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1. 有血事態. 피를 흘리는 물리적, 신체적 위해를 야기하는 사태
2. 이래도 나의 말을 듣지 않을 테냐? (브금 : 바바 예투 예투 울리에 음빙우니 예투 예투 아미나)

미국의 유명 게임 프로그래머인 시드 마이어의 최신작 는 출시와 함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유의 게임성에서 비롯된 중독성 덕분에 ‘타임워프’를 경험할 정도로 깊이 빠져드는 탓에 이 게임을 접하는 사람들은 현실세계로부터 ‘운명 하였다’는 뜻을 담아 ‘문명 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들을 정도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선택한 문명을 발전시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게임은 이를 위해 배경이 되는 다양한 문명을 시간을 초월한 동일 선상에 펼쳐놓는다. 그런 탓에 역사를 배반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건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한 간디의 등장이다.

옥수수와 금의 교환을 원하는 간디의 상식을 초월한 모습은 게임의 쾌속 한글화에 힘입어 더욱 극악한 모습으로 포착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세속의 물질적 가치를 뒤엎는 제안을 수락할 시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이는 단정한 협박이다. 그리고 실제로 간디는 자신의 청을 거절한 플레이어에게는 비(정한)폭력의 궁극을 맛보게 함으로써 발언의 효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간디의 반란은 연약한 신체와 막강한 파괴력의 모순적인 조화를 통해 외형의 덧없음을 역설한다. 또한 무혈의 혁명이 명예로운 것이라 여겨왔던 대중들에게 소극적인 염원보다는 적극적인 쟁취가 때로는 필요하다는 계몽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약자를 얕보는 권력자들에게 티끌을 모아 만든 태산과 같은 힘으로 유혈의 응징을 내리는 것은 문명의 퇴보를 막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일인 것이다. 그러니 바람에 쓰러지되 뿌리 뽑히지 않는 우리들은 서로의 어깨를 걸고 험준한 시절을 견뎌 악의 유혈로 오늘을 보상 받는 그날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

용례
* 그동안 그는 먹잇감을 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금을 주시면 유혈사태는 없을 것입니다.
* 이보시오, 물 한모금만 주시오. 유혈사태를 피하고 싶지 않소?
* 내 여동생 방에 또다시 들어오면 유혈사태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들어오면 죽는다니까아아 ↘ 아아 ↗ 아아-
* 90점은 필요 없으니 문자 투표를 해주십시오. 그렇다면 유혈사태는 없을 것입니다.
* 너, 유혈사태를 방관하고 있었지? 내가 죽길 바란 거냐? 어?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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