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그리고 그 외. 어쩌면 2012년의 엔터테인먼트계를 정리하는 데는 이 한 마디로 충분할지 모른다. 물론 유재석은 여전히 건재하고, 강호동도 조용히 돌아왔다. 그러나 기존의 장점을 무사히 보존하고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한 해를 보낸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은 과거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고 TV에서 파격과 신선한 재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자신만의 매력과 흥미로운 도전으로 대중의 눈과 귀와 마음을 붙든, 혹은 거친 생각과 불길한 행적으로 그걸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인물 열다섯 명에 대해 가 기록했다.

2012 텐어워즈│판매왕부터 파괴지왕까지 15왕 정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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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왕 H.O.T.
오빠들이 다시 ‘핫’해졌다. tvN 에 ‘토니 오빠’가 ‘포카리’를 타고 등장하는 순간, 지금은 성인이 된 왕년의 소녀 팬들은 모두 ‘안승 부인’ 성시원(정은지)에 빙의했기 때문이다. H.O.T.든 젝스키스든, 오빠들의 포스터가 찢어지면 내 맘이 더 찢어지고 오빠들이 차트 1위하면 내가 1등 한 것보다 더 기뻐하던 시절, ‘사서함’에서 활동 스케줄을 확인하고 선착순 현장구매로 콘서트 표를 사기 위해 한겨울 은행 앞에서 밤새 줄을 서던 그 때의 순수한 열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은 H.O.T.로 대표되는 1세대 아이돌 팬덤 문화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내며 그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의 추억을 소환했다. 게다가 tvN < SNL 코리아 >에서 ‘톤혁’은 몸소 팬픽 명장면을 재현하며 충격적인 팬 서비스를 보여주기도 했으니, 이쯤 되면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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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김병만
물고기 잡이용 통발, 깡통 밥그릇, 나무와 소똥 반죽으로 된 집, 파라솔, 코코넛 껍데기 오리발, 반자동 작살, 뗏목, 정글 궁, 랩 물안경, 야자 줄기 빗물받이, 넝쿨 도르래 등. 이 모든 건 김병만이 SBS 에서 만든 것 중 ‘일부’다. 팀은 1년 넘게 바누아투, 시베리아, 마다가스카르 등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오지만을 찾아다녔지만 김병만은 열악한 조건에서 아이디어와 추진력만으로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거나 발명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KBS ‘달인’, SBS ‘키스 앤 크라이’를 통해 익히 드러났던 그의 노력과는 또 다른 영역의 능력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그러니 매번 새로운 분야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주는 김병만이야말로 매해 새롭게 조명할 만한 희극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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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왕 김수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자칫 잊기 쉽지만, 올 상반기에는 이른바 ‘김수훤 신드롬’을 일으킨 김수현이 있었다. 시트콤과 학원물, 화제작의 아역을 거치며 개구쟁이 소년의 얼굴에 삶의 그늘을 드리우다 마침내 예민한 왕과 아련한 남자의 표정까지 획득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해온 그는 을 통해 가능성의 영역에서 인정의 세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청춘스타가 된 그에게 쏟아진 것은 대본만이 아니라 수많은 광고 계약서도 함께였다. 상반기에만 스무 개에 가까운 광고를 찍은 김수현이 맥주와 카메라에서 섬유유연제와 젤리까지 다양한 품목을 아우르며 빅 모델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품고 있는 소년과 남자의 경계성 뿐 아니라 특유의 부드러움이 시장에서 폭넓게 소구된다는 의미다. 다만 “선배, 상↗큼한 것 같아요”란 말에 귀가 붉어지고 “용감스러운” 노래에 손발이 수축됨은 누나들이 기꺼이 감내해야 할 부끄러움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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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왕 김준현
