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다가가기
“왜 이렇게 언니 말을 안 듣니. 아우 속상해.” “아, 싫어. 아, 너 싫어. 아, 나 쟤 싫어!” 새침하고 까탈 맞은 처녀의 짜증 같지만 아니다. 저승의 뒷간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사십 대 남자가 이런다. “나 천지호야아. 천지호-!”가 벼슬인 왈패 천지호는 어느 집 노비들이 도망쳤다는 소식만 들어도 “일곱이면은 백 다서헛 냥에…”로 셈이 나오는 한수 이북 최고의 추노꾼이다. 아니, 최고의 추노꾼이었다.

바람에도 꿈쩍 않게 덩어리진 머리카락과 한 마리 삵 같은 인상, 웃으며 따귀 갈기는 지랄 맞은 성미는 저자에서도 알아주고 “왈짜 밥 먹은 놈이 아래 위 모르면은 어느 골목에서 칼 맞아 뒤질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칼 든 놈한테 밀리고 벼슬아치한테 치이면 밥그릇 뺏긴다” 등 저자의 법도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공권력에도 쫄지 않는 배짱으로 “오포교님은 그래, 빈대시끼도 아니고 이 집 헛간에 붙어다가 저 집 광에 붙었다가아 바쁘시겠습니다요?”라며 맞먹고, 제 밑에서 자라 현재 최고의 추노꾼 자리에 오른 대길을 시샘해 죽을 함정을 파놓고는 “이놈아, 그렇게 깨방정 떨다가는 어디서 칼 맞아 뒤질지 모른다고 얘기 했잖어어” 라며 나긋나긋하게 속삭인다. 비록 배움은 없지만 “똥에 향내가 있어서 파리가 꼬이냐” “종기가 크면 고름도 많은 법” 등 배설에 대한 은유에 능하고 발가락 새 후비던 꼬챙이로 잇새 쑤실 만큼 호방한 자칭 영웅호걸, 진정한 야성미란 이런 것이여어!

갈래 : 짐승남, 죽어야 철 들 놈, 나 천지호야아-천.지.호-!

[1점 문제]
Q. 다음 대화의 마지막에 들어갈 천지호의 대사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황철웅 :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일을 맡는다 들었다. 얼마면 자네들을 살 수 있는가.
천지호 : 우리 그렇게 쉬운 놈들 아닙니다. 사람 잘못 찾으셨습니다요. 얘들아, 짐 싸라!
황철웅 : 삼백 냥이면 살 수 있나.
천지호 : 짐 싸라고 이 자식들아! 쓰읍~ 우리 그렇게 개나 소나 따라가는 그런 놈들 아닙니다, 나으리. 뭔 사연을 들어야 움직일…
황철웅 : 오백 냥이다. 따라들 오거라.
천지호 : 얘들아아! ( )

1) 조져라!
2) 짐 싸라니까.
3) 인사 드려라~
4) 한 잔 쳐봐아.
5) 대가리 잘 보고 쏴.


[2점 문제]
Q. 다음 천지호의 대사에 담긴 함의를 가장 적절하게 해석한 문구를 고르시오.


“어차피 펼친 멍석이여. 같이 춤 한 번 추지 뭐.”

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2) 공부하다 뒤져라.
3) 걸어서 도망가면 걸어서 잡아야지.
4)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5) 도라지 백 뿌리보다 나은 산삼 한 뿌리가 요기잉네?


[3점 문제]
Q. 다음 고전소설 <천지호전>을 드라마로 제작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장면으로 적절한 것은?


…그리하여 천지호가 저자 한 복판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아무튼 그 종놈이 말이야, 칼을 쫘악 뽑아가지고 대길이놈 여기서부터 옆구리까지 쫘악~ 피가, 피가, 퐈악!!!!!!!!!!!!!!!!!!!!! 대길이가 말이야, 똥줄이 타서 도망을 가는 거야. 그 때 종놈이 부웅~~~~~ 날라가지고 대길이 등짝을 발로 타아악 차고 칼을 쫘악~ 뽑는데. 날쌔기가 범호 같은 거야. 종놈이 말이야. 대길이 등짝을 따악 밟고 서서 칼을 쫘아악 뽑아서 올리는데. 아유, 늠름한 놈인 거야! 이놈이 난세에 태어났으면 장군감이야! 이놈이 말이야, 칼을 대길이 모가지에 따악 내리쳤으면 대길이 모가지는 똑- 떨어지는 거!”라고 청산유수로 주워섬기니 눈치 없는 춘화쟁이 방화백이 “근데 자네는 뭘 했나?”하고 책하더라. 허니 부아가 난 천지호가 “아유 좀 닥치고 들어봐아아! 그 때 바야흐로 대길이와 나의 거리는 말이야, 얼추 한 삼백 보. 아…이거 살려주기에는 너무 거리가 먼 거야. 그냥 돌아서기에는 너무너무 불쌍하고!” 좌중 이 말을 들으매 모골이 송연하여 술렁대었으나 동네 홀아비 마의는 “캬아…관우를 바라보는 조조 마음일세!”라며 추임새를 넣니라.

1) 저자에 모인 사람들이 천지호를 바라보는 장면
2) 난세에 태어난 종놈이 장군으로 출세하는 장면
3) 대길이 모가지가 똑 떨어져 피가 쫘악 튀는 장면
4) 천지호가 달려가 대길의 목숨을 구하는 장면
5) 조맹덕이 관운장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장면


* 지난 주 정답
문법과 암기 문제 – 3) 풀잎 : poor at은 ~를 못한다
독해와 영작 문제 – 2) 백현 : Get out of here.
듣기와 쓰기 문제 – “Love of my life You`ve hurt me You`ve broken my heart And now you leave me Love of my life Can`t you see~” – Queen ‘Love of my life’


[실전! 거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말하기 전략]

* 오늘 면접 봤는데 내일 바로 출근 헐 테냐고?
저 그렇게 쉬운 놈 아닙니다.

* 호랑이는 늑대하고 한 동굴에서도 못 산다니까?
이 머리는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샴푸랑 물 축내라고 있는 게 아니라. 어?

* 너그들은 삼권분립도 못 배워 처먹은 거여?
아 이런 개호로개새끼가 있어그래애~ 아 좀 짖지마아 시끄러어~ 한 번만 더 개소리 했다가는 그냥 된장 발라 버릴 끄야아. 좀 하지 마아 쓸데없는 소리~ 껍질 그냥 쭈욱 벳겨버릴래니까아!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