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성재편 예고 영상 캡처.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성재편 예고 영상 캡처.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김성재편 예고 영상 캡처.

지난 21일 방송할 예정이었던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고(故) 김성재 편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불방되자 한국PD연합회와 SBS PD협회가 23일 성명을 냈다. 지난 8월 3일로 예정됐던 ‘김성재 편’의 방송 무산에 이은 두 번째 방송 불허에 대해 두 협회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 제작진은 지난 8월 한 차례 법원으로부터 김성재 편 방송 불허를 받았다. 김성재 편은 8월 3일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7월 30일 김성재의 전 여자친구 김모 씨가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채권자의 명예 등 인격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5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SBS가 오로지 공공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 신청인 김씨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그알’ 제작진은 이후 새로운 내용으로 김성재 편을 만들어 12월 예고편을 내보냈다. 사망 직전까지 슈퍼스타였던 김성재의 죽음은 늘 미스터리로 남았던 터라 예고편만으로도 뜨거운 화제가 됐다. 듀스로 데뷔한 김성재는 1995년 11월 19일 첫 솔로 앨범 ‘말하자면’을 발표하고 SBS ‘생방송 TV가요 20’에 출연했다. 방송을 마친 후 당시 숙소였던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현 그랜드힐튼 호텔 서울)로 돌아왔고 다음날 사망한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김성재의 팔과 가슴에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고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됐다. ‘그알’ 제작진은 인간에게 쓰이지 않는 약물인 졸레틸이 검출된 점과 28개의 바늘 자국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김모 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덕수는 ‘김성재 사건의 진실’ 파일을 통해 졸레틸은 신종마약으로 당시 미국, 유럽 등지에서 유행한 마약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모 씨가 구매한 졸레틸 50은 단 1병이며 이는 치사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김성재의 모친은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성재는 자살한 게 아니다”라며 “성재는 오른손잡이다. 오른팔 주사 바늘 자국이 있는 부분에는 스스로 주사할 수 없다. 어떻게 28바늘을 자기가 놓나”라고 항변했다. 법무법인 덕수는 이에 대해선 “김성재는 뮤비에서 왼팔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양팔을 써서 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김성재가 스스로 마약을 주사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김모 씨는 지난 18일 다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20일 같은 재판부가 이를 인용함에 따라 김성재 편은 또다시 방송을 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지난 8월 가처분 결정문을 통해 ‘그알’의 김성재 편이 당시의 판결 이후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잘못된 판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방송을 금지한다고 했다. 이는 1996년 김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 이유로 든 ‘졸레틸 50’ 1병이 김성재와 같은 건강한 청년으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분량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 이후 나온 논문 내용 등에 비추어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에 PD협회는 “지난 번 방송금지 결정의 취지를 겸허히 수용해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방송을 구성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취재한 방송이 똑같은 재판부로부터 똑같은 판결을 받았다”며 “그 시절 낡은 판결을 근거로 한 법원의 판결은 완전무결한 판결이란 얘기냐”고 비판했다. 또 김모 씨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김성재가 마약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PD협회는 “제작진에 따르면 당시 부검의로부터 사망 당시 14cm였던 김성재의 머리카락에서 마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14개월 동안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서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성재의 죽음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PD연합회는 재판부의 이번 결정이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성재 사망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부실한 초동수사, ‘전관예우’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됐다. 2심부터 김모씨의 변호를 맡아서 1심의 무기징역 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사람이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이었다는 것. PD연합회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재판부는 ‘그알’이 방송될 경우 사법부의 떳떳치 못한 구석이 다시 거론되는 게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모씨는 당시 살인 혐의 용의자로 떠올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2심과 최종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성재 사망 사건을 두고 재판부와 제작진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그알’ 배정훈 PD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배 PD는 “사법부라는 이름의 기관에서 시작되는 이 사회의 질서와 약속을 존중할 뿐”이라며 “방송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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