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나이트90>, 박제를 깨고 오늘이 되는 전설의 이야기
, 박제를 깨고 오늘이 되는 전설의 이야기" /> 첫방송 목 Mnet 밤 11시
UV가 이현도와 함께 부른 Mnet 의 주제가는 “전설의 춤꾼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가사로 시작한다. 1990년대의 댄스 음악은 기획사가 아닌 춤꾼들과 DJ가 모이는 나이트클럽에 있었다. 그래서 바로 그 전설의 나이트클럽 ‘이태원 문나이트’의 존재를 알린 뒤, 그 곳에 “터를 잡은” 춤꾼 현진영의 이야기를 1회로 삼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삽입된 자료화면에서 알 수 있듯이 현진영은 90년대 댄스 음악 전성기의 시작점에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그린 관계도로 그 시대의 많은 인물들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가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백업댄서팀이기도 했던 클론이, 듀스의 이현도가 그에 대한 기억을 공유해주었고, 현진영은 어색한 연기를 포함한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문나이트와 90년대 댄스음악사’를 정리하는데 필요한 사료(史料)가 되어주었다.

사실 현진영이 얼마나 대단한 아티스트였는지를 전하는 데에는 그가 SM의 첫 댄스가수였다거나 두 번이나 구치소에 다녀온 뒤에도 재기에 성공했다거나 하는 식의 무용담을 재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접근이 의미가 있다면, 현재의 아이돌처럼 그들을 알지 못하거나 단순히 박제된 기억으로 가지고 있을 이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현재진행형으로 되살려 놓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아이돌이 과거의 전설을 재연한다는 발상은 대개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만들어냈지만, 90년대 초의 자료화면이 재연된 화면과 일치되는 순간, 곧 오늘의 현진영이 과거의 현진영을 연기하는 신동과 나란히 서 있을 때 그 과거가 현재에도 존재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 90년대의 기억을 그 때의 주인공들이 직접 말하게 하되 무작정 미화시키지 않음으로서, “추억을 나눈 우리”의 시점으로 역사를 쓰는 데 성공했다. K-pop과 한류를 억지로 끼워 넣으려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은 90년대 음악과 추억을 재미있게 추억하며 보기에 좋다. 90년대가 벌써 추억할 시절이 되었다고 슬퍼하지만 않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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