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 처음에 연기를 시작할 때 이걸 평생 하겠다는 확신이 없었고 하다 보니 점점 재미있는 순간도 많이 생기고 더 해보고 싶고 완벽하지 못하기에 갈증도 생기고 욕심도 생겨요. 본인 스스로 연기를 마스터했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과연 있을까요? 어떤 훌륭한 배우가 어떤 역할은 정말 잘해낼 수 있지만 또 다른 어떤 역할은 다른 것만큼 못 할 수 있는 것도 있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감히 연기를 마스터했다고 느끼는 순간이란 것은 결코 안 오겠죠. 그냥 저에게 지금 중요한 건 계속 공부해 나가는 것뿐인 것 같아요. 어쨌든 멈춰있는 건 아니고 달리고 있는 중이니까요. – MBC 다큐멘터리 ‘태희의 재발견’에서.

10Line_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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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 : 완벽한 무결점의 미의 여신. 일본의 어느 스태프는 김태희를 들어,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을 떠올리게 하는 천사 같은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CF 스타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김태희는 많은 이들에게 완벽한 미의 존재로 각인됐다. 거기에다 서울대학교라는 국내 최고의 학벌까지. 길지 않은 무명시절을 거치고 그녀는 단숨에 톱의 자리로 올라섰다. 그렇게 김태희는 다 가진 자의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 순간, 비너스를 떠올리게 하는 완벽한 외모는 도리어 그녀의 발목을 잡고 만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에 도달한 김태희는 연기력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녀가 가슴이 아닌 머리로 연기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연기의 아이콘이 돼버린 김태희. 과거의 장동건처럼 얼굴만 (엄청) 예쁜 여배우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최승희 : 2009년 방송된 KBS2 ‘아이리스’에서 김태희가 맡은 배역의 이름. 김태희는 이 작품으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연기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 눈물을 펑펑 쏟아 마치 대상수상자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을 정도. 혹독한 세간의 평가에 대한 속상했던 마음을 눈물로 씻은 순간이었다. 김태희는 이 작품으로 그간의 연기력 논란을 어느 정도 씻고, 처음으로 대중과 평단의 칭찬을 들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 만은 않았다. 가장 나중에 찍은 1~2회 방송의 반응은 좋았지만, 초반 촬영분인 3회 부터는 다시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급기야는 함께 출연한 배우 김소연과 비교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김태희는 기분 나쁜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을 했다. 무너질 만한 상황에서도 무덤덤하게 노력하는 당시의 김태희를 기억하고 있는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외모만 보면 깍쟁이일 것 같지 않나.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털털하고 호감인 여배우는 드물다. 특히나 연기력 논란으로 뭇매를 맞을 때도 주변에 티 내지 않고 제작진이 요구하는 것, 또 자신이 해야하는 것에 열중하더라. 오히려 우리가 더 안달이 났었다. 노력 끝에 연기는 점점 나아졌고, KBS 연말시상식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정말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이설 : 2011년 방송된 MBC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서 김태희가 맡은 역할. 김태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천방지축 공주 역이다. 엄청난 연기력을 요하는 캐릭터는 아니었고,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 역이긴 했지만 김태희에게 짐과도 같았던 연기력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배역이 됐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김태희는 이설과 같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캐릭터 위주로 작품 선택을 해 차츰차츰 성장하는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간의 평가는 차치하고 어쨌든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김태희는 사실은 부지런히 노력하는 인간인 것만은 분명하다. 당시 살인적인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 대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케줄이었다”라고 그녀는 말했지만, 그녀의 노력형 유전자는 그때에도 빛을 발했나보다. ‘마이 프린세스’ 권석장 PD는 “무슨 일을 해도 열심히 하는 것이 버릇이 든 사람 같다. 화장실 가서도 성심성의껏 힘을 줄 것 같다”라고 그녀를 기억했다.

