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그(Mowg). 본성 이성현. 처음 그의 존재를 안 건 2006년, 모 문화잡지에 실린 인터뷰에서였다. 애니메이션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Mowgli)’와 닮아 ‘모그’라 불린다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연고가 없는 미국으로 훌쩍 건너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부대끼며 보헤미안의 삶을 영유한 이력이 인상 깊었다. 이후 그의 소식을 간간이 전해 듣다가, 어느 순간부터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청룡영화상에서 <악마를 보았다>로 영화음악상을 수상하고 있는 그를 봤다. 세상을 떠돌던 자유분방한 베이시스트는 영화음악감독으로 변신, 영화라는 장르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었다. <도가니> <광해, 왕이 된 남자> <회사원> <라스트 스탠드> <남자사용설명서>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등의 음악을 맡으며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신임 받는 음악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모그를 만나, 그의 인생과 영화음악에 대해 들어봤다.

Q. 비주얼이 범상치 않다. 한번 보면 쉽게 잊혀 지지 않을 얼굴인데,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얘기 많이 들어봤지?(웃음)
모그:
좋은 점도 있지만, 손해 보는 것도 많다. 영화음악감독다운 묵직한 포스가 부족해 보인 달까. 왜 재킷을 입고 다닌다거나 하는, 감독들 특유의 룩이나 이미지가 있잖나. 그런 이미지가 고정관념이긴 해도, 가끔은 고정관념에 부합할 때 소통하기 좋은 지점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록스타를 꿈꾸거나 추종하는 듯 해 보이는 룩인지라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다.(웃음)

Q. 김지운 감독과 작업을 많이 해 왔는데, 그런 부분에서 취향이 맞겠다싶다. 김지운 감독도 옷을 멋스럽게 있잖아.
모그:
맞다. 일단 그분도 한곳에 머물기보다는 끊임없이 뭔가에 도전하고 실험하기를 원하는 성향의 소유자니까. 실제로 작업해 온 영화장르도 매번 달랐고. 새로움에 대한 욕망에 있어서 나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Q. 아닌 게 아니라, 당신의 작업스타일은 예측불가다. <악마를 보았다> <도가니> <광해, 왕이 된 남자> <라스트 스탠드> <남자사용설명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음악들을 맡아 왔는데, 의도적인 건가?
모그 :
어렸을 때부터 무소유라든지, 보헤미안 적인 기질에 대한 동경이 컸다. 그런 것들이 지금의 음악스타일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뭔가 하나에 얽매이는 걸 경계하는 편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방랑하며 사는 게, 좋다.

Q. 욕심을 버린 삶이라. 어려운 일인데 .
모그:
그래서 음악 작업을 통해 욕심을 잊거나 해소시키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Q. 문득 영화음악이 당신에게 직업이라기보다 놀이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모그:
영화음악을 하면서 어른이 되긴 했다.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서 예산이나 재정 걱정을 하게 됐으니(웃음). 또, 영화라는 게 ‘독고다이’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잖나. 내가 아무 생각이 없어버리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생기니까, 영화음악을 할 때는 프로페셔널 하려고 노력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보헤미안 기질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대신 그 외의 것들. 재테크라든가 저축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도 철이 덜 들었다(웃음). 내가 너무 오래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록스타들처럼 30대에 일찍 요절했으며 멋지지 않았을까. 나는 너무 건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웃음).

Q. 헉!!!! 혹시 늙는 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나?
모그:
늙음에 대한 공포. 없지 않다. 대개의 사람은 나이가 들면, 구분이 없어져버린다. 예비군 훈련장에 모인 남자들이 다 똑같아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개성이 흐려져 버리는 게, 너무 안타깝다. 내가 지금 ‘상상마당시네마 음악영화제’ 홍보대사를 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젊음의 에너지를 얻으려고. 조금 더 프레시한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려고. 함께 홍보대사를 하는 친구(이랑, 이초희, 윤한)들이 모두 나보다 열살 이상 어린데, 그런 친구들은 확실시 내 또래들보다 권력이나 돈이나 명예에 대한 정형화된 욕심 자체가 덜하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면 순수하게 즐겁다. 뭔가 해소 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덜 철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Q. 그럼, 음악 활동을 안 할 때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나?
모그: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내가 집착이 심하다. 집착이 심하니까 오히려 보헤미안 적인 삶을 동경하는 거고. 왜, 사람은 양면성이 있잖아. 집착이 심해서인지, 음악감독을 하고 부터는 영화와 관련된 사람 위주로 만난다. 촬영감독, 편집기사, 배우 등을 만나 그들의 정서도 캐치해 보기도 하고, 그걸 또 음악에 접목시켜보고 그러는 거지. 영화라는 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작업이니까.



