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대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다우니’)의 아버지이자 독립영화 감독. 다우니는 1970년 5살 때 아버지의 영화 ‘파운드’를 통해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 영화에서 시니어는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네 불알에 털은 났냐?”와 같은 19금 대사를 줬다. 다우니가 처음 죽음을 연기한 것도 시니어의 작품 ‘그리저스 팰리스’를 통해서다. 그때 다우니의 나이 7세. 다우니는 아버지를 따라 어린 나이에 술 취한 어른들과 어울렸다. 그가 8살 때 아버지와 함께 마리화나를 피운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마리화나를 피우며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시니어는 잠이 안 온다는 어린 아들에게 마리화나를 건넸다고. 다우니의 ‘마약과의 전쟁’은 결국 아버지에게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우니의 아버지를 향한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아이언맨으로 성공한 후에도 시니어와 함께 쇼에 출연하며 애정을 과시했다. 혹자는 시니어의 독특한 교육관이 다우니에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연기관을 심어줬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듯.
채플린: 영국의 유명 희극배우. 다우니가 1992년 연기한 캐릭터. 다우니가 11살 되던 해에 그의 부모는 이혼했다. 아버지와 LA에 살던 다우니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뉴욕으로 날아갔다.(너나 할 것 없이 말리는 중퇴를 유일하게 응원한 것은 아버지였다.) 그리고 구둣가게 점원, 식당 서빙, 인간 조각상 등의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션에 매달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이때 다우니의 친구가 되어 준 것은 마약과 술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여러 영화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개성파 배우로 얼굴을 알렸고, 1985년에는 미국의 인기 TV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의 일원이 되기도 했다. 비록 SNL에 적응하지 못하고 빨리 하차하긴 했지만. 다우니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폭발한 것은 1987년도 영화 ‘회색도시’에서였다. 이 영화에서 그는 술과 마약에 찌든 20대 초반의 청년 줄리안을 연기하였는데, 22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내면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다우니는 1992년 영화 ‘채플린’을 만나면서 배우로서의 첫 번째 변곡점을 맞는다. “마치 찰리 채플린이 살아 돌아 온 것 같다”는 극찬을 받은 다우니는 그해 아카데미상 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비록 트로피는 ‘여인의 향기’의 알파치노에게 돌아갔지만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트로피의 주인공은 다우니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채플린’ 이후 그는 더 이상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되는 배우가 됐다. 적어도 ‘아이언맨’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라 제시카 파커: 드라마 ‘시티 앤 더 시티’로 유명한 배우이자, 다우니의 엑스 걸 프렌드. 두 사람은 1984년 영화 ‘사랑의 시련’(Firstborn)을 통해 만났다. 만난 지 1년도 안 돼서 동거에 들어간 두 사람은 7년간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했다.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했던 두 사람의 커플사진은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인터넷 바다를 검색해 볼 것. 사라를 만나며 다우니는 배우로서 상승곡선을 그었지만, 마약에 여전히 취해 살았고 자신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몰랐다. 오랜 시간 그런 남자친구를 지키고 달래고 보살폈던 사라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1991년에 이별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별 후에도 사라는 한 발자국 떨어져 다우니를 응원했고, 그가 아이언맨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을 때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음악에 재주가 많은 다우니는 2004년 앨범 ‘The futurist’를 발매하기도 했는데, 해당 앨범에 수록된 ‘Details’라는 곡은 사라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은 곡이라고. 한편 사라와 헤어진 다우니는 배우이자 가수인 데보라 팰코너와 1992년 결혼하고 아들 인디오 팰코너 다우니를 낳았다. 팰코너 역시 다우니의 기행을 이기지 못하고 2004년 이혼했다.
칼리스타 플록하트: 폭스 TV 드라마 ‘앨리 맥빌’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다우니는 ‘앨리 맥빌’의 구원투수였다. 시청률 하락을 겪고 있던 ‘액리 맥빌’은 다우니를 파격 기용했는데, 그 선택으로 폭스는 ‘잭팟’을 터뜨렸다. 매력적인 변호사 래리 폴을 연기한 다우니로 인해 ‘앨리 맥빌’ 시청률은 고공 행진했다. 게시판에는 ‘앨리의 마지막 남자가 래리이길 바란다’는 청원이 이어졌다. 매력남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다우니는 2001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때도 그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마약, 마약이었다. 같은 해 그는 로스앤젤레스 남서부 인근의 컬버 시티 한 골목에서 마약복용혐의로 체포됐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앨리 맥빌’의 프로듀서는 다음의 내용을 짧게 발표했다. “우리는 다우니 없이 ‘앨리 맥빌’의 마지막 에피소드들을 만들 겁니다.”
