는 것이었기에 음반으로 낼 가치도 없다”고 자기비하를 했다. 하지만 팬들이 생기면서 슬슬 창피해지고 책임감이 커져갔다. 2008년 밴드와는 다른 서정적인 음악을 지향했던 ‘학자금대출’이란 솔로 프로젝트 활동을 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장기하와 클럽 타에서 조인트 공연을 했다. 김마스터가 녹음해준 실황음원으로 EP로 내려고 했는데 묵혀만 두던 차에 붕가붕가레코드 곰사장의 제안으로 조까를로스, 몬테소리, 녹음 중에 입대한 김간지(멜로디언) 대신 들어온 후르츠 김(멜로디언)까지 4인조가 참여해 데뷔 EP를 발표했다. 2008년 마지막 날, 1000장 한정으로 발매한 데뷔 EP <악어떼>는 2개월 만에 조기 매진되는 예상치 못한 성과를 올렸다.

탄력을 받아 6개월 후 전문 연주자를 영입한 6인조 밴드 라인업으로 정규 1집을 발표했다. 이때의 멤버는 조까를로스, 후르츠 김에 휴가 나온 김간지가 타이틀 곡 ‘석봉아’에 랩과 멜로디언에 참여했고, 녹음 중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몬테소리의 빈자리를 정민아밴드, 하이미스터메모리의 드럼 유미가 채웠고 밴드 와이낫의 베이시스트 까르푸황(베이스 기타)도 합세했다. 처음 멤버들은 검은 테이프로 가짜 수염을 붙이고 공연을 했는데 수시로 떨어지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일이 커지면서 제가 멤버들 앞날을 막는 것 아닌가 자학했어요. 평생 음악을 해야 될 친구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 별명을 붙였지요. 까루푸는 불어로 ‘4거리’란 의미로 구인지 ‘교차로’가 생각나서 지었고 김간지는 본인이 스스로, 제 예명 까르로스는 라틴스러운 이름을 찾은 건데 제 조씨 성 자체가 뒤에 뭐가 붙으면 요상하게 의미가 강해집니다. 실제로 제가 좋아하는 황신혜밴드의 베이스가 조까지였어요(웃음).”

가짜 콧수염에 검정 선글라스를 착용한 멤버들의 마초적 이미지처럼 1집은 농담과 유머와 더불어 어둡고 칙칙한 삶의 이질적 정서를 실험적 가사와 라틴, 레게, 포크 등 다양한 장르로 엮어낸 독특한 음반이었다. 하지만 공상과학 만화영화의 추억을 되살리는 ‘싸이보그 여중생 Z’, 귀찮다는 이유로 귀를 잘랐다는 섬뜩한 ‘이발사 대니얼’, 표현금기적인 요소가 가득한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그리고 폭력적 표현이 가득한 명곡 ‘불행히도 삶은 계속된다’ 등 4곡은 ‘19금’ 판정을 받은 애들이 들으면 안 되는 노래들이다.

데뷔EP 악어떼(2008), 1집 고질적 신파(2009), 3황+불 비유통 EP 랑데뷰(2009), 캠퍼스포크송대백관사전 (2013) (왼쪽부터)

이들의 노래를 코믹송이나 엽기 송으로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가벼워 보이는 음악과 노랫말은 모두가 금기시했던 규격화된 현대 사회 질서의 틀에서 억눌리고 잠재된 성적 욕망과 폭력성을 통해 인간들의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2009년 10월 미니 앨범 ‘랑데뷰’가 제작 후, 2010년 EP ‘석연치 않은 결말‘을 달랑 내놓고 발표한 은퇴 선언은 참말로 황당했다. 3년 만에 돌아와 4인조 라인업으로 발표한 컴백 곡 ‘캠퍼스포크송대백과사전’은 애틋한 첫 사랑의 정서를 해학적 터치로 그려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의 기타 주법은 복고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어설프게 한 줄 기타를 튕겼던 추억을 되살려주는 ‘로망스’로 마무리되는 엔딩은 압권이다. 해묵은 노래에 새 생명을 부여한 것은 마초의 허울을 벗고 에코 힐링 밴드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다.

“신파 자체도 그렇고 에코와 힐링 뭐 이런 것들은 다 속물적이라 생각합니다. 데뷔시절처럼 음악적 발전은 없겠지만 소속사도 있는데 이제 최소한 구색을 갖추어야겠죠. 애매하면 안하자는 일종의 곤조라 할까요. 아직 2집을 낼 생각은 없어요. 분명한 것은 이제는 뭔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음악적으로 서사적이라는 틀을 깨고 싶고 마초, 신파로부터도 벗어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불쏘클과 병행해 올해 내로 풀 밴드 형식의 다른 밴드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아직 밴드 이름도 없고 편곡도 끝나지 않았지만 EP를 낼 정도의 곡은 준비되어 있어요. 새로운 밴드는 지금 멤버들과 같이 할 수도 있고 다른 라인업을 꾸릴 수도 있는데 그때는 멤버들 모두 민낯으로 등장할겁니다. 저는 선글라스는 계속 작용하겠지만 모자 정도는 벗을 생각입니다.(웃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프로필
1기 안토니오 조까를로스(보컬, 기타), 몬테소리 G. 카르먼(퍼커션), 칸초칸초 웅(베이스)
2기 조까를로스, 몬테소리, 김간지(멜로디언), 후르츠 김(멜로디언)
3기 조까를로스, 몬테소리, 김간지, 후르츠 김, 유미(드럼), 까르푸황(베이스)
4기 조까를로스, 유미, 김간지, 까르푸황

2005년 3인조 밴드 결성
2008년 조까를로스 솔로 프로젝트 ‘학자금 대출’
2010년 1집 ‘고질적 신파’ 제 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 록 음반 부문 노미네이션
2013년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대중음악SOUND 선정 한국 인디 100대 명곡, 영화 ‘고령화가족’ OST ‘초우’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붕가붕가레코드, 민트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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