Q. 지금은 베이시스트보다 영화음악감독으로 더 많이 불린다. 영화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모그:
어릴 때부터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예술영화전용관에 가서 하루에 세 편씩 보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다. 그 중 한명이 <남극일기>를 만든 임필성 감독이다. 임필성 감독은 1990년대 중반쯤 미국 LA에서 처음 만났는데, 우리 둘 다 어릴 때였다. 그는 감독을 꿈꾸는 지망생이었고, 나 역시 보헤미안 기질 가득한 청춘이었고. 서로 영화에 대한 얼토당토 안 한 얘기를 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내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그가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감독이 돼 있었다. 그런 임필성 감독이 ‘아는 형’이라며 데리고 온 사람이 알고 보니 봉준호 감독이야. 비슷한 즈음에 소개 받은 사람이 알고 보니 김지운 감독이고(웃음). 미국에 살다 보니 정보가 없어서, 그들이 유명 감독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Q. (웃음) 운이 정말 좋은 케이스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임필성 감독은 누구나가 한번쯤 작업해 보고 싶은 분들 아닌가.
모그:
맞다. 어릴 적에 장난치며 놀던 임필성 감독이 현장에서 그토록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 될 줄은 또 어떻게 알았겠나!(웃음) 그리고 임필성 감독이 영화음악을 해 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했던 그때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뚝뚝 떨어져 나가던 시기였다. 음반이 100만장씩 팔리던 시대에서 1,000장 팔면 많이 팔았다고 하는 시대로 급변하고 있던 때라, 앞날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임필성 감독이 같이 만나서 어울리는 감독님들을 소개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이 쪽 일을 하게 됐다.

Q. 친분이 있는 감독님들인 만큼 의견을 주고받기도 수월할 것 같은데,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모그:
진행 방식은 다 다르다. 감독님 성향에 따라 다르고, 영화 성격에 따라 다르고. 시작 시점도 다른데,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는 최종 편집이 다 끝난 다음에, <악마를 보았다>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음악작업이 들어갔다.

Q. <라스트 스탠드>를 통해 할리우드 시스템을 경험했다. 어떤 게 우리와 특히 다르던가.
모그:
우리나라가 감독이 많은 걸 통제하는 권력일체형이라면, 할리우드는 많은 직책들이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권력분산형이다. 권력을 완전히 분산해 놓고, 진행 과정을 일일이 공유한다. 가장 적응이 안됐던 건, 뭐든 문서나 정확한 데이터로 보여줘야 한다는 거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메일이 한 가득 와 있는데, 그걸 일일이 답변해야 하는 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였다. 음악이라는 게, 문서로 설명하기 힘든 영역인지라 힘들었지. 처음에는 한 줄 쓰고, 담배 열 개 피우고 그랬다(웃음). 그런데 사람이 환경의 동물이라고, 계속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긴 하더라. 어쨌든, 내가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밖에 안 난다.

Q. 음악의 표현방법이라든지, 악기 사용법이라든지, ‘모그의 영화음악’이라고 여길 만한 특징이 있다면 뭘까.
모그:
사실 영화음악은 음악가 개인의 특징을 담기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분야다. 거기다 내 경우에는 계속 새로운 장르의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매번 그 특징이 달라지곤 한다. 하지만 굳이 하나의 특징을 꼽으라면, 내가 내 곡을 직접 연주해서 담으려는 게 아닐까 싶다. 건반악기부터 각종 기타계통 혹은 퍼커션 계통의 악기들을 가급적이면 내가 직접 연주하려고 한다.

