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납득이' 김재욱, 가수 변신
지난 6월 '인생한방' 발표
2011년 트로트 시작
유통 사기 당한 이후 9년 만에 컴백
개그맨 김재욱(부캐 김재롱)./ 사진=이승현 기자
개그맨 김재욱(부캐 김재롱)./ 사진=이승현 기자


'제니퍼' '납득이'라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김재욱이 작정하고 '부캐'로 활동에 나섰다. 트로트 가수 '김재롱'이다. 김재롱은 "'트로트붐'이 일어나기 전인 2011년 트로트를 시작했다. 그해 11월에 '거짓말쟁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다"며 "유통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앨범 발매를 하진 못했다. 이후 9년 공백이 생긴 것"이라고 털어놨다.

9년 전에도 개그맨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비좁았다. 버라이어티 예능이 대세가 됐고, 공개 코미디 무대가 하나둘씩 사라진 이후였다. 김재욱은 자신이 잘하는 '노래'로 팬들을 만나겠다고 계획했다. 그간 여러 개그 코너에서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자랑했기에 '개가수'(개그맨+가수)로 활동하는 것에 무리는 없었다.

"원래부터 트로트를 좋아했어요. 학창시절 친구들이 '컴백홈'을 부를 때 저는 '신토불이'를 불렀고, 2004년 전국노래자랑 성북구 편에 나가서 인기상을 받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튀는 걸 좋아했는데 흥을 발산하고 튀는 데에 트로트가 제격이었죠."

2011년 '거짓말쟁이'라는 노래를 한 고속도로 음반에 수록하고자 했다. 20여 곡 정도가 실려있는 음반 안에 '거짓말쟁이'를 포함 시켜 판매하고자 했지만 유통상 문제가 있었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김재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거짓말쟁이'를 저작권에 등록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다"고 했다.

큰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김재욱은 개그 공연 때나 지방 행사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트로트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활동했다.
개그맨 김재욱(부캐 김재롱)/ 사진=이승현 기자
개그맨 김재욱(부캐 김재롱)/ 사진=이승현 기자
그리고 지난 6월, 9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다. 이캐스트가 기획한 트로트 시리즈 '렛츠트롯'의 파트5 앨범 수록곡 '인생 한방'이다. 김재욱은 "로또복권같은 곡이다. 복권 사면 일주일 동안 희망을 갖지 않나. 대박 인생을 꿈꾸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노래다"라고 설명했다.

무대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김재욱은 창법, 표정, 제스처가 굉장히 능숙하다. 개그맨보다 가수에 더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는 "개그 공연 때 트로트를 많이 부르긴 했지만 이번 신곡을 위해 보컬 선생님께 제대로 훈련을 받았다. 공연 때 '흥'만 가지고 부르다가 전문적으로 들어가니 울렁증이 생기더라. 내려놓고 해야 하는 데 잘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니 더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팬들이 재롱잔치를 보듯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캐명을 '김재롱'이라고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본캐 '김재욱'이 아닌 '김재롱'이라는 부캐로 활동을 시작해 관심이 모아졌다. 김재욱은 "사실 제 이름에 애착이 별로 없었다. 개그맨으로서는 너무 평범하기 때문이다. 데뷔 이후 대다수의 팬들이 제니퍼, 납득이, 일출이 등 캐릭터 이름을 불러 주셨는데 오히려 그게 더 편하고 좋았다"며 "김재롱이라는 이름은 두 달 밖에 안돼서 아직 어색한데, '재롱씨' '재롱아' 이렇게 불러주실 때 강아지를 부르는 것 같아 재미있고 친근하다"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KBS2 '개그콘서트' 무대도 사라졌어요. 개그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트로트 제안을 받았고, 이때다 싶어 '부캐'를 생각하게 됐죠. 기존의 통통한 '김재욱'의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 다이어트도 했고, 가수 활동을 할 때만큼은 웃지도 말고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김재롱'을 빚어냈습니다."
[TEN 인터뷰] "트로트 가수 김재롱입니다"…'11Kg 감량' 김재욱, 부캐로 '인생 한방'
앞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유산슬부터 지미유까지 수많은 '부캐'를 생성하면서 이른바 '부캐 열풍'이 불었고, 개그우먼 김신영, 신봉선 등도 각각 '둘째이모 김다비' '캡사이신'이라는 부캐로 트로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김재욱은 ""둘째이모 김다비'나 '캡사이신' 같은 이름은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이모' 캐릭터 얼마나 좋은가. 어딜가도 친근하지 않나. 사실 정통 트로트 가수들이 부캐로 활동하면 자칫 오버하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개그맨들은 노래하다 장난을 치고, 웃긴 행동을 하면 그저 재미있게 봐 주신다. '부캐'는 특히나 저희에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부캐로 활동하지만, 그게 트렌드니 따라야 하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잠깐 하다 접을 생각이 없습니다. 김재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이에요. 트로트 뿐만 아니라 국악도 힙합도 좋아하는데, 만약 유튜브 등을 통해 커버곡을 선보이더라도 김재롱이라는 이름으로 할 거예요. 힙합 앨범을 내도 '재롱K' 정도?."

