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wizard333@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wizard333@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에 이어 또 한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는 1월 16일 개봉할 ‘미래의 미라이’다. 네 살 소년 쿤의 시간 여행을 통해 현대 가족의 의미를 돌아본다.

27일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미래의 미라이’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호소다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래의 미라이’는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이 모두 동생에게 쏠리자 서운해진 네 살 소년 쿤이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라이’를 포함해 여러 인물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호소다 감독은 “우리 가족들을 모델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첫째 아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둘째 여동생이 태어났다. 첫째 아이가 자신의 여동생을 어떻게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우리 영화는 아주 평범한 가족이 등장하는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더 큰 가족의 시간과 역사들이 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번 작품은 쿤의 가족들이 사는 집을 매개로 이야기가 확장된다. 호소다 감독은 “‘미래의 미라이’는 아이의 시선에서 가족을 비밀을 알게되는 이야기”라며 “ “벽으로 방이 구분되는 일반적인 집은 영화의 분위기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벽이 없기때문에 한 곳에서 집의 모든 곳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단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방을 포함한 공간과 공간들이 연결된다. 아이들이 계단을 통해 ‘스탭 업’하는 것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집 한가운데 있는 정원의 나무에 대해서도 “작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나무는 한 사람 보다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보다 더 큰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인간의 기록이 나무 안에 담겨져있다고 생각해서 나무를 부각시켰다”고 했다.

호소다 감독은 현대 가족의 의미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가족의 의미는 계속 변해가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근대에 규정된 ‘가족’ ‘어머니’ ‘아버지’의 고정된 상이 ‘지금도 정말 그런가’라고 질문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한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속에 가족이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영화 속에는 엄마가 출근하고 아빠가 아이를 돌보기도 한다. 젠더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육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젊은이들과는 멀어지는 게 아니냐고 묻자 감독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작품을)더 많이 봐줬으면 한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는 “항상 젊은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까 궁금해하고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이 억압받는 것이 많다. 지루한 일상에 비해 더 화려한 세계와 액션, 판타지를 동경하면서 살아가게 된다”고 했다. 이어 “‘미래의 미라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의 소중함과 대단함을 느끼는 이야기”라며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그럼에도 일상 속에 멋진 것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미래의 미라이’ 포스터/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
영화 ‘미래의 미라이’ 포스터/사진제공=얼리버드픽쳐스
영화에는 완벽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는 모두 떠밀려 오는 육아와 일상의 감정들에 서툰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변화한다. 쿤 또한 변화한다. 특히 쿤을 이끌어주는 것이 ‘미래에서 온 미라이’다.

호소다 감독은 “영화에서 ‘미라이’의 존재는 한마디로 천사다. 무언가의 길잡이가 되고 안내하는 인물을 말한다”며 “쿤은 헤매고 있는 어린 아이다. 쿤의 부모도 완벽한 부모는 아니다. 육아에 대해서 배워 나가는 과정의 인물”이라고 했다. “어른들은 이미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서 잘 변화되기 힘들다. 이에 반해 아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존재”라며 “이렇게 변화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사회와 삶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wizard333@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조준원 기자wizard333@
‘미래의 미라이’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분에 애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됐다.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호소다 감독은 “올해 칸 영화 감독 주간에 발됐을 때 깜짝 놀랐다. 미국의 골든글로브에 뽑혔을 때도 놀랐다”며 “‘미래의 미라이’는 미국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히어로물 중심인데 ‘미래의 미라이’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아주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분들도 다양한 영화의 가치를 찾아준 것 같아 기뻤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실 내 영화가 해외에 처음 초청된 게 12년 전 ‘시간을 달리는 소녀’ 때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였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전 세계에서 내 영화를 처음으로 환영해 준 나라였다”고 했다.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의 영화를 발견해줬고, 그 뒤에도 많은 응원을 받았다.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그는 “차기작은 가족 영화가 아닐 수가 있다”며 “‘미래의 미라이’와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나도 변화 중”이라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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