Q. <최종병기 활>의 장태성 음악감독이 “음악보다 장르에 충실한 게 영화음악의 기본”이라고 말한바 있는데, 당신에게 영화 음악의 기본은 무엇인가?
모그:
글쎄. 우리는 무엇을 단정을 짓기에는 많은 것들이 너무 빨리 변해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하나를 단정 지어 얘기하기가 애매한 듯하다.

Q.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서, 영화음악을 할 때 중요시 여기는 건? 그건 대답이 가능할 것 같은데.
모그:
소통의 방식을 빨리 찾아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멀티플렉스용 영화인지, 예술영화전용관 위주의 영화인지, 감독이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은 게 어떤 것인지 등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령 어렸을 때 엄마에게 머리채 끌려 다니면서 피아노 학원을 다닌 트라우마가 있는 감독의 작품에, 내가 굳이 피아노를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떨 때는 감독 편에 서서 그를 도와주고, 또 어떨 때는 관객 편에 서서 감독이 어렵게 얘기한 걸 쉽게 전달해 줄 필요가 내게 있다고 본다.

Q. <라스트 스탠드> 음악은 촬영이 끝난 후에, <악마를 보았다>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시작했다고 했는데, 어떤 게 작업하기 더 수월한가.
모그:
그것 역시 잘.. 내가 성격상 단정 지어지거나, 단정 짓는 걸 별로 안 좋아 한다.

Q. (웃음) 그런 성향이 형성된 계기가 있을까?
모그: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잖아. 어떤 아이는 산수를 잘 하고, 어떤 아이는 체육을 잘하고, 어떤 아이는 물체주머니에 대한 빠삭한 지식이 있고. 그런데 어른들은 성향과는 무관하게 그 아이가 모든 걸 잘하길 원하더라. 그런 것들이 어렸을 때부터 갑갑하게 느껴졌다. 대학에 가면 캠퍼스 낭만이 있다는데, 그것도 잘 모르겠고. 우리 부모나 동네아저씨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나도 멋있어 보이지 않았던 거지. 그러다가 우연히 AFKN에서 믹 재거를 봤는데, 저 사람은 우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훨씬 더 멋지게 사는 것 같고. 그런 혼돈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Q. 스무 살 무렵에 미국으로 떠난 걸로 아는데,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인가?
모그: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그 안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했거든. 가령 학교 선생님이 “넌, 뭘 좋아하니?” 물으시길래,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면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해야 해”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런 삶을 살아보지도 않은 분이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그런 일들이 많아지면서, 세상을 떠돌며 직접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과 영화음악을 하면서 요청받은 걸 해 줘야 하는 음악 사이엔 간극이 존재할 텐데. 어떻게 극복하나.
모그:
그래서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을 많이 바꾸게 됐다. 음악을 독자적인 작품이나 작업이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영화와 콜라보레이션 하는 하나의 소통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훗날 꼭 뮤지션이어야된다라는 생각은 크게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무언가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도구를 찾는 과정에서 내 손에 가장 먼저 잡힌 게 음악이었을 뿐. 음악을 소통을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여러 다양한 시각들을 가질 수 있다.

Q. 영화음악을 만들어서 극장에서 결과물을 보는 것과, 개인 앨범을 발매해서 받아보는 것에는 어떤 느낌의 차이가 있나?
모그:
슬픈 일인지 모르겠는데, 영화음악도 그렇고 앨범발매도 그렇고, 환상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다. 뉴욕에서 세션 활동을 하면서, 모든 것에 대한 환상이 다 깨졌었거든. ‘아, 삶은 이런 거구나’를 일찍이 직시한 거지. 아이러니한 건, 모든 환상이 깨진 다음에 소통의 묘미를 알게 됐다는 거다. 환상이 깨지니까, 오히려 소통이 쉬워지더라.

