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돌풍'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김희애 선배님은 촬영 때 준비를 너무나 많이 해와요. 대사량이 제일 많은데 NG도 거의 없죠. 오히려 어떤 OK를 선택 해야할지 재미가 있다니까요. 경력이 오래된 배우가 이렇게 오픈 마인드로 감독에게 의견을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게 충격이었어요. 그녀가 이 작품을 너무 사랑하는게 느껴져서 고마웠죠."


2일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김용완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주연 배우인 김희애에 대해 '은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로 권력 3부작을 선보인 박경수 작가의 7년 만의 신작이다.

'돌풍'은 설경구 배우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자 30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이에 김용완은 "나도 영화를 하다가 드라마를 한지 얼마 안 됐다. 초반에 내가 느꼈던 부분을 설경구 배우님도 비슷하게 고민한 것 같다"며 "사람하는 게 다 똑같다며 분위기를 만드니까 본인이 더 즐기더라. 현장의 기세가 중요한데, 스스로 그런걸 만드시더라. 주변도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치켜세웠다.
'돌풍'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돌풍'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돌풍'은 김희애가 가장 먼저 캐스팅 됐다. 김용완 감독은 "나보다 먼저 제작사 쪽에서 김희애 배우와 접촉을 했다. 그 후에 내가 연출로 들어오게 됐고, 거의 비슷하게 확정이 됐다. 그것만으로도 감독으로서 설렜다. 김희애 말고는 다른 배우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캐스팅은 나에게 천운이었다. '돌풍'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역량과 태도들을 보며 한 인간으로서 많이 배웠다. 로또 당첨이었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작가님도 정수진에 대한 애정이 제일 많았어요. 본인과 제일 닮아 있다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정수진이라고, 그런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해 주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한 악역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돌풍' 김용완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돌풍' 김용완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정치적인 메시지가 많은 작품인 만큼, 특정 인물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과 설정 역시 등장했다. 이에 김용완 감독은 "작가님도 당연히 고민을 많이 했을 거다. 쓰면서도 최대한 그런 부분이 곡해되지 않게 정제하면서 찍었다"며 "특정 인물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겹쳐지는 부분이 있으니까. 누군가 연상될 수는 있지만,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다. 오롯이 시청자들의 몫이지 않을까 싶다. 가치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고, 작품으로 볼 때 여러 가지 해석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완 감독은 박동호 캐릭터에 대해 "연출자로서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고 애정하는 건, 그들이 가진 내재적인 슬픔이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선택을 하고 달려갈 수 밖에 없는지 이유가 있다. 박동호는 친구의 죽음이 트리거가 됐다"며 "박동호를 응원하지 못할 수 있는 지점들은 그의 선택인 것 같다. 몰락도 감수할 정도의 뭔가가 있었던 거다. '돌풍'에는 선인도 악인도 없다고 생각한다. 박동호는 항상 예상을 깨는 느낌이 있었다.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돌풍'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돌풍'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촬영 시작 당시 '돌풍'의 결말까지 다 나온 상황은 아니었다. 설경구 역시 박동호의 결말이 죽음인 지는 모르고 연기를 시작했다. 김용완 감독은 "대본이 다 나온 상태로 촬영한 건 아니었다. 설경구 역시 그의 운명을 몰랐다. 그래서 현실에서 더욱 최선의 고민을 한 거다. 그랬기에 충격적인 결말도 납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설경구 아닌 박동호는 상상이 안 간다"고 강조했다.

결말을 알게 된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용완 감독은 "충격이었다더라. 마음이 아프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동호를 사랑했으니까. 그의 엔딩은 너무 슬펐던 것 같다. 작품을 안 보신 분한테는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살아도 죽은 정치인이 아닌 죽어도 사는 박동호를 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애와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 이후 4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당시 김희애와 김영민은 베드신으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돌풍'에서는 정경유착 고리로 엮여 있는 경제부총리와 재벌 부회장의 관계다. 김영민을 캐스팅 할 때 '부부의 세계'를 참고 했냐고 묻자 김용완 감독은 "전혀 참고 하지 않았다. 캐스팅할 때 너무 직전에 만났던 사이면 몰입이 방해 될 수 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생각했다. 내가 워낙 김영민 배우 팬이다. 식상한 부분에서 감정을 실어줄 수 있는 배우로 김영민 배우가 너무 찰떡이었다"고 밝혔다.
'돌풍' 김용완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돌풍' 김용완 감독./사진제공=넷플릭스
김용완 감독은 '박하사탕'을 보고 영화 감독의 꿈을 꾸게 됐다고 밝혔다. 우상이었던 설경구를 24년 만에 감독과 배우로 만나게 된 것. 김용완 감독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만나서 신기했다. 설경구 배우가 한다고 했을 때 꿈인가 싶었다. 실제로 1년 넘게 같이 있다 보니까 천생 배우구나 싶더라. 일할 때 외에는 소탈한 형님처럼 대해줬다. 우상이었던 사람이 현실로, 주변의 아티스트가 됐다는 생각에 감격스럽다"고 남다른 소회를 드러냈다.

"잘 만든 정치 드라마요? 정치라는 걸 관심을 가지게 하는 드라마라면 잘 만든 정치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요. 신념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는 드라마요. '돌풍' 시즌2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요. 이 작품으로서 끝이라고 생각해요. 스핀오프도 없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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