멜 깁슨: 다우니의 절친 중 한명.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 마약으로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다우니였지만, 그래도 인복만큼은 타고났던 것 같다. 고등학교 선배이자 동료인 숀 펜은 다우니가 마약에 찌들어 살 때, 직접 집에 쳐들어가 그를 마약치료 센터에 쳐 넣을 정도로 다우니를 마음으로 아꼈다. 다우니는 배우 키퍼 서덜랜드(3년간 룸메이트), 앤서니 마이클 홀(다우니 아들의 대부), 제임스 스페이더(‘어벤져스2’의 울트론으로 등장)와도 막역한 사이인데, 특히 ‘에어 아메리카’를 통해 절친이 된 멜 깁슨을 빼놓을 수 없다. 멜 깁슨은 다우니가 마약으로 인해 방황할 때 자신의 영화 ‘노래하는 탐정’에 캐스팅 하는 등 친구가 재기할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왔다. 보험회사가 다우니를 꺼릴 때 직접 나서 보증은 서 준 것 역시 멜 깁슨이다. 하지만 인생사 모르는 법. 다우니가 ‘아이언맨’으로 승승장구할 때 멜 깁슨은 여자친구 폭행·협박 사건과 인종 차별 발언으로 인해 영화계에서 배척당했다. 물론 다우니는 위기에 처한 친구의 손을 놓지 않았다. 2011년에 아메리칸 시네마테크 시상식 수상자로 오른 다우니는 수상소감을 모두 멜 깁슨 이야기에 할애했다.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죄가 있다면 멜 깁슨을 용서해주세요. 제 과오를 이해해주셨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제 친구의 잘못을 넒은 마음으로 봐주시고, 영화 예술에 그가 앞으로도 훌륭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시상자로 함께 무대에 섰던 멜 깁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버거킹 치즈버거: 다우니와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좋아하는 간식. 다우니에겐 마약을 끊는 계기가 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차 트렁크에 마약을 가득 싣고 가던 다우니는 버거킹에서 치즈버거를 주문해 먹었다. 문제는 마약으로 찌든 그의 혀가 치즈버거의 맛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 순간 다우니는 자신이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그 길로 다우니는 바다로 차를 몰고 달려 마약을 바다에 전부 버려버렸다. 후일 그는 마약을 끊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 버거킹에 감사하는 의미로 영화 ‘아이언맨’에서 버거킹 치즈버거를 먹는 장면을 일부러 넣어 간접광고를 해주기도 했다.(아프카니스탄에서 탈출하자마자 토니 스타크가 찾은 것은 치즈버거였다) “이젠 맛있으셰요?”
수잔 레빈: 다우니의 아내이자 영화 프로듀서. 치즈버거는 거들 뿐, 그가 마약으로부터 해방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지금의 아내다. 두 사람은 2002년 영화 ‘고티카’를 통해 만났다. 배우와 프로듀서로서의 만남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수잔 레빈은 이렇게 회상한다. “영화 제작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그에 대한 호기심을 느꼈지만, 그럴 때마다 ‘이건 안 돼, 그는 배우고 난 제작자란 말이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쩌랴. 이미 서로에게 하트가 박힌 것을. 두 사람은 2005년 8월 27일 화촉을 밝혔고, 아들 엑스턴을 2012년에 낳았고, 자신들의 회사를 차렸다. 회사이름은 ‘팀 다우니’. 그리고 ‘팀 다우니’에서 만든 첫 영화는 2014년 개봉한 ‘더 저지’다. 영화에서 다우니는 상급법원 판사의 변호사 아들 역을 맡았으나, 아쉽게도 흥행에서는 쓴맛을 봤다. ‘팀 다우니’는 현재 차기작 준비 중이다.
아이언맨: 다우니=아이언맨? 이견이 있을 수 있나. 다우니의 인생은 아이언맨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봐도 무방하다. 잘 알려졌다시피 다우니는 스튜디오가 원하는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 마블은 톰 크루즈 등 흥행 파워가 있는 배우를 원했다. 하지만 운명이었을까. ‘아이언맨’ 제작 소식을 전해들은 다우니는 아이언맨 역을 따내기 위해 무섭게 달려들었다. 마블은 감독 존 파브로를 통해 “다우니는 좀 힘들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지만, 다우니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끈질기게 역할을 고집했고, 결국 카메라 테스트를 받을 기회를 얻었다. ‘채플린’ 이후 처음으로 받는 오디션이었다. 결과는 익히 알려진 바다. 다우니가 멋진 슈트를 입고 등장한 ‘아이언맨’은 전세계를 강타했고, 이 영화의 흥행은 마블 슈퍼히어로들의 꿈의 무대인 ‘어벤져스’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토니 스타크가 방탕한 삶을 살다가 변화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다우니의 인생과 겹쳤다. 사람들은 스토리에 집중했고, 다우니의 유머에 배꼽을 잡았다가, 화려한 액션에 매료됐다. 영화가 끝났을 때 다우니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남자가 돼 있었다. 그날 이후, 다우니의 인생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아이언맨2’ ‘아이언맨3’의 연이은 성공과 가이 리치와 함께 한 ‘셜록 홈즈’의 기대 이상의 흥행, 전 세계 극장가를 들었다 놨다 한 ‘어벤져스’가 줄줄이 폭죽을 터뜨렸다. 이 모든 영화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크리스 에반스: 캡틴 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함께한 배우. 지난해 10월 ‘캡틴 아메리카’ 3편의 부제가 ‘시빌워’ 임이 공개되자 전 세계 마블 팬들은 환호했다. 소문으로 나돌던 ‘시빌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음을 알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마블코믹스의 빅 이벤트에 해당하는 ‘시빌워’는 슈퍼히어로들의 대결을 그린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슈퍼히어로 규제법을 만든다고 하자 이를 지지하는 ‘아이언맨’ 일파와 단 한명이라도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맞서는 ‘캡틴 아메리카’ 일파의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시빌워’의 핵심. 당연히 다우니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합류한다. ‘어벤져스2’ 못지않게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를 기다리는 팬들이 적지 않다.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출격을 예고한 가운데,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의 출연설도 돌고 있는 만큼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져스’에 버금가는 시리즈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에서 우주적 존재감을 과시한 후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다우니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슈퍼히어로들 중 노른자에 있음을 증명할 예정이다.
Who is Next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어벤져스2’에서 호흡을 맞춘 수현이 드라마 ‘브레인’에서 함께한 신하균과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서 파트너 연기를 한 김희선
정시우 siwoorain@
편집. 윤소희 인턴기자 sohee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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