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콘서트│이것이 보아다
한 번의 음 이탈도 없었다. 앙코르 무대 엔딩 곡까지, 두 시간 반 동안의 완벽한 라이브를 마친 후에야 보아의 목소리는 감격으로 떨렸다. “우여곡절 끝에 13년 만에 콘서트를 하게 됐다” 라며 벅찬 감정을 애써 억누른 그의 말대로, 1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열린 ‘보아 스페셜 라이브 2013~Here I am~’ 은 지난 2000년 만 열다섯의 나이로 데뷔한 보아의 국내 첫 단독 콘서트였다.



일본 활동 당시 매년 수만 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 무대에 섰던 보아였지만 한국에서의 첫 단독 콘서트는 큰 스케일이나 화려한 볼거리보다 ‘들려주기’에 무게를 실은 공연이었다. 그래서 “제가 와이어 타고 날아다니는 공연을 기대하셨다면, 첫 콘서트인 만큼 팬 여러분이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보아는 게스트 없이 혼자서 공연 전체를 소화했고 밴드와 댄스 팀을 활용해 무대 사이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오프닝 ‘Hurricane Venus’를 비롯해 미국 앨범 수록곡 ‘Eat You Up’, ‘Energetic’ 에서는 격렬한 댄스와 함께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한별’과 ‘늘…’ 등 발라드곡을 통해서는 차분하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다. 뮤지컬적인 연출이 돋보인 ‘Did ya’ 무대에서는 바닥 플로어 LED를 활용해 꽃이 피고 지는 모습 등을 그려냄으로써 시선을 사로잡았고, 애정이 식어가는 연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자작곡 ‘그런 너’는 샤이니의 태민과 함께 출연한 뮤직 비디오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장기인 힙합 베이스의 안무 외에도 매혹적인 탱고풍의 독무를 펼친 ‘마이네임’, 블랙비트의 심재원과 고난도의 커플 댄스를 보여 준 ‘온리 원’ 무대는 그가 단지 어린 나이에 데뷔해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아이돌이라는 상징을 넘어 현재에도 손꼽을 만큼 뛰어난 보컬이자 댄서임을 확인시켰다.

보아의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준 무대

보아 콘서트│이것이 보아다
국내 첫 콘서트인 만큼 세트 리스트에서 한국 활동 초기의 히트곡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지만, 이는 한편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일곱 장의 정규 앨범을, 미국에서 한 장의 데뷔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해 온 보아의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활동을 추억하며 “내일 모레면 서른이다. 이 나이에 고글 쓰고 ‘아틀란티스 소녀’ 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농담을 던진 보아가 마지막으로 7집 앨범 수록곡 ‘네모난 바퀴’를 부른 뒤 “내 인생 같은 노래”라며 눈물을 보인 순간은 13년에 걸쳐 무대에서 땀과 눈물을 쏟으며 자라 온 그 시간들의 단면을 잠시 보여주는 듯했다. “뾰족해 못난 네모난 바퀴 / 역경은 깎아내면 둥글겠지 / 내 부러진 날개 펼치는 날엔 / 언덕 끝까지 힘차게 달려 – ‘네모난 바퀴’ 중”



사진제공. SM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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