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8일 종영한 tvN ‘SNL 코리아 9’ 방송화면 캡처,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방송화면 캡처.
지난 18일 종영한 tvN ‘SNL 코리아 9’ 방송화면 캡처,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방송화면 캡처.
tvN의 ‘SNL 코리아 9(이하 ‘SNL9′)’ 마지막회는 그간의 아쉬움을 털어버리려는 듯 끊임없는 웃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이별은 헛헛했다.

‘SNL 코리아 1’은 2011년 정치 풍자와 함께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장진 감독은 ‘SNL 코리아’ 제작발표회에서 ‘SNL’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 된 포인트로 ‘정치 풍자’를 꼽으며 “채널이 흔들리더라도 정치 풍자를 밀고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SNL’은 시즌3까지 시원한 풍자와 웃음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그 중심에는 ‘여의도 텔레토비’가 있었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풍자하며 반장 선거를 소재로 들고 나온 코너였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또’라는 캐릭터로 여의도 텔레토비는 새누리당에게 편파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목돼 코너 자체가 흔들리게 됐다.

이후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캐릭터로 나서는 ‘글로벌 텔레토비’가 방송됐으나 이마저도 13회를 끝으로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 만이었다. 장진 감독은 시즌3 종영 후 하차했다. 이로 인해 ‘SNL’에서 정치풍자 코너는 4년 간 사라졌다가 시즌9부터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다룬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이라는 새 코너가 등장했다.

‘SNL9’의 제작진이 내건 슬로건은 ‘초심으로 돌아가자’였다.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와 ‘위켄드 업데이트’로 다시 정치 및 사회 풍자 코너를 내세운 ‘SNL9’은 초심으로 돌아가 ‘SNL 코리아’ 특유의 해학과 고급스러운 풍자 코드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과 ‘위켄드 업데이트’ 모두 호평을 받았지만 그 열기가 전 국민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여의도 텔레토비’에 미치지는 못했다.

‘SNL’은 그러나 국내 코미디 콩트 프로그램 역사에서 의미있는 한 획을 그었다. SNL의 원작이 제작된 미국과 달리 표현의 자유가 넓게 보장되지 않아 조심스러웠던 국내 풍토에 당당히 정치 인사들을 텔레토비 캐릭터로 희화화한 코너를 들고 나왔고, 연출과 감독이 하차하고 코너가 폐지될 때까지 신랄한 정치 풍자가 핵심인 원작 ‘SNL’의 지향점을 지키려고 애썼다.

신동엽은 지난 18일 방영한 ‘SNL9’ 마지막 회를 마무리하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물론 중간에는 말하지 못했지만 억울할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왜 그때 그런 류의 콩트를 하지 못했는지 여러분들이 알게 돼서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 풍자는 그렇게 현실의 벽을 넘어서려는 분투와 고통을 거름 삼아 성장한다는 걸 또다시 보여준 사례였다.

‘SNL9’의 후속으로는 김생민, 박명수, 박나래, 정준영, 여회현이 출연하는 ‘짠내투어’가 방송된다. ‘짠내투어’는 오는 25일 오후 10시 20분 처음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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