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12년차 '런닝맨'의 위기
'런닝맨' 막말 논란이 된 장면/ 사진=SBS 캡처
'런닝맨' 막말 논란이 된 장면/ 사진=SBS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SBS 대표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 불편러(불편한 사람들)의 집중포화에 갇혔다. 일부 시청자들은 '런닝맨' 멤버들이 지나치게 비속어를 사용하고, 도를 넘은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런닝맨'은 비호감 이미지에 쌓여 각종 잡음을 빚어내고 있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멤버들이 편한 분위기 속에서 무의식 중으로 나오는 언행이 도를 넘었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 첫 방송된 '런닝맨'은 현존하는 최장수 예능프로그램이다. 11년 6개월째 방영 중인 만큼 멤버들은 물론이거니와 시청자들과도 친숙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재미포인트가 '런닝맨'의 가장 큰 강점이다. 각 멤버는 쉴새없이 다른 멤버들을 놀려대며 웃음을 자아낸다. 막내 양세찬, 전소민도 최연장자인 지석진을 당황시킬 정도로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나무란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관계에서 나오는 멤버들간 호흡이 현재 비판 여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부 출연자가 다른 멤버들의 공격으로 궁지에 몰리면 비속어나 욕설을 사용해 상황을 무마하는 장면이 반복된다. 뿐만 아니라 오랜 호흡을 맞춘 제작진과도 막역한 사이라 PD를 향해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이때 제작진은 멤버들의 욕설을 '삐처리'하면서 자막에 개나 새 그림을 넣어 어떤 의미인지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이에 시청자들은 가족들이 다함께 보는 경우가 많은 주말 예능에서 거친 욕설이 나오는 게 보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멤버들끼리 가까운 사이어도 방송 을 통해 비속어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건 문제라는 취지에서다.
'런닝맨' 막말 논란이 된 장면/ 사진=SBS 캡처
'런닝맨' 막말 논란이 된 장면/ 사진=SBS 캡처
여기에 지난 9일 방송된 587회에서는 양세찬이 전소민과 '런닝맨'의 진정한 막내를 가리는 레이스 도중 막말 논란에 휩싸여 도마 위에 올랐다.

상대방을 당황시켜야 이기는 '당연하지' 게임에서 양세찬이 전소민의 전 남자친구에 대해 수차례 언급한 게 문제였다는 것. 양세찬은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고 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도를 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소민 역시 양세찬에게 욕설을 하며 유재석에게 경고를 받을 정도로 과열된 분위기였고, 게임의 취지가 상대방의 평정심을 잃는 것인데도 "보기가 불편하다"며 양세찬의 태도를 지적했다.

반면 충성도 높은 시청층은 이러한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멤버들간 차진 호흡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을 선호한다. 특히 멤버들의 토크 위주로 펼쳐지는 '런닝맨' 오프닝을 향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멤버들의 근황 이야기부터 무차별적인 폭로전, 방송 뒷이야기까지 오프닝에서 모두 쏟아져 큰 웃음을 안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1년 넘게 호흡을 맞춰온 이들의 티키타카가 물 흐르듯 펼쳐지고 있다. 이에 제작진도 오프닝 토크로만 많은 분량을 채울 정도로 멤버들의 호흡이 빛나고 있다.

이렇다보니 '런닝맨'은 최근 회차에서 게스트 의존도를 줄이고 멤버들의 케미스트리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과거 매주 나오던 게스트들은 눈에 띄게 줄인 게 효과를 내는 추세다. 지난 17일 방송된 588회에서는 4주만에 게스트를 투입하자 시청률 4%대(닐슨코리아, 전국)로 하락했다.

하지만 멤버들간의 티키타카가 불편러들을 키워내고 있다는 건 '런닝맨'에게 분명한 악재다. 장수 예능프로그램은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이들만 보여줄 수 있는 호흡을 가질 수 있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몰입과 개입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거 전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MBC '무한도전'이 사라진 이유를 두고 '불편러들의 지나친 간섭'으로 꼽는 평가가 많은 이유다.

아직까지 '런닝맨'을 둘러싼 잡음이 프로그램 존폐를 흔들만한 위기로 감지되진 않는다. 하지만 잘 나가던 '무한도전'도 한순간에 고꾸라진 건 아니었다. '불편하다'는 지적이 쌓이면 언제, 어떻게 무너지기 시작할지 알 수 없다. 제작진의 위기 대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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