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적인 대답을 원하시는 건가요? 그때는 열여섯 살의 대답이었을 거예요. 이제는 스물 두 살의 대답을 해드려야 할 것 같네요.”Q. 다들 선미가 예뻐진 것에 대해 촉각이 곤두서 있어요. 비결이 뭔가요? 여자 친구에게 알려줘야겠어요!
원더 걸스 이후 3년 7개월 만에 돌아온 선미에게 새로운 목표를 묻자 그녀는 생글생글 웃었다. 표정에는 여성스러움이 한껏 묻어난다. 우주정복이 목표라고 말하던 열여섯 살 소녀는 이제 스물두 살의 어엿한 여성이 됐다. “목표는 이미 이뤄진 것 같아요. 가수로 다시 대중에게 서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였으니까요. 활동을 쉰 후 단 한시도 가수의 길을 잊어본 적이 없어요.”
선미의 컴백 소식이 최근 화제가 됐다. 솔로 컴백은 예상치 못했던 일. 이야기가 점점 커지면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최종병기 그녀’라는 말도 나왔다. 박지윤의 ‘성인식’ 이후 박 대표가 약 13년 만에 노래, 안무, 뮤직비디오, 의상 등을 철저하게 기획했다고 한다. 여성 가수에게서 섹시한 매력을 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박진영 대표 아닌가? 처음에는 선미가 박진영의 페르소나가 될 수 있을 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선미를 직접 만나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텐아시아 사무실로 걸어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원더 걸스 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당찬 모습 속에 교태가 있었다. 고혹적인 눈빛이 핑크색 머리보다도 강렬했다. 마냥 섹시하기보다는 단단하고 쾌활해 보였지만, 툭 치면 울 것 같은 여림도 보였다.
선미: 너무 감사드려요!
Q. 쉬는 기간에 대학(동국대 연극학부)을 다녔어요. 연애하기에 적기였을 텐데 남자친구는 좀 사귀었나요?
선미: 전혀요. 미팅이라도 들어올지 알았는데 하나도 안 들어오더라고요. 처음에 학교에 갔을 때에는 여성스럽고 조신하게 봤는데 막상 보니 그게 아닌 거예요. 동기, 선배들이 절 남자처럼 대해서…. 그 사이 연애를 못 해봤네요.
Q. 핑크색 머리는 누구 아이디어인가요? 왜 핑크색이죠?
선미: 전 검정색 단발을 밀었어요. 그런데 이번 신곡에서 화장도 옅고 의상도 심플해서 머리색으로 포인트를 줘야 한다고 박진영 PD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번 무대에서는 구두도 신지 않아요. 맨발로 춤을 춰요.
Q. 맨발이요?
선미: 안무 중에 남자댄서 다리 위에 올라가는 동작이 있어서 하이힐을 신으면 안 돼요. 안무에 무용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맨발이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Q. 선미 씨가 솔로로 돌아올 것은 예상을 못했어요. 준비는 언제부터 했나요?
선미: 박진영 PD님이 작년 12월에 저에게 오시더니 “너에 대한 그림이 머리에 있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올해 3월 말쯤에 저를 위해 만든 노래를 들려주셨어요. 제가 쉬는 기간에 틈틈이 연습한 노래 안무 영상을 보시고 곡을 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너만 준비되면 언제든지 나갈 거야”라고 하셨어요.
Q. 선미 씨를 위해 준비한 곡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선미: 너무 좋았죠. 처음에 노래 쓰셨다고 해서 녹음실에 올라가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노래를 몇 초 들으니 이건 정말 제 노래인거예요. 너무 신나서 핸드폰에 넣고 다니면서 회사 사람들한테 다 들려줬어요.
Q. 검정고시까지 봐서 동국대 연극학부에 들어갔어요. 새로운 길을 준비한 건 아니었나요?
선미: 활동을 중단할 때에도 컴백할 때에는 당연히 가수로 돌아오는 것만 생각했어요. 다른 것을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답니다.
Q. 3년 7개월 만에 컴백이에요. 이 시간은 선미 씨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선미: 정말 어린 나이에 가수 생활을 시작했어요. ‘텔 미’, ‘소 핫’, ‘노바디’부터 미국 활동까지 정말 쉴 틈 없이 달렸어요. 다행히도 대중들에게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기계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더라고요. 영혼 없이.(웃음) 너무나 좋아서 시작한 가수가 일이 돼버린 것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있었어요. 가수를 3~4년 하고 말 것이 아닌데, 박진영 PD님, 엄정화 선배님처럼 오래 하고 싶은 것이 꿈인데 말이죠. 간절함이 사라지고 감정이 무뎌지기 시작했어요. 그게 반복되면 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절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했죠.
Q. 박진영 대표가 정말 큰 공을 들였다고 하던데요.
선미: 보통 곡을 만드신 후 안무 같은 경우는 영상을 보시고 컨펌을 하는 방식인데 이번에는 미국에 직접 가셔서 발로 뛰시면서 안무를 받아오셨어요. 비욘세의 ‘Single Ladies’를 만든 안무가를 비롯해 세 분의 안무가의 작품이 ‘24시간이 모자라’에서 하나로 믹스됐어요. 뮤직비디오 콘셉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직접 내셨어요.
Q. 원더 걸스 당시에는 소희와 함께 막내였잖아요. 언니들이 조언 많이 해줬을 것 같아요.
선미: 선예 언니가 캐나다에서 직접 연락을 하더니 첫 방송에 못 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임신한 와중에 리더의 정신을 발휘하신 거죠.(웃음) 소희, 혜림은 저와 동갑이라 장난스런 응원을 해줬어요. 예은, 유빈 언니는 이번 곡 작업을 처음부터 지켜봐서 거의 참여하다시피 도와줬어요.