'부캐'가 트렌드가 된 것에 대해 부작용은 없을까. 김재욱은 "연예인들이 이미지 변신을 할 때 좋은 무기가 되는 것 같다. '김재욱 연기자 변신' 이런 것보다 아예 이름을 바꿔버리니까 대중들이 더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이름과 이미지에 따라 행동도 바뀐다. 부캐를 만드는 것 자체에 시너지가 생긴다"고 소신있게 말했다.

김재욱은 '홈쇼핑 부캐'에 대한 소망도 드러냈다. 그는 "아시아 쪽 대부분의 나라에선 개그맨들이 홈쇼핑 쇼호스트로 활동한다. 판매를 웃으면서 즐겁게 하더라. '홈쇼핑 부캐'를 만들어서 흔한 방식 말고 참신한 걸 기획해서 재미있는 홈쇼핑 방송을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김재욱 다이어트./ 사진제공=김재욱
김재욱 다이어트./ 사진제공=김재욱
'개그맨 김재욱'이 아닌 '트로트 가수 김재롱'을 위해 몸매 관리에도 힘을 쓰고 있다. 최근 그의 모습은 과거 '제니퍼' 때와는 180도 다르다. 무려 11kg을 감량했단다.

'부캐'를 위함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었다. 김재욱은 "결혼 이후 살이 급격하게 쪘다. 그러다 보니 아이도 안 생기더라. 아내와 함께 다이어트에 돌입해서 열심히 뺐다. 그리고 38살에 첫째를, 40살에 둘째를 품에 안았다. 늦은 나이에 아빠 노릇을 하려니 놀아줄 때도 힘들더라. 늙은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아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 당뇨, 심혈관 질환 등 가족력이 있어서 미리 대비하려고 식사량 조절, 운동 등에 신경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재욱은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폐지 소식은 그래서 더 뼈아프다. 그는 "'개콘'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이 사라진 기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김재욱은 마냥 축 처져있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뜻일 수 있다. 공개 코미디가 고착화되고 있었다. 이대로는 고인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1인 미디어 시대가 왔다. 공영방송에선 아무래도 심의가 있어서 개그를 할 수 있는 재료도 한계가 있었다. '개콘' 폐지가 많은 개그맨들이 프리한 공간에서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로트를 부르는 김재롱이라는 가수가 있다'를 알리는 게 급선무 입니다. 어떤 작은 무대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눈도장을 찍는 것이 목표고요. '김재롱을 만나보니 이런 매력이 있더라'라는 소리를 듣기 위해 대중들께 서서히 물들고 싶습니다. 알게모르게 물들면 얼룩으로 남지 않습니까. 하하. 오래도록 기억되는 김재롱이 되겠습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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