올해 김준현이 KBS 에서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단지 180cm에 120kg이라는 신체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멋쩍은 순간마다 우렁차게 “고뤠?”를 외치며 상황을 무마하던 그는 코너 초반 소박했던 “고래?”로 시작해 점차 음폭을 달리하며 “고오로로뤠에?”의 경지에 이르는 소리의 진화를 보여주었고 마침내 통신사, 김치냉장고, 보일러 CF를 석권했다. 또한 “여자들은 왜, 뚱뚱한 남자를 싫어하는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지며 등장한 코너 ‘네가지’에서는 “마음만은 호올쭉하다”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깨알 같은 자기고백과 연기력으로 관객을 휘어잡았으니, 웃으면 활처럼 휘어드는 입과 애교스럽게 굽는 반달눈을 지닌 그가 호올쭉하지 않아도 훈훈한 남자로 보이는 것은 불가항력일 것이다. 게다가 뮤지컬 넘버 ‘지금 이 순간’을 훌륭히 소화하고 리드미컬한 드럼 연주를 보여주기도 하며 알고 보니 철학을 전공하는 등 의외성의 매력으로 무장한 이 남자, 하지만 너무 깊이 빠져들지는 말자. KBS 에서 5년 사귄 여자친구와 통화할 때 애교가 막…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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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왕 버스커버스커
Mnet 의 우승자는 울랄라 세션이었지만, 올 상반기를 지배한 것은 준우승자 버스커버스커의 데뷔 앨범이었다. 학자금 대출과 취업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아가는 수많은 대한민국 이십대의 현실은 어느새 청춘이나 낭만으로부터 멀어졌고 메이저 시장에서는 그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음악조차 찾아보기 힘든 시기에 등장한 ‘벚꽃 엔딩’과 ‘여수 밤바다’는 마치 봄의 설렘을 담은 공기처럼 거리마다 울려 퍼졌다.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이 타 방송사 음악 및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서부터 벽에 부딪히는 것과 달리 방송 대신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장범준의 일러스트가 더해진 한 통신사 광고의 CM송을 히트시키는 등 자신들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도 실속 있는 한 해를 보낸 버스커버스커, 내년 봄에도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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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그대왕 송중기
뽀얀 얼굴로 아이처럼 웃어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KBS 에서 강마루의 사랑과 복수가 사실상 맹목에 가까웠음에도 많은 여성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었던 것은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나지막한 목소리와 부드러운 눈빛만으로도 ‘남자’의 매력을 보여준 송중기 덕분이었다. 데뷔 5년차,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꾸준한 신뢰를 쌓아온 그가 사랑받는 이유는 해사한 미모와 안정된 연기력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 에서 대사 하나 없이 눈빛과 몸짓을 통해 말로 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숱한 여성관객들로 하여금 재관람에 이어 “기다려”를 연습하게 만든 송중기의 매력은 아직 바닥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앞으로도 매일 함께 하고 싶은 이 남자, 아 예쁘다. 뽀뽀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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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왕 수지
‘미쓰에이의 수지’가 아니라 그냥 수지다. 아이돌, 특히 걸그룹이 눈에 띌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올해 자신의 이름만으로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소녀다. 영화 에서 당돌하면서도 새침한 음대 신입생 서연이 그토록 생동감 넘치는 여자아이로 그려질 수 있었던 것은 수지의 말간 얼굴 위로 떠오른 스무 살의 표정과 눈빛 덕분이었다. 비록 미쓰에이 활동 외에도 각종 방송과 행사, 인터뷰로 한 해 내내 쉬지 않고 노출되어 이미지 소모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수지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은 예측하기 어려운 선물처럼 찾아온다. KBS 무대에서 ‘꽈당’ 넘어지고도 굴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김준현과의 키스 의혹을 해명하고, 문장은 서투르지만 진심을 담은 영화평을 트위터에 올리곤 하는 이 씩씩한 소녀의 시원스런 웃음에 절로 따라 미소 짓지 않기란 여전히 힘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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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싸이
