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카카오에 밀린 하이브의 완패, 멋 없는 '하이브스러움' [TEN스타필드]
≪우빈의 연중일기≫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가요·방송계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승부의 세계에서 패자는 말이 없다. 어떤 말을 하건 그럴싸한 이유도 핑계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완벽하게 패배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이고 실리를 챙겼다는 하이브 의장 방시혁의 말은 변명으로 들린다.

하이브는 24일 카카오가 진행하는 에스엠 공개매수에 참여했다. 보유하고 있는 에스엠 주식 462만6185주(19.43%) 중 375만 7237주를 처분했다.

앞서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가지고 있던 352만 3420주(14.8%)를 1주당 12만 원에 매입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는 15만 원. 전량 공개매수에 성공한다면 약 1127억 의 시세차익을 얻는다.
SM·카카오에 밀린 하이브의 완패, 멋 없는 '하이브스러움' [TEN스타필드]
불과 한 달 전까지 SM을 차지하기 위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던 하이브는 카카오에 숙이는 쪽을 택했다. 카카오에 앞서 공개매수가 12만 원을 불렀고 방시혁은 서울 여의도를 돌며 SM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와 의결권자문사를 만나 하이브의 편을 들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SM과 카카오가 맺은 사업협력 계약을 '을사늑약'에 빗대어 표현하고 SM 현 경영진을 겨냥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 등 인수에 진심이었다.

전쟁엔 총알이 필요한 법. 더 많은 총알을 가진 쪽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 2000억 원 투자를 약속받았고, 1차 납입금 8975억 원을 받았다.
SM·카카오에 밀린 하이브의 완패, 멋 없는 '하이브스러움' [TEN스타필드]
카카오는 카카오엔터 상장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반드시 SM이 필요했다. 카카오는 SM과의 협력을 통해 합작 회사에 기반한 북미 제작센터를 만들고 내년 하반기에 미주를 거점으로 하는 신인 그룹을 론칭할 계획도 세워놨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기세에 물러났다. 카카오는 공개매수로 15만 원을 불렀고, 하이브가 공개매수가를 높이면 더 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이브는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고 고려해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다만 카카오-SM과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방시혁은 지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포럼에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언급했다. '하이브스러움'을 몇 번이고 강조하면서 인수전에 승패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SM·카카오에 밀린 하이브의 완패, 멋 없는 '하이브스러움' [TEN스타필드]
"기업 통합 과정에서 수많은 시간·노력이라는 리소스가 들어가고, 구성원들의 감정 노동도 들어가는데 이런 것까지 감내하는 건 하이브스럽지 않다"는 것이 의장 방시혁의 입장.

그는 " 하이브에겐 '하이브스러움'이 있다. 이 인수가 하이브스러운 결정인지 논의했고 어느 순간에도 합리적이고 맞는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왔다. 처음 인수전 들어갈 때의 가치를 넘어가려는 상황에서 시장이 이렇게 과열됐는데 저희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전쟁으로 보고 갈 순 없다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수만 씨의 입장은 달랐다. 방시혁은 "합의가 끝나고 소상하게 설명해 드렸다.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다. (이 전 총괄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이수만은 끝까지 간다면 하이브가 SM을 인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던 셈.

방시혁이 말하는 '하이브스러운 선택'은 무엇인가. 구조적 병폐를 끊어내려 노력한 SM, 변화를 참지 못하고 설립한 회사를 넘긴 이수만 씨와 그의 결정을 '대승적 결단'이라 포장한 하이브. 대중은 SM 인수를 위해 총력을 다하던 하이브와 카카오의 싸움을 지켜봤고 그 과정에서 하이브의 속내도 엿봤다. 하이브는 자존심 대신 이익을 선택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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