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을 맡은 구지성" />영화 <꼭두각시> 주연을 맡은 구지성

구지성.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대중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레이싱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자동차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그녀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렇게 레이싱 모델로 ‘톱’을 달리던 그녀는 그 인기를 등에 업고 방송에 진출했다. 멀어지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방송 활동 시작과 함께 ‘화려했던’ 레이싱 모델은 점점 그녀와 멀어져 갔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방송과 예능 그리고 연기까지. 차근차근 하나씩 그 범위를 넓혀갔다. 그리고 이번엔 영화 주연자리까지 꿰찼다. 1,2번의 단역을 거쳐 곧장 주연이다. 더 나아가 노출과 베드신까지 과감한 선택이다. ‘섹시’를 무기로 했던 레이싱 모델, 영화에서도 ‘섹시’를 내세웠다. ‘역시 그렇지’라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엔 확실하고도 뚜렷한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꼭두각시>로 스크린 주연 데뷔한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소설 같은 인터뷰] 구지성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녀의 인생 스토리를 소설 및 자기소개서 형식을 빌어 각색했다. <편집자 주>

구지성

스튜어디스를 꿈꿨던 학창시절의 구지성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연예인을 꿈꾸지 않았을까. 나 역시 학창시절엔 그런 막연한 꿈을 꾸곤 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꿈은 스튜어디스. 항공과를 진학한 것도 현실적인 꿈을 위해서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곧바로 스튜어디스가 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레지던스 호텔에서 일을 했다. 외국어도 배우고, 돈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그렇게 2년 정도 일하고 나니 문득 ‘지금 뭐하지. 내 꿈은 이게 아니잖아’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스튜어디스를 준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그 순간 기회는 찾아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기회가. 레이싱 모델을 하던 친구가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겠냐고. 평소에도 ‘어떻게 그런 노출을 하냐’라고 따졌던 나였지만, 하루에 12만 원이란 일당에 ‘혹’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산해보니 12일 일하면 144만 원. 그래서 눈 딱 감고 그 돈을 벌자란 생각으로 모델 아르바이트를 결정했다. 그런데 웬 떡. 리허설과 연습할 때도 돈을 주는거다. 거기다가 한 시간 일하고, 한 시간 쉬고.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도 다 있나 싶었다. ‘날로 먹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레이싱 모델로 나선 첫 날, 인생은 바뀌었다. 모든 사람들이 구지성이란 사람에게 집중하는데 그 순간 짜릿함이란. 부끄럽고 창피함, 그 딴 게 들어올 틈조차 없었다. 그 순간 비행기는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아. 묻기 전에 궁금해 할 것 같으니 이쯤해서 ‘잘난 척’을 좀 해야 겠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한 인물’, ‘한 몸매’ 했을거라 오해들 하는데 크게 부정할 마음은 없다. 지금 키가 중3 때 완성됐으니 어릴 때부터 키 만큼은 우월했다. 그리고 외모. 음. 학창시절 외모는 미완성 단계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평균 이상. ’얼짱’, ‘몇 대 미녀’ 등 그 정도는 아니었어도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몇몇 있었다. 정말 남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그런 정말 예쁜 친구와 같이 다니는 친구가 바로 나였다.

잘 나가던 레이싱 모델에서 방송에 입문한 구지성

또 하나 자랑하자면, 레이싱 모델 할 때 3~4년간 정말 잘 나갔다. 농담삼아 ‘너무 오래 해 먹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그런데 어찌어찌 방송을 하게 됐는데 그 때부터 섭외가 안 왔다. ‘방송을 하니까 이제 모델은 안할거라’란 선입견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사실 아쉽긴 했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아무래도 ‘수입’이다. 수입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워낙 ‘잘 나가던’ 레이싱 모델이었던지라. 특히 연기를 하려고 마음 먹었을 땐 수입이 제로였다. 매달 드리던 부모님 용돈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모델 할 때 저축했던 돈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그거 아니었으면 중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돈, 이건 현실적인 문제니까.

