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나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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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로 KBS 50주년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종영한 지 보름을 맞았다. 종영 이후에도 감독간의 불화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드라마다. 주요 주연들도 드라마에 대해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동시에 말하곤 했다. 고려거란전쟁에서 김동준(왕순, 현종)도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극 초반 어색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진행한 서울 방배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김동준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같은 연기력 논란이 사실상 의도된 것이었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배우의 답변이어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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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장은 평소 다른 배우들의 인터뷰 현장과는 다르게 다소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태에서 진행됐다. 인터뷰 장소 잡음이 많아서였을까. 김동준은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요를 파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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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신의 연기에 대한 지적에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놓았다. 통상 연기력 논란에 대한 질문에 배우들은 '아직 부족하지만 노력하겠다'는 식의 겸손한 답을 내놓는 게 일반적이다. 기자들도 그 이상의 대단한 답을 바라지 않는다.

김동준은 달랐다. 김동준은 "32부작을 통으로 보여드리다 보니 왕순이라는 인물을 한 번에 모든 걸 보여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초반에 '이걸 참아야 해, 이걸 안고 있어야 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왕순이가 점점 성장해 나가듯이 나의 발전 폭도 함께 바라봐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린 왕이었고 어찌 보면 성장 드라마이지 않나"라고 답했다.

김동준이 말한 '이걸 참아야 해, 이걸 안고 있어야 해'라는 말의 뜻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었음에도 훗날 멋진 그림을 위해, 극대화된 성장의 폭을 위해 일부러 훌륭한 연기력을 참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사극 톤과 어울리지 않는 발성, 경직된 표정 등 그를 둘러싼 연기 논란은 극 초반 아쉬운 시청률의 주요 원인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로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의도된 것이라 느끼기도 어려웠다. 때문에 '사극의 왕'으로 불리는 최수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중량감이 떨어져 대하사극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업계의 지적이 나왔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연기를 위한 노력을 다짐해야 할 인터뷰에서 그는 참고 있었다는 식의 예상치 못한 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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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맥락으로 본지 기자는 김동준에게 '금쪽이' '현쪽이' 별명을 얻어 아쉬웠을 것 같은데 이후 차기작에서 얻고 싶은 수식어에 대해 질문했다. 앞서 극 중 현종은 강감찬(최수종 분)에게 개경을 떠나라 명하고 분노를 삭이지 못해 말을 몰며 절규했다. 이후 현종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수레를 피하려다 낙마 사고를 당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에 원작자 길승수 작가 역시 대하사극이 아닌 웹소설 같았다고 혹평했다.

김동준은 본지 기자가 언급한 '금쪽이' '현쪽이'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차기작에서 극중 인물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인물 자체로 불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김동준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 인물이라는 이야기이지 않나. 차기작은 크기에 상관없이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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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차기작을 고르는 도중 '고려거란전쟁' 출신 전우성 PD와 김한솔 PD가 동시에 러브콜한다면 김동준의 선택은 누구일까. 김동준은 "두 탕 모두 뛰겠다. 잠을 안 자겠다. 어차피 나중에 깊게 잘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분 다 너무 훌륭하다. 내가 이 작품에 함께하게 된 이유가 두 분의 열정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의 대부분의 답변에서 느껴졌던 건 '아이돌 출신' 배우답다는 것이었다. 통상 아이돌 활동을 했던 배우들은 인터뷰에서 "~인 것 같아요. ~한 것 같아요. 너무 즐겁고 좋았어요.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에요. 너무 많은 걸 배웠어요" 등과 같은 형식적인 답변만을 일관되게 내놓기 때문. 확실하고 정확한 답변 대신 빙빙 돌려 말하며 수박 겉핥기 식의 대답만 한다.

김동준은 벌써 연기 13년차다.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연기였다 하면, 이를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는 게 연기자의 역량이다. 보는 이는 연기력 논란인데, 스스로는 의도된 연기였다고 한다면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하다. 차기작에서는 처음부터 성장한 연기를 보여줘야 할 상황에 스스로 들어간 꼴이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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