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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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고충이 많은데도 직장 생활을 그만두지 못하는 건 일정한 수입이 있다는 안정성이 주요한 요인이다. 연예인들이라는 직업은 유명세에 따라 수입의 격차도 크고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기업을 다니다가 퇴사 후 연예인의 길을 택한 것이 개그맨 정형돈, 배우 허성태, 진기주, 표예진 등이다. 이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기업을 퇴사했다.
사진=채널A '금쪽 상담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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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은 개그맨이 되기 전 삼성전자 메모리 QA 부서에서 일했다. 20여년 전 삼성전자 재직 시절 정형돈의 연봉은 약 5000만 원. 하지만 정형돈은 개그맨의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정형돈은 "1995년 3월 입사해서 6년 6개월 후 퇴사했다. 부모님께 말 안 하고 개그맨 되겠다고 그만뒀다"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가 과수원을 했는데 과일을 따다 떨어지셨다. 머리가 깨져서 병원에 갔는데, 그때 제 이름 앞으로 의료보험이 올라가 있었다. 병원에서 '아드님이 회사를 안 다니는 것 같다'고 한 거다. 그렇게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첫 마디가 그거였다. '돈아 너 혹시 회사 관뒀니?' 코미디언이 꿈이라 대학로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는 거다. 많이 우셨다"고 회상했다. 과거 SBS '힐링캠프'에서 정형돈은 "사표 낸 뒤 홀가분했다"며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두렵지 않았다. 개그맨이 하고 싶어서 관둔 거니까 두려울 시간이 없더라. 해야 될 일이 있어서 오히려 매일 즐거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사진=유튜브 '비보티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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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태는 배우 데뷔 전 LG전자 해외영업부서, 대우조선해야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괴로웠다. 말 잘하는 척, 영업 잘하는 척하면서 다한증도 생겼다"며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었던 직장인 생활 고충을 털어놨다.

그렇게 대기업에 다니던 허성태는 2011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지원하며 35살이라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회식 후 귀가한 그는 TV에서 나오는 오디션 안내 자막을 보고 술 기운을 빌려 오디션에 접수했다고 한다.

당시 결혼 6개월 차였다는 허성태. 가장인 그에게 연봉 약 6000만 원을 버는 대기업을 퇴사한다는 건 싱글일 때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허성태는 "오디션 끝나고 집에 가면서 와이프와 깡소주를 마시며 고민에 빠졌다. 깊은 대화 끝에 배우의 꿈을 확신했다"라고 밝혔다. 과장 진급을 눈앞에 뒀던 허성태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과감히 회사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60여편 영화의 단역을 거쳐 '범죄도시', '남한산성', '밀정' 등으로 이름을 알린 허성태.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배우가 됐다.
사진=진기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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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진기주는 대학 졸업 후 2011년 삼성그룹 공채 52기로 입해 삼성SDS IT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하지만 일이 적성과 맞지 않았던 진기주. 삼성SDS 재직 중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네'였다는 진기주는 "출퇴근할 때 내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었나 보다. 얼굴에 어둠이 있었던 것 같다. 하루는 엄마가 '힘들면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퇴사 후 진기주는 기자를 준비해 2014년 G1방송 강원민방에 방송 기자로도 입사했다. 그러나 기자로서 사명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진기주는 3개월 만에 기자 일도 그만뒀다고 한다. 이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입상을 계기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연예계 활동이 꿈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던 진기주는 조금 늦게 연예계의 길로 들어섰다.

대기업 직원, 기자를 거쳐 연기자가 된 진기주. 그는 삼성그룹 동기들과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진기주가 드라마 '오! 삼광빌라',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찍을 당시 진기주의 입사 동기들은 간식차를 촬영장에 보내 응원하기도 했다. 진기주는 인증샷을 공개하며 동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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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예진은 2011년부터 약 1년 반 동안 대한항공에서 객실 승무원으로 일하다가 퇴사했다. 표예진은 일에 회의감이 들면서 많은 고민을 하다 작품 속에서 다양한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연기'를 찾았다고 한다. 서비스직인 만큼 감정 노동을 하다 보니 어린 나이에 많은 상처를 받았고, 화장실에서 몰래 운 적도 여러 번이라고 한다.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쌈, 마이웨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 조연을 거쳐 'VIP', '모범택시' 시리즈를 통해 주연으로 거듭난 표예진. 표예진은 "승무원에서 배우로 이직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 한 번도 없다"며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됐고, 그때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연기도 못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삼성, LG 등 굴지의 대기업도 마다한 이들. 결코 쉽지 않았을 결정을 한 이들의 모습은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도 용기를 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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