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한국방송연기자노조 조사
연기자 58.2% "생계위해 투잡중"
서면계약은 49% "불공정 관행 수두룩"
사진= 서울시 제공
사진= 서울시 제공


연기자 절반 이상은 생계 유지를 위해 다른 일자리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한해 1000만원 미만의 출연료를 받고 있고, 10명 중 5명만이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서울시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방송 연기자들의 출연계약 및 보수지급거래 관행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연기자 560명과 노조원 49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이 중 배우가 72%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우(10.2%), 코미디언(9.6%), 무술연기(8.2%)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성인 연기자가 92%, 아동·청소년 연기자가 8%였으며, 출연매체는 방송이 85.9%,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over the top) 등 인터넷플랫폼이 14.1%였다.

연기자 노조원 4968명에 대한 출연 수입을 분석한 결과, 2015년 평균 2812만3000원이던 출연료는 2016년 2623만8000원, 2017년 2301만1000원, 2018년 2094만3000원, 2019년 1988만2000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었다.

금액별로 따져보면 10명 중 8명(79.4%)이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이었고, 1억원을 넘는 경우는 4.8%에 불과했다.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연기자는 전체 출연료 지급분의 70.1%를 차지했고, 수입이 1000만원 미만인 연기자에 대한 지급분은 5%에 불과해 양극화가 매우 심각했다.

일반 연기자 529명의 연평균 출연료 수입은 1997만원이었으며, 연기자 외 다른 일자리를 병행한다는 사람도 전체의 58.2%를 차지했다. 그 이유는 생계비 보전이 78.5%로 가장 많았고, 추가적 수입(9.5%), 진로변경(2.8%) 등이 뒤를 이었다.

출연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는 2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560명이 지난해와 올해 출연한 1030개(1인 최대 3개 답변) 프로그램에 대한 계약 관련 조사 결과, 49.4%는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29%는 구두계약, 21.6%는 등급확인서(방송사가 1~18등급으로 연기자 경력·등급 평가) 등 다른 문서로 갈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서면계약체결의무(제7조 제2항)를 규정하고 있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서면계약 체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출연자는 서면계약이 42%에 불과했으며, 46.7%가 구두계약을 맺고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야외수당이나 식비, 가산료(일일, 미니, 주말 드라마 등 출연·방영시간 및 노력의 차이에 따라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금액) 등 출연보수에 대한 정확한 정산내용을 받지 못한 경우도 43.2%에 달했다. 제작진과 출연자 간 출연료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조속한 해결방법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제작 현장에서 겪었던 부당한 대우도 다수 있었다. 일명 '쪽대본'으로 불리는 촬영 직전 대본을 받은 경험이 33.4%나 됐으며 차기출연을 이유로 출연료 삭감하거나(27.1%) ▲야외비·식대 미지급(21.8%) ▲18시간 이상 연속촬영(17.9%) ▲편집 등 이유로 출연료 삭감(12.5%) ▲계약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10.5%) 등 불공정한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방송사 및 제작사에 검토의견을 전달하는 등 연기자들의 권익개선에 필요한 방안을 마련 계획이다.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은 "열악한 여건과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연기자들의 창작의욕 저하는 대중문화산업 위축으로까지 이어 질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문화산업 성장을 위해 방송사, 외주제작사, 국회, 유관부서 등과 협업하여 개선방안을 도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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