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사각지대' 대중예술 그리고 BTS④·끝》

BTS병역특례법 두고 정치권 나몰라라
병역법의 테두리 안에 들지 못한 대중예술인

존속 폐지 두고 표류 중인 예술·체육요원제도
'남녀' 모두 입대하는 이스라엘도 대체 복무로 예술 인재 육성

국위선양에 대한 포상보다 예술적 기량 보호 장치로 이해해야
사진제공=빅히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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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대중예술인의 대체복무' 논란 탓에 다시 시끄럽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의 입대가 다가오면서 논쟁은 불타올랐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곳은 정치권. 가장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곳은 한 때 청와대로 불렸던 대통령실이다. 병역법 또는 시행령을 개정하면 대중예술인들 대체 복무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이 시행령을 개정하면 해결될 문제.

대중예술인의 대체 복무 얘기가 본격적으로 처음 흘러나온 것은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를 두고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이 기화가 됐다. 2019년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확정한 '병역 대체복무 제도 개선방안'에 한류로 국위를 선양한 대중음악 가수에게 병역 대체복무를 허용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체복무 감축 기조, 병역의무 이행 공정성·형평성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

2020년 펜데믹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이 유엔 연설 등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 전도사로 나서자 분위기는 변했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방탄소년단을 초청해 감사함을 전하기도 하자 대중예술인을 대체 복무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이어진 것.

문재인 정부의 문체부 장관이었던 황희는 "오늘날 대중문화예술인은 국위선양 업적이 너무나 뚜렷함에도 병역 의무 이행으로 인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병역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회에서 병역법을 개정할 일이라는 스탠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시행령을 손볼 수는 없다는 입장.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국민적 관심사인 부산엑스포 홍보 대사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자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지난 8일 방탄소년단의 병역 문제에 대해 "(방탄소년단이) 군에 오되, 군에서 연습할 기회를 주고 해외 공연 일정이 있다면 함께 공연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군 복무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그들의 인기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을 넘겨받은 국회도 혼란하기는 마찬가지.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탓에 대중예술인의 병역 특례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나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소위원회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황희 (문체부) 장관이 'BTS가 군대에 간다고 하니 대한민국에 전쟁이 난 것 아니냐' 말이 있었다. (당시) 야당이던 우리에게 협조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며 "BTS가 국가 부를 넓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냐 없냐를 더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의 경제적 효과와 여러 문화발전에 집중하며 국익 측면에서 군 면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의무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식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1973년 대체 복무 제도가 도입된 뒤 50년간 차별받았던 대중문화인들의 바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운을 걸고 유치하자”고 말했던 부산엑스포유치에 히든카드로의 역할 역시 국회와 청와대의 책임 미루기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가능성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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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고 돌아 대체복무 이슈의 핵심은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가 아니라 차별받는 대중예술인이다. 왜 대중문화는 예술·체육요원제도 안에 포함되지 못하는 지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는 것.

1973년 처음 시행된 예술·체육요원 등의 병역특례제도는 50년 간 13번이 개정됐다. 순수예술 전공자가 특혜를 받을 수 있는 콩쿠르는 국제음악경연대회 28개, 국제무용대회 9개, 국내예술경연대회 5개, 119개 부문. 체육인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아 경기 1위 입상이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2006년 WBC(World Baseball Classic,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위 이상 같은 특별 조건이 추가된 바 있다.

병역특례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동의 아래 국위선양과 같은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추가도 삭제도 가능한 것이 바로 병역법. 그토록 민감한 '공정'만 놓고봐도 현재의 제도에서 대중예술인은 병역특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허은영 한국문화 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예술요원제도는 존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술요원제도는 국위선양에 대한 포상보다는 극히 소수로 제한된 예술 특기자의 예술적 기량을 보호해주기 위한 장치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

준전시 국가로 여성마저 현역 복무가 의무인 이스라엘 역시 대중 예술인을 위한 대체 복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군악대와 별개로 대체복무제도인 '아웃스탠딩 뮤지션스(Outstanding Musicians)'를 통해 예술 인재를 보호하는 것.

이스라엘 군 앙상블은 군악대와 엔터테인먼트병으로 나뉜다. 엔터테인먼트병은 주로 대중예술계열로 가수, 연기, 사운드, 프로덕션 등이 있으며 군행사를 비롯한 뮤지컬 활동에 투입된다. 군악대와 엔터테인먼트병 모두 오디션을 진행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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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스탠딩 뮤지션스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예술요원은 매일 6시간 복무 후 자유시간을 부여받는다. 이들은 1년에 90일의 휴가를 받아 커리어 발전에 사용하는데 해외 공연도 허락됐다.

이스라엘의 셀레나 고메즈로 불리는 유명 여가수 노아 키렐(Noa Kirel)이 엔터테인먼트병으로 근무했다. 2001년생인 그는 2020년 2월에 입대해 2022년 2월까지 이스라엘군(IDF)으로 복무했다. 이스라엘은 연예인뿐 아니라 모델, 틱톡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에게도 제도 확대를 위하여 고민 중이며 인플루언서에게도 활동을 보장한다. 팔로워 144만 명인 이스라엘 모델 안나 자크(Anna Zak)가 입대해 군 안내 센터에서 근무하며 공익 메시지 광고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아웃스탠딩 뮤지션스를 한국에 대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 사회적 분위기와 맞지 않기 때문. 국회에서는 병역의무이행 나이를 30~40대로 연기하거나, 지도자 등의 자격으로 군 복무, 예술부대를 증설해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하자는 개선 방안도 나온 상황이다.

한국사회에서 병역은 불가침의 영역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가의 강제력이 기반이 되는 징병제를 면탈하는 것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공정성을 해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50년간 묵은 대중 예술인의 대체복무 이슈는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로 퉁쳐 버리기에는 거대 담론이다. 신성한 병역을 현역 입대로 해야 한다고 강제하기엔 8종의 대체복무제도가 운영중이고, 매해 9000여명의 현역 입영 대상자들의 각자의 영역에서 국가에 기여 하는 것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를 휩쓸고 에미상, 빌보드 등 글로벌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는 시대다. 1973년 "한국의 문화 자산을 해외에 빼기지 말자"라며 대체 복무제도를 만들었던 병역법의 입법 취지에 맞는 현재 기준이 낡아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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