싸이와 ‘강남 스타일’을 빼고 2012년을, 그것도 2012년의 세계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를 기록한 노래, 유튜브에서 9억 3천만이 넘는 뷰를 올리며 역대 최다 조회 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 2012 MTV 유럽 뮤직 어워드의 베스트 비디오 부문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 그러나 미국 시사주간지 이 선정한 것처럼 싸이는 ‘2012년 벼락스타 1위’가 아니다. 지금 그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이 아니라, “사람은 한 명, 군번은 두 개인” 민감한 과거마저 캐릭터로 승화시키고 땀과 눈물이 뒤섞인 공연을 만들며 12년 간 쌓아 온 시간의 결과다. 고집은 신념이, 어디서도 주눅 들지 않던 배짱은 스타일이 되는 사이 나이를 먹고 남편이자 아빠가 되었어도 여전히 놀 땐 노는 사나이는 마침내 ‘말춤’으로 세계인을 신나게 놀게 만들었다. 어때? 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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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왕 여진구
‘마의 16세’도 피해가는 소년들이 있다. 과거 유승호가 그랬듯, 지금 여진구도 그렇다. 2010년 SBS 의 어린 강모였을 때만 해도 그저 연기 잘하는 기특한 아역배우 중 하나였던 여진구는 올해 MBC 과 를 통해 훌쩍 자란 모습을 보이며 누나와 이모들의 가슴을 선덕거리게 만들었다. 단지 선 굵은 이목구비와 변성기를 막 지난 저음의 목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거나 상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또박또박 이름 석 자를 불러주는 모습에서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충분한 존재감이 드러난 덕분이다. 게다가 카메라 밖의 여진구는 여전히 “3학년 전체가 친구”인 씩씩한 전교 부회장이자 “성대한 첫사랑을 꿈꾸고 있는” 열여섯 사내아이니, 내년에도 설레며 지켜보자. 이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는 순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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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중왕 이병헌
구중궁궐 한복판에 우리가 꿈꾸던 왕이 있었다. 유려함과 친근함의 양가성을 대중의 꿈에 한데 섞어 눈앞에 보여주는 배우가 있었다. 영화 에서 경박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천민과 권태와 피로에 잡아먹힌 왕, 그리고 백성의 꿈을 담아 교지를 읽어가는 또 한 명의 왕을 능수능란하게 오간 이병헌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 응답한 천만 관객의 마음을 견인한 가장 강한 힘은 그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데뷔 이래 줄곧 스타였고, 지난 10년이 넘도록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였던 이병헌이 마침내 국내에서는 천만 관객을 웃고 울리고, 할리우드에서는 무기질의 액션이 아닌 감정이 덧칠된 몸의 언어로 표현하는 배우가 되었다. 연기 잘 하는 배우, 한류 스타, 할리우드 배우, 그 어느 이름에도 손쉬운 수사가 아니라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응답할 수 있는 이름. 만백성이 인정하는, 왕 중의 왕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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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왕 이승철
Mnet 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순간은 유승우의 눈물도, 로이 킴과 정준영의 콜라보레이션도 아니었다. 심사계의 간달프와 사루만처럼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윤종신이 떠난 자리, 어휘가 부족한 윤미래와 시간이 부족한 싸이 사이를 꿋꿋이 지키던 의 터줏대감 혹은 부녀회장 이승철은 모든 참가자에게 자신의 집을 찾은 손님을 대하듯 여유로우면서도 반가운 심경을 드러냈고 마침내 ‘어서와’ 라는 불멸의 유행어를 남겼다. 1대 1 면담에서 소파에 느슨하게 기대 한쪽 팔을 걸치고 나른한 표정으로 턱을 뒤로 젖히며 그가 던진 한 마디 “어서 와, 이런 자리 처음이지?”가 고운 눈화장과 쌍꺼풀, 몽롱한 눈빛의 도움을 받아 유혹적인 느낌을 극대화한 덕분이다. 이후 인터넷 상의 ‘합성 필수요소’에 등극한 ‘어서와’는 “어서와, 관악산은 처음이지?”(서울대 수시면접 안내 플래카드), “어서 올라와”(서울여대 계단), “어서와, 추워 문 닫고 와”(한 고등학교 교실 뒷문) 등 무수한 파생작을 쏟아내고 있으니, 그동안 뭘 몰랐던 애미춰 광고주들은 이승철에게 어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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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정우성
