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전도연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저 어떡해요~”

배우 전도연은 인터뷰 도중 특유의 애교 가득한 콧소리와 함께 뜨거운 눈물을 두 차례나 흘렸다. 연극의 커튼콜을 연상케 하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과 ‘엄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극 중 딸의 대사를 언급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 시시때때로 눈가가 촉촉해졌고, 행복한 미소도 여러 차례 지었다. 11년만의 안방극장 복귀, 엄청난 양의 대사, 한 번 촬영하고 나면 1kg씩 빠졌던 법정신까지, 전도연에게 지난 27일 종영한 tvN ‘굿와이프’는 도전과도 작품이었다. “매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절도 들 정도로 고됐지만 그의 말 대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종영했다.

“기특했어요.” ‘굿와이프’를 끝낸 전도연은 이렇게 말했다. “극 중 내 분량이 90%라고 할 정도로 많았다”던 그는 “감독님과 작가님한테 16부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치열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정효 PD는 못 외우면 끊어서 가면 되니까 걱정 하지말라고 전도연을 다독였지만,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저로 인해 현장이 지연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시간이 있으면 잠은 드라마 끝나면 언제든지 잘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였어요. 조금 더 집중해서 대사 외우고 현장에서 잘 하자고 마음먹었죠. 점점 대사 외우는 시간이 줄어들긴 하더라고요.”

전도연 ‘굿와이프’에서 남편 이태준(유지태)의 부정부패와 스캔들로 인해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하게 되는 김혜경 역을 맡았다. 2005년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만의 안방 극장에 복귀하는 전도연의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전도연은 ‘경단녀’ 김혜경이 일터에 복귀하게 겪게 되는 고난과 분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남편, 자식을 위해 살아가던 김혜경이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뭉클하게 그리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전도연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영화 ‘무뢰한’에 이어 ‘굿와이프’까지, 김혜경이라는 이름으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전도연은 김혜경을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여자’라고 정의하고 자신을 계속해서 채찍질했다. 엔딩에서 김혜경이 이태준의 국회의원 선거 기자회견에 들르는 장면은 전도연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미드의 결말을 따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이태준의 욕망과 야망을 이해하게 됐다. 그 넓은 어깨가 작아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한번이라도 이태준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싶었다는 것.

“김혜경이 이태준과 대립하거나 남자를 이기는 여자가 아니라 포용할 수 있는 여자로 봤어요. 사실 모든 걸 포용하는 건 남자보단 여자라고 생각해요. 물론 용서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외도를 한 태준을 용서한 것이 아니라 15년을 살았던 그를 안아주고 싶었어요. 성공한 변호사지만 뒤틀린 아버지와의 관계를 지닌 서중원(윤계성) 역시 혜경이 포용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죠.”

이날 전도연은 두 차례나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 주요 인물들이 모여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을 언급하면서 “이태준은 악역이고, 서중원도 불륜남이다. 김혜경 역시 나쁜 여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커튼콜처럼 연출했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 인물들이 다 있는데 감동스러웠다. 다들 수고가 많았다. 내가 이 사람들과 연기를 했구나 하는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고 가슴 벅차했다.

딸 서연(박시은)과의 대화를 떠올리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서연이가 혜경에게 ‘엄마를 믿는다’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까지 말한 뒤 “어떡하나”라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시은이라는 친구가 감성이 풍부하더라고요. 엄마 생각이 났다고 했어요. 자기 엄마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그때 아이들한테 좋은 부모는 희생하는 부모가 아니라 행복하고 좋은 삶을 사는 부모가 아닐까 했어요.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죠.”

전도연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전도연 /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2007년 영화 ‘밀양’으로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고 ‘칸의 여왕’으로 군림한 전도연이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나를 좋은 배우라고 말하지만 내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의외의 말을 꺼내기도 했다.

“감정을 전달하는 대사는 괜찮지만, 정보전달이나 사건 관련 대사는 소화가 잘 안되더라고요. 버거웠어요. 그런 대사는 나나에게 주라고 했죠. (웃음) 연필 들고 연습할 만한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전달이 안 돼서 나름 힘을 줘서 얘기하니까 입 모양까지 비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시즌2나 변호사, 검사 같은 역할은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전도연은 주위의 쏟아지는 관심이나 기대감보다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잘하자는 주의다. 그는 “남의 칭찬을 듣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뭘 하고 싶지?’를 자주 묻고 내 마음에 집중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의 태도는 외적인 부분에서도 나왔다. 여배우로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름이나 기미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아했다.

“저는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제가 편안해야지 보는 사람도 편안하지 않을까 해요. 땡볕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어느 날 촬영감독이 얼굴 좀 보자고 했어요. 기미가 올라왔나보더라고요. ‘그냥 두라’고 했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관리하면 없어질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편안한 게 좋아요. 앞으로 제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배우에서 다시 아내로, 엄마로 돌아가는 전도연은 ‘굿와이프’를 통해 느낀 점이 있었다.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살다보면 나보다 더 중요한 게 생기는데, 제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다고 얘기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해요. 누군가 나한테 해주는 말도 힘이 되지만 자신에게 해주는 말도 중요하더라고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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