장옥정 :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방송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김태희는 마침내 첫 사극에 도전한다. 바로 장옥정이라는 인물로. 장옥정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드라마화된 실존인물이자 희대의 악녀다. 초반부터 연기력 논란은 어김없이 불거졌다. 새로운 장옥정을 보여주겠다던 드라마의 야심찬 기획의도도 무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사실 배우보다는 제작진의 흠이 더 드러난 드라마이긴 했다. 오히려 김태희의 경우, 중후반부 넘어가면서 악역 연기가 잘 어울린다는 평을 얻기도 했다. 물론 잘 어울린다에 그쳤을 뿐, 연기력 면에서 칭찬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태희는 이번에도 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기의 재미를 알아가게 되는 요즘”이라고 말한다. 대학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집 밖만 나서면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는 그녀는 모델은 망설임 없이 도전했지만, 배우가 되는 것에는 많은 고민을 했었다. 연기가 ‘처음에는 너무 버겁고 어려운 짐 같은 숙제’였지만, 그래도 연기를 통해 하는 고민과 감정, 그리고 만나게 되는 새로운 사람들 덕분에 연기가 너무나 고맙다고 말하는 김태희. 누군가는 CF모델용 배우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그리고 어느새 데뷔 13년차가 된 김태희의 연기는 여전히 어색한 지점들이 있다. 그러나 부족하다고 애정과 열정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이하늬 : 서울대 재학 시절 스키부 동아리로 친해진 후배. 김태희는 당시 여자 스키부 주장으로 활약했고, 이하늬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줬다. 김태희는 후배 이하늬에게 “다 하기 나름이다. 네 주관이 뚜렷하고 확실한 중심이 잡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비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줬고, 그녀의 이 말은 이하늬가 연예계에 발을 딛게 되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했다. 이하늬에게 건네는 조언은 실은 김태희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연기자를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타고난 미모로 자연스럽게 배우가 되는 여러 기회들이 다가왔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이나 적성, 재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는 것을 잘 알았다. 못할 것이라는 것을 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하기 나름이다’라는 소신으로 기회를 잡았다. 데뷔시절부터 탄탄대로를 달려온 듯 보이지만, 사실 욕도 엄청 먹었다. 드라마 주연 데뷔작인 ‘스크린’(2003)의 이승열 PD로부터는 “네가 내 드라마 말아먹으려 작정했구나”라는 욕까지 먹었다. 태어나서부터 욕을 들을 일이 별로 없이 자랐던 김태희는 한 평생 들어먹을 욕을 그때부터 먹기 시작했다. 울기도 많이 울고 속상했지만 그래도 힘들어할 시간이 없었다고 그녀는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던 데뷔시기를 기억했다.

성동일 :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타이틀롤은 김태희가 맡았지만, 조연 장현 역을 맡은 성동일이 이른바 미친 존재감으로 김태희를 능가하는 관심과 찬사를 끌어냈다. ‘아이리스’에서는 김소연과 이번에는 성동일과 비교되며 비난을 들었던 김태희. 그러나 이번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했다. 성동일은 현장에서의 김태희를 “그녀만큼 인사를 잘 하는 배우는 없다”고 기억했다. ‘장옥정’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유아인과 이상엽 역시도 “너무 좋은 누나”로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배우로서는 혹독한 평가를 받을지언정, 김태희라는 인간에 대한 평가는 호평일색이다.

비 : 김태희의 첫 공식 남자친구로 2013년 7월10일 민간인으로 돌아왔다. 2013년 새해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김태희에게도 비에게도 첫 공식 연예인 연인이 생겼다. 그런데 축복받아야할 톱스타의 열애는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열애가 처음 알려지던 때 군인신분인 비와 김태희, 두 사람의 열애정황이 파파라치 매체의 카메라에 담기면서 벌어진 탈모보행 및 휴가일수와 관련된 연예병사 특혜논란은 결국 올해 7월의 연예병사 폐지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당사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 이 열애는 여러모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김태희는 첫 공식 남자친구인 그에 대한 언급을 “서로 알아가는 단계다. 따라서 멜로 연기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라고 최대한 자중하여 말할 뿐이다. 아직까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서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김태희에게 있어 비가 어떤 인물로 기록될지는 아직은 열린 결말.

장동건 : 어떻게든 이 혹독한 연예계의 경쟁 가운데 살아남아 보려고 발버둥 치는 신인들 중 ‘제2의 김태희’를 표방하고 나오는 이들은 많다. 외모가 닮았다고, 혹은 학벌이 그녀만큼이나 좋다고. 하지만 신인들 중 그 누구도 ‘김태희가 롤모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꿋꿋하게 노력하는 존재인 것은 여러 증언을 통해 드러났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아직 모두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빛을 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현 시점 김태희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는 안정적인 연기력이다. 착한 후배, 좋은 언니, 다정한 누나로서의 미담보다 배우 김태희로서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만 한다. 결국 많이 도전해보는 수밖에 없다. 김태희에게 과거 완벽한 외모로 스타로 급부상했으나, 오히려 그 외모가 발목을 잡아 장애가 됐던, 그러나 영화 ‘친구’와 ‘해안선’ 등, 스타로서의 행보를 벗어나 자신을 내던지려는 치열한 노력 끝에 배우로 재평가 받은 장동건의 길을 추천한다.

Who is next

김태희의 연인 비의 연예병사 선배 윤종신.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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