Q. 첫 솔로활동이잖아요. 원더 걸스 때와는 많이 다르겠어요.
선미: 허전해요.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잖아요. 원더 걸스 때에는 인터뷰를 할 때에도 난감한 질문을 받으면 언니들이 대답을 해줬는데 이제는 제가 알아서 해야 해요. 처음 인터뷰를 할 때에는 너무 떨려서 청심환을 먹기도 했어요. 물론 지금도 원더 걸스 멤버들이 지켜봐주고 있지만 실전에서는 저 혼자잖아요.
Q. 이제는 선미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줘야 하는 단계가 온 것 같아요. 엄정화의 색, 이효리의 색이 있듯이 선미만의 색도 있을 텐데요.
선미: 이제 곡을 하나 발표하는 거잖아요. ‘24시간이 모자라’는 처음 사랑에 눈을 떠서 모든 것이 다 설레고 감정적으로 고조된 상태가 된 여성의 이야기예요. 일단 그걸 표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이제 스물 두 살이에요. 나이에 맞는 맑고 깨끗함을 유지하면서 성숙한 여자가 돼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섹시한 느낌도 있지만, 제가 가진 것보다 과장된 섹시함은 아닌 거죠. 원더 걸스로 활동할 때에는 미성년자라 PD님이 배꼽티도 못 입게 했어요. 이제는 파격적인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과장된 건 싫어요.
Q. 가요계에서 섹시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남자가수가 바로 박진영 대표 아닐까요? 선미 씨에게도 많은 조언을 해줬을 것 같아요.
선미: ‘척’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셨어요. 절대 네가 가진 것보다 섹시하게 보일 수 없다. 억지로 야하게 표정을 짓지 말라고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안무보다 어려운 것은 노래였어요. 목소리로 섹시함을 표현해야하는데 감정이 너무 안 잡히는 거예요. PD님이 녹음실 불을 끄고 감정을 잡으라고 하셨어요. 노래를 부르기 전에 머릿속으로 “미치겠어”라고 되뇌라고요.
Q. 왜 ‘미치겠어’를 되뇌죠?
선미: 사랑으로 감정이 고조된 여성을 표현해야 해서요. 그걸 표현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이번에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남자배우와 사랑의 눈길로 마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못 하겠더라고요. 사랑에 빠진 표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Q. 혹시 이글이글대는 눈빛인가요? 야한 연기는 없었어요?
선미: 그런 것은 없었어요. 제 표정은 깨끗하고 맑아요. 야한 척하지 않기!
Q. 혹시 예전에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춤, ‘엘리베이터’에서 여성과의 퍼포먼스를 봤나요? 당시에는 난리가 났었답니다.
선미: 봤어요. 그런 퍼포먼스는 PD님만 하실 수 있는 것 같아요. 대단하신 분 같아요.(웃음) 옆에서 누군가: 우리나라 남자가수 중 그런 사람이 없었죠. 선미: 그렇죠? 지금은 그냥 야한 아저씨 같아요. 이젠 삼촌도 아니야.
Q.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니 춤이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요. 준비기간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선미: 무용을 배워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안무에 무용적인 면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손 모양, 호흡을 하는 방식 등 기본적인 것부터가 원더 걸스 때와는 달랐어요. 멍도 들고 병원도 다녔는데 그러면서도 좋았어요. 정말 신났거든요.
Q. 원더 걸스 때에는 그룹의 콘셉트에 자신을 맞춰야 했을 텐데요. 지금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일 것 같아요.
선미: 노래를 할 때 제가 원래 가진 목소리가 있어요. 중저음에 허스키한 목소리인데 이것을 원더 걸스 때에는 보여줄 기회가 없었어요. 그때는 여리고 귀여운 느낌이었거든요. 제가 가진 본래의 목소리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단단히 트레이닝을 했어요.
Q. 컴백을 했는데 이제 후배들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네요. 원더 걸스를 보면서 꿈을 키운 후배들도 있어요.
선미: 전 제가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솔로로 데뷔하는 거잖아요. 전 신인이랍니다.
Q. 최근에 인상 깊게 본 가수들이 있나요?
선미: 씨스타 효린, 에일리 이런 분들이 멋졌어요. 제가 가지지 못한 매력을 가진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Q. 크레용팝은 어떻던가요?
선미: 하도 주위에서 이야기를 하셔서 무대 영상을 찾아 봤는데 정말 상상도 못할 퍼포먼스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Q. 예전 원더 걸스 당시 인터뷰를 보면 목표가 ‘우주정복’이라는 말을 했었어요. 솔로로서 목표는 어때요?
선미: 4차원적인 대답을 원하시는 건가요?(웃음) 그때는 열여섯 살의 대답이었을 거예요. 이제는 스물 두 살의 대답을 해드려야 할 것 같네요. 목표는 이미 이뤄진 것 같아요. 가수로 다시 대중에게 서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였으니까요. 활동을 쉰 후 단 한시도 가수의 길을 잊어본 적이 없어요. 이 공백 기간이 절대로 짧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그 기간에 성숙해진 모습, 저만의 색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원더 걸스 재 합류를 궁금해하는 팬들이 많아요.
선미: 좋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모일 수 있다고 믿어요. 지금은 각자 개인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이 시간이 멤버 개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원더 걸스 데뷔 7년차예요. 멤버들이 자기 혼자로서의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을 다 해봤을 거예요. 지금 그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펼쳐보는 시간인 거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자연스럽게 다시 모이는 기회가 올 거예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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