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송혜교, '더 글로리'에서 보여준 처절+처연한 얼굴
'빨간 풍선' 홍수현, 친구와 남편의 불륜…실감나는 비참한 감정 열연
'대행사' 이보영, 유리천정 뚫는 통쾌함
배우 이보영, 송혜교, 홍수현. / 사진=JTBC, 텐아시아DB, TV조선
배우 이보영, 송혜교, 홍수현. / 사진=JTBC, 텐아시아DB, TV조선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오래된 것은 양면성이 있다. '구식'이라고 외면받을 수도 있고, '클래식'하다고 칭송받을 수도 있다. 데뷔한 지 20년을 넘어 이젠 30년을 향해 가는 40대의 송혜교, 홍수현, 이보영은 최근 출연작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캐릭터를 위해 단발머리로 싹둑 자른 세 사람은 관록과 연륜으로 신선한 '올드 패션'을 만들어냈다.

1996년 교복 모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입문한 송혜교는 어느덧 데뷔 28년차를 맞았다. 서정적인 멜로, 사랑스러운 로코 등 멜로 연기에 강했던 송혜교는 '더 글로리'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끔찍한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한 문동은(송혜교 분)이 가해자들에게 복수와 응징을 가하는 모습은 처절하고 처연했다. 송혜교의 연기는 안쓰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복수의 통쾌함을 자아냈고, 학교 폭력 문제를 돌아보게 했다. 송혜교는 멜로가 아닌 복수극에서도 연기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홍수현은 1999년 드라마 '고스트'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에 돌입했다. 홍수현은 논란 없는 연기력으로 사랑 받으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대조영', '공주의 남자' 등 사극뿐만 아니라 '상두야 학교가자', '샐러리맨 초한지', '경찰수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도회적이면서도 청순한 분위기로는 선역을, 앙칼지고 도도한 분위기로는 악역을, 배역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소화해냈다. 이번 드라마 '빨간 풍선'에서는 친구와 남편의 배신에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는 캐릭터의 감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냈다. 홍수현은 '빨간 풍선'에서 A4용지 6장 분량의 긴 대사를 NG 없이 소화해냈다고도 한다.

1979년생인 이보영은 2002년 설록차 광고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아시아나항공의 광고 모델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보영은 '사연 많은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특히 '내 딸 서영이'에서는 아버지를 부정했던 딸이 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눈물 흘리게 했다. '대행사'에서는 앞에서는 빈틈 없지만 뒤에서는 술 없이는 불안장애, 공황,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던 어두운 그늘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물 밑에서는 살기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쳐온 것. 유리천장을 깨가는 이보영의 걸크러쉬 모습은 시청자들의 응원을 자아냈다. '더 글로리'(2022)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예고편 캡처.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예고편 캡처.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송혜교는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1은 넷플릭스 비영어권 부문 글로벌 톱10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송혜교는 전작들과 다른 얼굴과 분위기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복수를 준비하는 학폭 피해자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하려 곤약밥을 먹으며 앙상한 몸을 만들었다. 꾸미지도 않고 표정도 없는 송혜교의 '예쁘지 않은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오는 3월 10일 공개되는 파트2에서는 문동은의 복수가 이어진다. 문동은이 죄책감과 반성은 찾아볼 수 없는 뻔뻔한 가해자들, 자신의 안위만을 우선시하며 서로를 의심하는 그들을 단죄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빨간 풍선'(2022) |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빨강 풍선' 홍수현. / 사진제공=TV조선
'빨강 풍선' 홍수현. / 사진제공=TV조선
'빨간 풍선'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했던 두 여자가 비밀과 질투, 욕망이 생겨나면서 자신들의 우정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깨달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홍수현은 잘나가는 보석 디자이너 한바다 역을 맡았다.

한바다는 활동적이고 쾌활한 데가 성공 의지도 강한 인물. 부잣집에서 유복하게 컸지만 결혼식 직전 친정이 망한 것이 트집거리가 되어 시부모에게 시집살이 당한다. 뿐만 아니라 시댁에서 아들을 낳으라는 강요를 당하고 있다. 단짝이었던 조은강(서지혜 분)에게 비밀을 털어놓았지만 결국 조은강에게 배신 당한다. 남편 고차원(이상우 분)이 조은강과 불륜을 저지르고 조은강에게 보석 디자인까지 도용 당하며 사업 부도 위기를 겪는다.

홍수현은 단단하면서도 여린 한바다의 면모를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20년지기 친구와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유부녀의 비참한 심정을 설득력 있게 그리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또한 사랑스러운 매력과 함께 화려하고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시청자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대행사'(2023) | 티빙
'대행사' 포스터. / 사진제공=JTBC
'대행사' 포스터. / 사진제공=JTBC
'대행사'는 광고대행사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분)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 이보영은 VC그룹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최초로 여성 임원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고아인 역을 맡았다.

어려운 가정 환경, 외로웠던 유년 시절,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느끼는 회사생활 등 이보영은 각종 어려움과 고충을 가진 고아인의 상황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독하고 당차게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쾌감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깔끔하고 세련된 패션으로 표현했다. 이보영은 직장인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일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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