정우성이 지나간 사랑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을 때, 전국 여성 시청자들의 입은 절로 벌어졌다. 1년여 만에 부활한 MBC ‘무릎 팍 도사’의 첫 손님으로 등장한 정우성은 영화 로 최고의 청춘스타가 되기 전 가난했던 유년기와 “꿈이 없었던” 청소년기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고, 그 어떤 고생도 어려움도 심상하게 회고하는 태도는 오히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스캔들’이 되어 버렸던 사랑의 상대에 대해 그가 드러낸 애정과 배려는 유명인의 사생활을 그저 흥미로운 가십거리로만 바라보던 시선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그동안 방송되었던 수많은 토크쇼의 주인공 가운데 정우성이 유독 빛나고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 것은 데뷔와 동시에 미남 배우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게 느꼈던 이가 태연히 문을 열고 들어와 사람들을, 세상을 똑바로 응시하며 던진 진심과 그 진심이 무르익어 배어나던 태도 덕분이었을 것이다. 즉, 우리가 꼭 외모 때문에 정우성을 사랑하게 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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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 정형돈
가요계에도 상도덕이 존재하고, 이별에도 예의가 있는 법이다. 지난 9월까지 ‘형돈이와 대준이’로 활동했던 정형돈은 고작 2개월 만에 ‘뚱스’로 길과 재결합했다. 이는 “형돈이가 쇳독이 올라” 청계천에 새 금목걸이를 사러 갔던 스타일리스트 데프콘의 정성에 대한 배반이요, 한 살 어린 동생임에도 “정형돈은 돈까스 파는 예수님”이라고 깍듯하게 대접하던 형 데프콘의 의리를 짓밟는 행위다. 그러나 MBC 의 ‘미존개오’를 넘어 MBC every1 을 아이돌판 ‘라디오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고, 감각 있는 작사가이자 중독성 있는 보컬을 지닌 뮤지션으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한 마성의 남자 정형돈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마음은 도니가 곁에 있어도 도니가 그리운 데프콘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역시 명곡과 명개그는 엉덩이에서 나오는 법이다. 잘 봐라, 이게 노력파 의자왕이다. 쌍둥이 아빠, 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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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왕 김광수
시작은 트위터에서의 짧은 몇 마디였다. 다리 부상을 당한 티아라 화영이 “의지만으로는 무리일 때가 있다”는 글을 올리자 다른 멤버들은 “의지의 차이”에 대한 멘션을 올리거나 리트윗했고, ‘화영 왕따설’이 불거졌지만 그 이상 일이 커질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닷새 만에 “은정은 인대가 파열된 적도 있고 지연은 코뼈에 금이 간 적도 있다. 단체 생활이란 누구 하나 돌출행동을 하면 구성원 전체가 흔들린다”는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의 중대발표와 함께 화영은 “자유계약 가수 신분”이 됐다. 방출이냐 해방이냐, 논란이 가열됐고 은정의 SBS 하차 등 후폭풍이 이어졌지만 김광수 대표는 악화된 여론을 가라앉히는 대신 일주일 만에 티아라의 자필 사과 편지를 공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뒤이어 “제 2의 씨야”임을 천명한 4인조 여성그룹 ‘더 씨야’와 ‘남녀공학’ 출신 세 멤버가 속한 7인조 보이그룹 ‘스피드’까지 내놓았으니, 그 놀라운 추진력과 의지에 과연 박수를 드릴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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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지왕 김재철
‘한 사람의 힘’이란 대개 평범한 개인이 의지와 신념으로 어려운 현실을 개선해 나갈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한 사람에게 부적절한 힘이 주어질 때 얼마나 처참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MBC 김재철 사장이 바로 그 산 증인이다. 2010년 그가 ‘낙하산 논란’과 함께 취임한 이래 MBC는 저항과 징계 사이에서 천 번도 넘게 흔들렸고 올해 MBC 노조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170일 간의 장기 파업을 감행했다. 하지만 수억 원의 법인 카드 결제 내역, 무용가 J씨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등 수많은 의혹에도 김 사장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대신 일터에서 쫓겨난 것은 파업에 참여했던 직원들과 < PD수첩 > 작가 전원이었다. 게다가 시간대 변경과 파행보도, 일일 시트콤과 갑작스런 폐지 등 폭탄을 돌리는 듯한 경영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내년에는 1등 탈환”을 외치는 사장님의 패기가 낳을 사태는 상상만 해도 조인트를 까인 듯 뼈아프다.



글. 최지은 five@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글. 이가온 thirteen@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글. 이경진 기자 twenty@
편집, 디자인.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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