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트레이서' 종영 인터뷰
데뷔 28년 차 "신인 시절, 연기 괴로워…지금은 즐겁다"
"연기하며 내 목소리 내려고 노력했다"
"임시완은 뜨거운 배우, 친구처럼 지냈다"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예전에는 제 목소리가 싫어서 일부로 변조하기도 했어요. 힘없는 역할이면 목소리에 힘을 빼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망이 강렬했죠. 그런데 이제는 어떤 역할이든 내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내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해 연기를 할 때도 내가 그 상황에 들어가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상상했죠."


지난 24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 배우 박용우가 연기를 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트레이서'는 누군가에겐 판검사보다 무서운 곳 국세청, 일명 '쓰레기 하치장'이라 불리는 조세 5국에 굴러온 독한 놈의 물불 안 가리는 활약을 그린 통쾌한 추적 활극. 극중 박용우는 현실주의 과장 오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박용우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대본을 길게 훑어보니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행복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며 "복잡한 건 쉽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초반에는 감독님과 전문용어나 국세청 소재의 특수성에 관한 이야기 보다 인물의 감정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외에 상황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촬영 들어가서 끝날 때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약 3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트레이서'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박용우는 "대본이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님이 긴 시간 동안 고민해서 썼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땀이 느껴지는 대본이었다"며 "오영이라는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고,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완전한 캐릭터였다면 매력을 못 느꼈을 텐데 뛰어난 능력이 있음에도 자신의 양심에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모습이 매력있었다"고 말했다.

오영의 '멜빵 정장룩'은 박용우의 아이디어였다고. 그는 "초중반까지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무기력한 느낌을 주면서도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남루한 모습 안에서 단단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마 소재의 셔츠를 착용했다. 후반부에는 좀 더 날이 선 느낌의 질감의 슈트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박용우가 생각하는 오영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멋진 사람이고, 멋진 어른이고, 솔직한 사람"이라며 "이렇게만 살아간다면 현실적인 결과는 어떨지 몰라도 한 인간으로서는 멋지게 살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라 영광스러웠다. 나 역시 가능하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용우는 오영과 닮은 점으로 '솔직함'을 꼽았다. 그는 "나는 거짓말을 잘 못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오해도 많이 받고 다투기도 했다. 지금은 말을 가려 하는 편이다. 거짓말을 하는 기술이 늘었다는 게 아니라 실례일 것 같은 말은 굳이 하지 않고, 장점들은 솔직하게 말한다"며 "오영이 초반에 의기소침했던 이유 역시 솔직하게 표현해야만 되는 것들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눈이 변하지 않았다' 였어요. 눈이라는 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외적인 부분 중 강력한 부분이잖아요. 솔직한 성격이 눈에 반영되는 것 같고, 그런 부분이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해 준 것 같아 좋더라고요."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으로 인해 시즌1와 시즌2로 나눠서 편성된 '트레이서'. 매주 금, 토 방송되는 MBC와 달리 웨이브에서는 시즌2가 전편 공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편성에 아쉬움은 없었냐고 묻자 박용우는 "처음 촬영에 들어갈때는 웨이브에서만 단독으로 편성되는 거로 알고 있었다. 촬영 중간에 MBC에서 같이 한다고 하더라. 더 많은 분들과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 JTBC '기상청 사람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3' 등 쟁쟁한 작품들과 경쟁한 소감에 대해서는 "모두 완성도가 훌륭하고, 좋은 드라마더라.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지만, 드라마 시장이 질적으로도 좋아졌다고 느껴져서 좋았다. 배우로서 일자리가 많이 생긴 거니까"라며 웃었다.

박용우는 같이 호흡을 맞춘 임시완에 대해 "뜨거운 배우"라고 평가했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고민하고,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는 게 아니라 공유하기를 바라고,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나누고 싶어하는 배우라 매우 즐거웠다"고 칭찬했다.

임시완 뿐만 아니라 고아성, 최준영 등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매우들과 호흡한 소감을 묻자 박용우는 "어떨 때 보면 내가 더 어려보인다. 조명만 잘 받으면"이라고 웃으며 "나는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다행히 그 친구들도 나의 그런 기운을 느꼈는지 친구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완, 고아성은 영화 '오빠 생각'에서 이미 만난 사이라 10년 이상 같이 일한 사람처럼 친하더라.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또 현장에서 집중한다고 혼자 몰입해있으면 주위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런 배우가 거의 없었다. 웃고 떠들다가 슛 들어가면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배우 박용우./사진제공=프레인TPC
손현주, 박호산, 추상미 등 연기파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말했다. 박용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손현주 형님과는 일대일로 연기하는 장면이 많은 작품을 다시 했으면 좋겠다. 추상미, 박호산 씨와도 많은 장면을 같이 하지 못해 아쉽다. 이런 배우들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박용우는 인태준(손현주 분)의 자살이라는 결말에 대해 "시즌3를 생각하면 아쉬운 면이 있다"며 시즌3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어느덧 데뷔 28년 차 된 박용우. 그는 "신인 시절에는 연기가 참 괴로웠다. 잘해야 하는데 이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아 힘들었다. 지금은 이것 밖에 안 되도 즐겁다. 성장할 수 있으니까"라고 배우로서 달라진 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질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항상 그립고 보고 싶은 배우,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면 집중이 되고 감동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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