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가요대전에서 우리는 빠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4년 3개월 만에 정규 9집 〈Reel Impulse〉로 돌아온 록밴드 YB의 리더 윤도현은 7월 가요대전에 임하는 자세를 묻자 한 발자국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공들여 만든 새 앨범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YB는 새 앨범에서 한층 뜨거워진 록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빠지겠다는 말은, 여타 가수들과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말이 아닐까?
25일 서교동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쇼케이스를 가진 YB의 윤도현은 “벌써 아홉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는데 어제 잠이 안 올 정도로 떨렸다.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긴장된 소감을 말했다. 정규앨범 발매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밴드에게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정말로 큰일을 치르는 과정”이라며 “한 곡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새 앨범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새로 합류한 기타리스트 스캇 할로웰이 대부분의 곡에서 윤도현과 공동 작곡가로 나섰다는 점이다. 윤도현은 “스캇이 들어오면서 우리 음악이 젊어졌다. YB가 오래 음악을 하긴 했지만 록의 본고장에서 록 키드로 자란 스캇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뽑아냈다”며 “감성적인 것보다는 ‘쿨’하고 순간을 즐기는 신나는 록 음악이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화가이기도 한 스캇은 앨범재킷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Reel Impulse〉에서 YB는 한층 젊어진 듯 생동감 넘치는 록 사운드를 선보이고 있다. 음악 스타일 면에서 최근 젊은 밴드들에게서 각광받고 있는 댄서블한 개러지 록 스타일이 엿보인다. 앨범에 참여한 디컴퍼니의 프로듀서 데이빗 최는 “멤버들이 한 공간에서 하나의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날 것의 소리를 담았다”며 “댄서블한 곡, 개러지 록 스타일도 있는데 YB의 기존 팬들 외에 일반 음악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틀곡 ‘미스터리’에는 재미난 가사가 담겼다. 박태희(베이스)는 “‘미스터리’에서 도현이가 8집과는 다른 색을 냈다. 일상에서의 자기 모습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디테일한 기타 리프와 리듬의 변화가 와 닿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곡 ‘우린 짝패다’ 스트레이트하게 달려대는 곡. 윤도현은 “짝패는 우리와 관객의 사이를 뜻한다. 철저히 공연 용으로 만든 곡”이라고 말했다. 역시 강하게 몰아치는 ‘칼’에 대해서는 “최근 우리의 심정을 가장 잘 담은 곡”이라며 “오래 활동하다보니 YB가 본연의 모습과 달리 동글동글해졌다. 하지만 음악은 칼날이 서있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YB는 새 앨범 전곡을 원 테이크 방식으로 아날로그 릴 테이프에 녹음했다. 칼로 자른 듯한 디지털 녹음이 일반화된 최근 트렌드에서 벗어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록을 들려주기 위함이다. 윤도현은 “밴드 멤버 모두가 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녹음실을 구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불광동의 트로트를 전문으로 녹음하는 한 스튜디오에 공간이 있었다. 무진동차량을 동원해 장비를 옮기고 녹음을 했다”고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이어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하기 때문에 한 곡 당 다섯 시간 정도 걸렸다. 메트로놈 없이 템포가 틀려도 그대로 갔는데 어차피 록은 그러한 현장성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Reel Impulse〉은 윤도현이 소속사 디컴퍼니(구 다음기획)의 새 CEO로 나선 뒤 내놓는 첫 앨범이기도 하다. 윤도현은 “앨범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디테일한 부분까지 알게 된 후 혼란스러워졌다. 이래서 김영준 전 사장님이 ‘돈돈’하셨구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음악적 시도를 위한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녹음장비를 아끼기 위해 무진동차량을 임대하는 데에만 백 만원이 들어갔다. 윤도현은 “내가 대표가 됐지만 앨범 제작에는 더 많이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1994년에 1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발표한 윤도현은 내년에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윤도현은 “과거를 추억하는 것보다 지금의 1분, 1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대에서 폭발해 사라진다는 각오로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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