Q. 환상 없이 살면, 삶이 무료하지 않나?
모그:
그렇진 않은 게 모험심은 더 늘었거든. 환상이 없으니까, 오히려 다른 지점들을 보게 되는 거지. 이것만이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Q. 10년 후에 영화음악 판을 떠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그: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영화음악이 좋다. 내가 해 왔던 그 어떤 작업보다 보람이 크게 느껴지거든. <도가니>가 개봉했을 때 멀티플렉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음악을 만들면서 의도했던 부분, 그러니까 ‘관객들이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게 해 주고 싶다’ 했던 부분에서 사람들이 정말로 훌쩍이는 게 아닌가. ‘무대 위에서 사람들과 직접 마주하지 않더라도, 소통할 수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Q. 요새는 영화 OST 시장이 많이 죽는 것 같다.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영화음악이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는데.
모그:
옛날에는 편집이나 음향효과를 작업하는데 이용되는 장비가 현재 사용되는 것들처럼 편하고 좋지 않아서, 영화 속 느낌이나 인물의 감정을 음악으로 하나하나 표현해 줘야했다. 가령 어떤 여자가 길을 가다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다, 치자. 예전에는 그게 사운드로 잘 구현이 안 되니까 음악을 사용했다. 그런데 요즘은 구타당하는 미세한 부터 굉음까지 스피커를 통해 원음 이상으로 구현될 정도로 사운드가 발전했다. 굳이 음악을 사용하지 않아도 공포를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의 다른 정서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음악이 해오던 정서적인 역할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Q. 한스 짐머나 엔리오 모리코네 같은 영화음악가가 나오기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는 건가?
모그:
그러지 않을까? 이제 영화음악으로 문화를 즐기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다.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몇 년에 한 번씩 배출되던 전설적인 록밴드들이, 뜸해진 것도 비슷한 이유고.

Q. 좋아하는, 혹은 존경하는 영화음악감독이 있다면?
모그:
너무 많아서 한참 생각해야 하는데… <토요일 밤의 열기>(1977), <조디악>(2007) 등의 음악을 만든 데이빗 샤이어(David Shire). 그리고 <더티 하리>(1971), <용쟁호투>(1973) 등의 음악을 맡은 랄로 시프린(Lalo Schifrin)을 좋아하고 존경해 왔다.

홍보대사로 참여중인 모그" /><2013 FILM LIVE : KT&G상상마당시네마 음악영화제> 홍보대사로 참여중인 모그

Q. ‘상상마당시네마 음악영화제’에서 추천작으로 <남자사용설명서>를 꼽았더라. 당신이 작업한 작품 중에 가장 B급 감성이 충만한 영화인데, 선정이유는?
모그: 사실 처음에는 멋을 좀 많이 부리거나 격조있는 음악영화를 추천하려고 했다. 롤링 스톤즈의 오리지널 멤버였던 브라이언 존스의 삶을 그린 영화 <스톤드>나 이언 커티스의 전기를 그린 <컨트롤>, 톰 맥카시 감독의 <비지터> 같은 영화들을. 그런데 상상마당 측에서 내가 작업한 <남자사용설명서>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프로그래머 눈에는 이 영화가 음악영화제에 부합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나 보더라. 도중에 기타 치는 것들도 나오고 하니까.

Q. 동의한다. 음악이 굉장히 키치적으로 잘 활용된 영화였다. 극과도 잘 어울렸고.
모그:
<남자사용설명서> 음악작업을 맡은 건, 그런 키치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스톤드>나 <컨트롤>은 어떻게 보면, 작정하고 멋 낸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나 에밀 졸라의 원작을 가지고 멋을 내기는 쉬우나, B급 코드가 있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가지고 멋 부르기는 어렵잖나. 그런 지점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을 때, <남자사용설명서>를 만나 즐겁게 작업했다. “이거, 완전히 비디오 필(FEEL)인데!” 하면서.(웃음) 그러고 보면 나는 내가 멋있다고 느끼는 걸 작업물로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항상 변한다. 어떨 때는 시크 한 걸 멋있다고 느끼고, 어떨 때는 팀 버튼의 자유분방한 머리스타일이 멋있다고 느끼고, 어떨 때는 건강한 게 멋있다고 느끼고, 또 어떨 때는 곧 죽을 사람처럼 담배를 피우는 레오 까락스가 멋있다고 느끼고. 그 순간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다보니,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하게 됐다. 앞으로? 앞으로도 이러지 않을까?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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