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My name is...
김태훈│My name is...
My name is 김태훈. 클 태(太)에 공 훈(勳)을 쓴다. 큰 공을 세우라는 뜻이다.
태어난 날은 1975년 5월 26일. 삼형제 중 막내. 둘째 형이 영화배우 김태우다.
어렸을 때부터 형들과 노는 게 가장 즐거웠다. 심지어 주말에 같이 술 먹자는 친구들도 뿌리치고 (웃음) 집에서 형들과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이 싫은 건 절대 아니고, 단지 술을 마셔도 형들이랑 마시는 게 더 재밌으니까.
지금도 공 하나만 있으면 삼형제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논다. 얼마 전에 태우 형 아들이랑 공원에서 야구공을 던지며 놀았는데, 어느새 조카는 저 쪽에 가있고 태우 형이랑 둘이 1루, 2루 정해놓고 야구를 했다. 하하하. 큰 형한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했더니, 큰 형도 “어, 그래?” 하면서 막 달려왔다. 우리끼리 룰도 정하고 돈도 조금 걸어놓고선 한 시간 동안 정신없이 놀았다. 야구 내기의 승자는 승부욕이 가장 강한 태우 형이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94학번이다. 다른 학교에 비해 연기를 전공하는 학생 수는 적지만 설경구, 이문식, 유오성 선배님 덕분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학교를 다녔다. 사실 요즘엔 선배님들의 뒤를 잇는 계보가 조금 끊겼는데, 후배들을 위해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해주고 싶다.
마음은 안 그런데, 졸업하고 교수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 날 예뻐해 주신 최형인 교수님께 첫 상업영화 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선생님, 저 나왔으니 보세요’라는 얘기를 못 하겠더라. 나중에 뵈러 가면 ‘너, 뭐, 했더라?’며 섭섭해 하실 것 같다.
이번 의 분장은 대학교 때 분장실습을 가르쳐주셨던 황현규 교수님이 직접 해주셨다. 처음에는 정말 안 믿기더라.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이라 한참 후에나 배우와 분장사로 만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다니! 많이 부담됐는데, 선생님께서 계속 “괜찮아, 잘해 잘해”라고 격려해주셨다.
키가 182cm인데, 자세가 좀 구부정해서 화면에서는 그렇게 안 커 보이는 것 같다. 실제 키를 알고 나면 다들 놀라더라. 얼굴도 실물이 더 낫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하지만 그 말의 숨겨진 뜻은 화면에서는 못생겼다는 말 아닐까? 하하하. 내가 보기엔 화면이나 실물이나 똑같은 것 같은데, 카메라 감독님들도 나한테 화면발 안 받는다는 얘기를 종종 하신다. 하지만 연기에 진심이 보이냐 안보이냐가 중요하지, 화면에 나오는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기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혈액형이 O형인데, 예전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도 하고 거침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라 누가 봐도 전형적인 O형이었다. 대학교 때 연기 수업을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는데, 그러면서 남을 배려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말도 많이 걸러서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요즘엔 A형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웃음)
영화 의 호방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오정세와 가장 친하다.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라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런데 를 찍으면서 종필(이종필, 노형사 역)이랑 많이 친해졌다. 종필이도 나처럼 조용한 성격이라 둘이 촬영장 구석에서 계속 속닥속닥 얘기했다. 이정범 감독님이 “모니터 앞으로 오지 왜 구석에서 그러고 있냐?”며 가운데로 오라고 하셨지만 “그냥 촬영장에 똥개 두 마리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대꾸했다. 하하하. 원래 촬영장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래서 내 인간관계는 좁고, (깊은가?) 아니, 얕은 것 같다. 그냥 좁고 얕다. 하하하.
사람들이 내 앞에서는 아는 척을 안 하다가 내가 지나가고 나면 옆 사람에게 ‘혹시 에 나왔던 배우 아니냐’고 묻는다. 얼마 전에 아는 동생이랑 동물병원에 갔는데, 아무도 나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런가 보다 하고 병원을 나왔는데, 내가 나가자마자 모든 직원 분들이 “혹시 영화배우 김태훈 아니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 왜 내 앞에서는 한 번도 표현을 안 하시지? (웃음)
다른 배우들은 작품 속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하지만, 난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왜냐면… 작업이 없는 기간이 더 길기 때문에. (웃음) 오히려 나한테는 역할에 몰입하는 게 관건인 것 같다.
그 몰입이라는 건 아이의 마음으로 하면 될 것 같다. 가끔 조카랑 소꿉놀이를 하는데, 엄마를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그 역할에 잘 빠져들고 또 금방 빠져나온다. 나한테 “여보, 우리 애기 유치원 선생님이야 인사해”라고 하길래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대꾸해줬더니 갑자기 “삼촌, 선생님이 어딨어?”라고 하더라. (웃음) 한 마디로 자신의 상상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게 답인 것 같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