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은 주로 옷방에서 해요. 옷이 많아서 자동으로 방음이 되거든요.(웃음) 처음에는 피아노로 멜로디를 만드는 데 그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어요. 차차 그 위로 목소리를 입혀나가기 시작했죠. 그렇게 처음 나온 곡이 ‘Bling Girl’이에요. 그 곡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창피하고 민망해서 멤버들에게 들려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틀어놓고 혼자 들었죠.”(진영) 아이돌그룹을 인터뷰하면서 작사 작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을 비원에이포(B1A4)가 처음이었다. 비원에이포는 데뷔 후 쾌속열차처럼 달려왔다. 이들이 2011년 데뷔앨범
중요한 것은 비원에이포가 직접 만든 곡들이 자신들의 색으로 자리했다는 것이다. 리더 진영의 자작곡 ‘Baby I’m Sorry’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정규 1집 은 B1A4의 스타일이 확립된 앨범이었다. “물론 우리도 유명 작곡가 분들에게 곡을 받아요. 하지만 확실히 팀 내부에서 작곡을 고민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맞는 음악, 그리고 우리의 생각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우리 곡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첫 EP ‘LET’S Fly’부터 진영이의 곡을 싣게 되면서 우리의 색을 차근차근 준비하게 됐죠.”(신우) 비원에이포는 최근 신곡 ‘이게 무슨 일이야’로 방송 순위 프로그램에서 데뷔 후 첫 1위의 감격을 맛봤다. 역시 팀의 리더인 진영의 자작곡이었다.
“예전 곡 ‘잘자요 굿나잇’이 여자친구 몰래 바람을 피우는 귀여운 바람둥이의 이야기였다면, ‘이게 무슨 일이야’는 그 반대로 여자친구의 바람피운 상황을 목격하고 놀라는 상황이에요.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좋은 날에’라는 가사에서 ‘이렇게 좋은 날’은 연인과의 기념일을 뜻하죠. 뭔가 해주고 싶은 둘 만의 기념일에 여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한 거예요.(웃음)”(진영) 비원에이포는 음악적 성과를 성장의 잣대로 들이댈 수 있는 국내에 많지 않은 아이돌그룹 중 하나다. 물론 신곡 ‘이게 무슨 일이야’에서 바람피운 여자친구를 채근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년이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은 상당히 어른스러워 보였다. 비원에이포가 추천한 영화들도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진지하다.
1. 내 머리 속의 지우개
2004년 | 이재한
진영: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로맨스 영화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인물들이 인연을 맺게 되는 상황들도 너무나 다이내믹하고 말 하나 하나를 놓칠 수 없을 만큼 명대사도 많았죠. 그 중 “내가 니 기억이고, 니 마음이야”라는 대사를 듣고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정말 영화 같은 사랑을 꿈꿔왔기 때문에 이 영화가 더욱 맘에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물론 저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원합니다. 오늘은 왠지 감성적이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저처럼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드릴게요.
영화설명: <내 머리 속의 지우개>라는 제목만으로 설명이 가능한 영화. 하지만 설득력 있게 눈물샘을 자극하고, 계속 보게 되는 영화.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손예진)를 사랑하는 남자(정우성)의 모습이 눈물겹다. 제목으로 설명이 될 만큼 최루성 멜로영화이지만 장면들이 주는 여운이 상당하다. 정우성과 손예진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기쁨도 큰 영화.
2. 레이
2005년 | 테일러 핵포드
신우: 평소에 존경하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고, 특히 레이로 분한 제이미 폭스의 연기가 인상 깊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가 존경하던 아티스트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데 이 영화를 통해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알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그 아티스트의 음악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영화설명: ‘소울음악의 시작점’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영화. 레이 찰스 본인이 직접 감수를 맡았다. 죽음을 앞둔 상황이어서 그랬을까? 영화에는 레이 찰스의 음악적인 업적 외에 치부까지도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 음악을 하는 사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봐야 할 영화.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는 영화.
3. 마스크
1994년 | 척 러셀
산들: 제가 추천해 드릴 영화는 바로 <마스크>인데요. 어린 시절 정말 재밌게 본 영화이고, 명배우 짐 캐리를 알게 해준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짐 캐리의 다양하고 코믹한 표정에 반해서 한동안 저도 여러 가지 표정을 따라하면서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무대 위에서나 평소에 제가 짓는 표정들이 그때 <마스크>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설명: 짐 캐리를 전 세계에 알린 영화. 가면을 쓰면 초인이 되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봄직한 이야기다. 마스크를 얻은 뒤 도시를 혼란에 빠트리다가 마스크를 빼앗긴 후 개과천선하는 내용은 상투적이지만, 영혼을 꺼내 보여주는 듯한 짐 캐리의 표정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카메론 디아즈의 옛 모습은 덤.
4. 8 마일
2003년 | 커티스 핸슨
바로: <8 마일>은 어릴 적 정말 감명 깊게 본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한 편의 힙합 뮤지컬 같은 느낌을 받았었어요.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과 배경, 에미넴의 랩이 다시 한번 저를 힙합에 빠지게끔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쭉 힙합을 사랑할 수 있게끔 도와준 것 같습니다. 에미넴의 전기를 각색한 영화이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인지 알 수 있었고요. 또 꾸준히 자신의 길을 찾고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기에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영화입니다.
영화설명: 에미넴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 에미넴의 랩에 담긴 울화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 사람들로서는 봐야할 영화다. 작년 첫 내한공연에서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린 에미넴이지만 그는 영화에서처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흑인 사이에서 멸시를 받으며 랩을 한 백인. 그가 랩 배틀을 통해 성장하는 장면들은 랩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공감을 자아낸다.
5. 어거스트 러쉬
2007년 | 커스틴 쉐리단
공찬: 저는 <어거스트 러쉬>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제가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더욱 깊숙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준 영화에요. 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저도 언젠가는 음악으로 제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는 멋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설명: 음악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영화. 생이별한 부모를 찾기 위해 길에서 연주를 한다는 ‘엄마 찾아 삼만리’ 식의 진부한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바로 아름다운 음악 때문이다. 이야기는 조금 지루할지 모르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은 상당히 출중하다. 최종적으로 멜로디가 기억에 남는 영화.
팀워크로 하나되는, B1A4
지금의 비원에이포를 만든 것은 바로 팀워크다. 한창 자기의 실력을 뽐내고 싶은 나이지만, 비원에이포 멤버들은 항상 팀워크를 먼저 생각한다. “메인보컬로서 제 노래에 대해 추구하는 지점이 있어요. 그런데 그 지점이 진영 형이 만드는 곡과 잘 어울리지를 항상 생각해요. 진영 형의 작곡 의도가 궁금해서 평소 어떤 음악을 즐겨 듣는지 몰래 문 앞에 기대 들어본 적도 있어요.”(산들) “래퍼로서 저의 색을 확고히 찾고 싶어요. 그런데 랩 메이킹을 할 때 저만의 색을 고집하려고 하면 결과물이 좋지 않더라고요. 팀 컬러에 맞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최대한 우리 노래에 맞추려 해요.”(바로) “주기적으로 리셋(reset)을 해요. 새 앨범으로 돌아올 때면 멤버들끼리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함께 마음을 다잡는 거죠.”(신우)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채기원 t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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