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논란 일으킨 배우들의 출연작 연이어 공개 중
마약 혐의 유아인, 음주 배성우·김새론 등
구독자만 볼 수 있는 플랫폼+외국 기업이란 점으로 '모면'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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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마약, 음주운전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배우들의 '복귀 시험대'가 넷플릭스가 되고 있다. 구독자만 시청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폐쇄성 때문이다. 논란이 있는 1명의 배우로 인해 모두가 피해볼 수 없다는 넷플릭스와 제작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재편집' 카드만 들이밀면 된다는 식,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대응 방안은 아쉬움을 남긴다.

넷플릭스는 지난 27일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를 공개했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이 200일 남은 가운데, 종말을 앞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이 작품은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아인이 주인공이다. 유아인 리스크로 인해 지난해에서 올해 4월로 미뤄져 공개됐다.
'종말의 바보'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진민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시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의무이기도 하기에 불편을 드릴 수 있는 건 편집했다. 분량에도 손을 댔다. 근데 이 인물에 손을 대기엔 너무 큰 한 축이었다. 보시기에 많이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 굉장히 노력했다. 많은 배우들의 노력을 가리지 않는 선에서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했다"라고 강조했다.

유아인은 생명공학연구소의 연구인이자 세경(안은진 분)과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하윤상 역으로 등장한다. 어설프게 유아인 분량을 덜어낸 탓에 서사가 허술하고 엉성해졌다.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게 시청자들의 중론. 유아인 특유의 말끝을 흐리는 어투도 시청자들이 마약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사냥개들'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냥개들'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김새론이 음주운전 후 자숙 중이던 때 그의 출연작 넷플릭스 '사냥개들'도 지난해 6월 공개됐다. 김새론은 2022년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음주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가로수와 변압기를 들이받고 도주해 재판에 넘겨졌다. 채혈 검사 결과,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약 0.2%로 면허 취소 수준인 0.08%를 훨씬 웃돌았다. 김새론이 일으킨 사고로 변압기가 파손되면서, 인근 지역의 전기 공급이 끊기고 신호등이 마비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김새론은 출연 예정이던 작품에서 하차했지만 이미 촬영이 진행됐던 '사냥개들'은 김새론 분량에 대한 재촬영과 편집, 수정을 거쳤다.

당시 김새론의 짧은 자숙 기간을 두고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분량을 최소화했다는 제작진의 발언이 무색하게 김새론은 8화 중 1~6화에서 주연들과 견줄 만한 비중으로 등장했다. 김새론의 '음주운전 논란'이 오버랩된다는 시청자가 다수였다.
'더 에이트 쇼' 배성우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배성우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음주운전으로 논란을 빚은 배성우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로 본격 복귀에 시동을 건다.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성우는 8명 가운데 1층 참가자를 맡았다. 음주운전 논란 전 촬영한 '1947 보스톤', 벌금형 직후 촬영한 '노량: 죽음의 바다', 소극장 낭독극 등으로 간간이 얼굴을 내비치긴 했지만 이번에는 주인공 격의 작품이다. 주요 캐릭터 포스터에도 배성우는 크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앞서 극장 개봉작인 '1947 보스톤' 개봉 때도 배성우의 출연분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제작진은 편집에 공들였다는 입장이었지만 관객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극장 개봉작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작. 스리슬쩍 대중의 반응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이러한 논란이 있는 배우들의 작품을 공개할 때 넷플릭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홍보 과정에서 해당 배우들의 언급을 최소화한다. '종말의 바보'나 '사냥개들'의 경우 포스터에서 유아인, 김새론의 얼굴과 이름을 배제했다. '더 에이트 쇼'의 경우에는 주인공이 8명이나 되기에 배성우를 전면이 아닌 후면에 배치해 노출도를 줄였다. 통편집은 불가했지만 여러 번의 편집을 통해 분량을 최대한 덜어내려 노력했다는 것이 공통적인 변명이다.

넷플릭스는 구독자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OTT다. 일반 영화, 드라마보다는 폐쇄적인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이야기다. 논란이 있는 배우들을 떠안고도 '나 몰라라' 하는 이유다.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이라는 점도 한국 시청자들이 들이미는 도덕적 잣대를 간과해 버릴 수 있는 이유다. 'K콘텐츠의 힘'이 필요할 때는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를 내세우면서도 논란에 대해서는 거리두기를 하는 넷플릭스의 이중적인 태도는 염증이 나게 한다. 복귀 시험대로 넷플릭스를 활용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거북하다. 마치 넷플릭스가 보호감호소가 된 듯하다. 넷플릭스와 배우들에게만 서로 '윈윈'인 공개에 대중들만 불쾌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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