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제공=JTBC ‘라이프’ 방송화면 캡처
사진제공=JTBC ‘라이프’ 방송화면 캡처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Life)’가 깊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의학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반환점을 돈 ‘라이프'(극본 이수연, 연출 홍종찬 임현욱)는 2막을 열었다.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지난 21일 방송 시청률도 전국 5.2%, 수도권 6.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라이프’가 “차원이 다른 의학드라마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의료계가 직면한 현실을 통해 사회 전체를 꿰뚫는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극을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장기이식센터처럼 사람들이 잘 몰랐던 숨은 곳까지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더불어 거대담론도 예리하게 짚어낸다.

◆ 공생인가 적대인가, 멀지 않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국민과 의료기관 사이에서 의료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진료가 적정한지 심사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심평원. ‘라이프’에서도 턱없이 낮은 보험 수가에 문제를 제기하는 장면이나 수가 인정을 못 받는 약 처방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승효(조승우)의 조치로 꼭 필요한 처방조차 할 수 없게 의료진의 손발이 묶인 모습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장 조사를 나온 심평원 정형전문위원 예선우(이규형)가 김태상(문성근)의 대리 수술 의혹을 파헤치는 장면은 심평원의 역할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이다. 선과 악의 대립으로 풀어내지 않는 ‘라이프’이기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심평원의 입체적인 존재감이 부각됐다.

◆ 삶과 죽음이 오가는 모순적인 공간 장기이식센터

장기이식센터는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삶을 얻어 나가는 곳이다. 지극히 이상적이거나 단편적으로 다뤄졌던 장기이식센터도 ‘라이프’는 장기이식코디네이터 선우창(태인호)을 통해 생생하게 다룬다. 차마 자녀의 뇌사를 인정할 수 없는 부모를 거듭 찾아가 저승사자 노릇을 해야 하는 선우창의 고뇌부터 힘든 결정 끝에 생명을 나눠주는 숭고한 죽음과 현실적인 유가족의 슬픔, 이식의 과정에서 발로 뛰고 멱살까지 잡혔지만 수술 후에는 모든 감사의 뒷전에 서게 되는 선우창의 모습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어서 더 오랜 여운을 남겼다.

◆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상국대학병원의 숨겨진 1cm

대학병원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의료진, 수술실 외에도 꼭 필요한 공간들이 존재한다. 음압격리병동은 구승효의 시선으로 보면 연간 3000만 원의 유지비를 잡아먹고 쓸 일은 거의 없는 시설이지만 실상은 메르스 같은 전염병 질환이 발생할 때 꼭 필요한 시설로 안전성의 상징이자 위기관리에 대한 투자다. 아이들이 생명과 사투를 벌이는 신생아 중환자실도 ‘라이프’의 따뜻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두드러졌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후에도 전공의를 가르치는 오세화의 모습처럼 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시간들도 ‘라이프’를 통해 비로소 드러났다. 평소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상국대학병원의 1cm를 비추면서 의료의 공공성과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방송에서 오세화(문소리)는 병원장에 선출된 이후 급속하게 화정 그룹에 잠식돼 가는 상국대학병원의 모습이 담겼다. 대의보다 실리를 택한 오세화는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암센터, 검진센터, 장례식장, 동물의료센터 등 수익 극대화를 위한 상국대학병원 의료센터 기공식부터 병원 곳곳을 차지한 화정 생명, 화정 보험 포스터까지 자본주의가 곳곳에 자리 잡았다. 상국대학병원은 숫자 위주로 재편된 현실에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손 쓸 방법도 없이 변해가는 상국대학병원의 모습은 우직하게 신념을 지켜나가던 예진우(이동욱)에게 한발 더 나아갈 모습을 요구했고, 구승효에게서도 변화가 감지되며 궁금증을 높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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