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BJ통신≫

소주 원샷→노숙자 앞 치킨 먹방
‘별풍선’이 뭐길래
인간의 존엄성마저 상실한 ‘미션’ 문화
BJ 철구(위), 갓히언./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BJ 철구(위), 갓히언./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서예진의 BJ통신≫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BJ, 유튜버, SNS스타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방송과 유튜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온라인 스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인터넷 방송 문화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늘 새롭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좇는 시청자들과 돈을 벌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마다않는 스트리머들이 만나 엽기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 시청자가 BJ에게 일정한 금액을 걸고 제안하는 ‘미션’ 문화가 그중 하나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소 가학적인 미션일수록 BJ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높아진다. BJ가 고통스러워할수록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올라간다. 문제는 점점 그 수위가 도를 지나치면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일부 BJ는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범죄를 자처하는가 하면, 심지어 목숨을 걸기도 한다. 이런 문화는 점차 인터넷 방송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BJ는 기상천외한 미션들을 수행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음료를 마시거나,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억지로 먹기도 한다. 머리카락이나 눈썹 등을 밀고, 스스로를 때리거나 서로를 때리라는 미션을 이행하기도 한다. BJ의 유명도에 따라 받게 되는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아프리카 TV에서 활동 중인 BJ 철구는 미션을 위해 건강을 돌보는 일도 불사한다. 그는 방송에서 별풍선(아프리카 TV의 화폐 단위)을 받기 위해 20초 안에 소주 1병을 전부 마셨다. 더불어 시청자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개의 담배를 한꺼번에 피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소주를 마신 뒤 화장실에 달려가 게워내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BJ 갓히언은 노숙자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치킨 먹방을 선보였다. 지난해 그는 부천역을 찾아 노숙자들이 보는 앞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치킨 한 마리를 먹는 미션을 수행했다. 미션을 성공한 그는 배고픈 노숙자들에게 2마리의 치킨을 사다 줬으나, 사람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양에 이들 사이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보통 미션 성공 시 지급될 금액은 시청자와 BJ 사이에 사전 합의로 이뤄진다. 이들은 서로 액수를 흥정하기도 하고, 미션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옵션이나 조건을 덧붙이기도 한다. 미션을 수행했음에도 금액을 지불하지 않는 이른바 ‘먹튀’ 시청자도 종종 등장한다.
3분 안에 요구르트 50개를 먹는 미션을 실행중인 BJ 세야./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3분 안에 요구르트 50개를 먹는 미션을 실행중인 BJ 세야./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아프리카 TV, 팝콘 TV, 트위치, SNS ,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스트리머로 데뷔해 유명 BJ의 꿈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만 제공될 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은 BJ와 시청자의 몫이다. 현대판 콜로세움에서 수많은 가학이 펼쳐지고 있지만, 경기장을 제공한 측은 나몰라라 하는 것이 사실.

1인 미디어의 낮은 접근성과 제제 없는 시스템은 그만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신 지체를 앓고 있는 등 스스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이들이 방송에 이용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욕설과 성적인 콘텐츠에서 나아가 범죄에 가까운 행위에도 며칠 간의 이용 정지가 최선이다. 방송 영구 정지를 당한다 해도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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