사실 연기도 내가 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델할 때도 대형 기획사에서 연기를 해보자는 제안이 있긴 했는데 어디까지나 ’보는’ 사람이지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먼 나라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드라마 <대물>에 캐스팅됐는데 ‘세상에 이렇게 어려운 일이 다 있나’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동시에 ‘왜 어렵지’, ‘왜 안돼지’ 등의 의문이 생기면서 싸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기’에 대한 ‘꿈’이 명확해졌다.

영화 <꼭두각시>로 주연 데뷔하까지 3년을 버틴 구지성

구지성

연기를 하겠다고 확실한 꿈이 생겼으나 결코 쉽지 않았다. 좋은 배역에 캐스팅돼 촬영 날짜까지 받아둔 상황에서 엎어지기도 하고. 그럴 떤 정말 뛰쳐나가고도 싶었다. 그 때마다 김홍선 감독이 붙잡아줬다. 드라마 <대물> 조연출에서 영화 <공모자들>로 데뷔한 김홍선 감독, 어찌보면 ‘연기자’ 구지성을 오래 본 사람이다. 영화 <꼭두각시>에 앞서 출연한 작품이 바로 <대물>하고 <공모자들>이다. 물론 아주 짧게 나와 기억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리고 레이싱 모델이란 어드밴티지가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준비 자세가 필요했다. 자기 부정이 강하다 보니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노출’. 사실 굉장히 보수적인 성격이라 모델 할 때 그 흔한 화보조차 하지 않았다. 그 트라우마를 최근에서야 깼다. 모델 일을 하면서 ‘나를 가볍게 보겠구나’, ‘자유분방한 성격이겠구나’, ‘섹시와 노출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겠구나’ 등의 트라우마가 나도 모르게 생겼다. 연기를 시작했을 때도 약간의 섹시함이나 화려함이 있으면 거부하게 됐다. 어느 순간 가릴 때가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가진 장점이라면 굳이 꽁꽁 싸매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사실 <꼭두각시>도 처음엔 노출 때문에 고민했었다. 엄마의 응원이 없었다면 그 트라우마가 더 오래 지속됐을지도. 여하튼 그렇게 큰 다짐을 하고 이번 영화에서 노출을 감행하게 됐는데,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 몸매를 가지고 있는데 영화에선 가지고 있는 것만큼 나오진 않았다. 그렇다고 아쉽진 않다. 영화 속 내가 연기한 현진 캐릭터를 고려했을 때 오히려 ‘정상적인’ 내 몸매는 방해됐을 것 같다. 과거의 아픔도 있고, 단아한 캐릭터인데 갑자기 화려한 몸매로 나타나는 것도 웃긴 일이다. 베드신 자체만 놓고 보면 파격적인데. 그리고 살짝 보여주는 게 더 섹시한 법이다.

든든한 지원군, 엄마

구지성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엄마다. 부모님이라기 보다는 언니 또는 친구 같다. ‘베프’라고 할 수 있다. 레이싱 모델을 할 때도, <꼭두각시>를 할 때도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믿고 응원해줬다. 노출 때문에 거절한 나에게 “연기자를 하려면 고민을 왜 하냐. 그리고 작품을 고민하고, 고려하는 위치가 아니지 않나”란 엄마의 한 마디 말이 큰 힘이 됐다. 처음부터 칭찬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고, 부딪혀보자 마음 먹었다. 정말이지 부족한 게 많이 보이긴 했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본다면 얼마나 창피할지. 으휴. 막상 노출에 대한 부담은 그다지 없었는데. 이렇게 배워가면서 또 성장해 갈거라 믿는다. 그래도 어찌됐던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지 않을까. 우리 엄마? 음. 사실 엄마의 평가가 가장 무섭다. ‘잘했다’란 말은 바라지도 않고, ‘처음 하는 거 치고 가능성이 보인다’란 말을 듣는다면, 굉장히 벅찰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장 큰 목표는 작품 속에서 구지성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튀지 않고 흡수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글,편집.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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